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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화(Kim, hyun-hwa) 우리말글학회 2022 우리말 글 Vol.92 No.-
<김현감호>의 공간양상은 우선 개방공간과 은닉공간의 배치로 나타난다. 흥륜사라는 복회 공간의 개방성으로 인간과 호랑이의 사랑 이야기가 성사된다. 산중 호랑이 처녀의 집은 ‘천창’의 힘이 작동하는 은닉공간이다. 두 번째 공간양상은 이속공간과 비상(非常)공간의 존치다. 흥륜사는 서라벌의 제도적 속박에서 이탈하고자 한 김현과 종족의 정체성에 회의감이 든 호랑이 처녀의 이탈이 빚어낸 특수한 공간이다. 세 번째 공간양상은 대속공간과 구제공간의 병치다. 호랑이 처녀는 자신의 대속공간을 도성이 아닌 산중으로 이동시킨다. 그에 병치되는 호원사는 애정 실현의 의중을 확고히 하는 구제공간이다. <김현감호>의 공간양상은 두 가지 문학적 의미를 띤다. 첫째는 ‘애정지상주의 서사 주체의 탄생’이라는 의미다. 김현의 창사와 발원을 통하여 애정지상주의는 소설적 문법으로 굳건해지고, 호랑이 처녀의 대속 행위는 범우주적 사랑으로 승화된다. 두 번째는 ‘대칭적 애정 공간의 구현’이란 문학적 의미다. <김현감호>의 애정 공간은 대칭적 세계관을 기반으로 한다. 인간과 이류, 이류의 공간과 인간의 공간이 기울어짐 없이 대등하게 대칭된 애정 공간이다. The spatial form of <Kimhyeongamho> appears first, in the form of arranging open and hidden spaces in sequence. Heungryunsa is an open space for all people to pray for good luck. So, Kimhyun and Tiger could meet and fall in love. The house of the tiger maiden in the mountains is a hidden space where the power of ‘sky or god’ works. The second type of space is the coexistence of ‘space outside of daily life’ and ‘special space’. In the third spatial form, a space for atonement and a space for saving others appear at the same time. The spatial form of <Kimhyeongamho> has two literary meanings. The first is the meaning of ‘the birth of a narrative subject of love supremacy’. The second literary meaning is that the space of affection is transmitted in a symmetrical form.
김현화 한민족어문학회 2024 韓民族語文學 Vol.- No.103
나말여초 작품부터 조선 후기 작품에 이르기까지 규시(窺視) 화소가 출현한다. 고전소설의 규시 화소 양상은 다음의 세 가지로 집약할 수 있다. 우선 ‘생면부지 타자와의 관계 맺기’이다. 자유로운 혼인과 연애에 한계가 있었던 만큼 그 장벽을 허물기 위한 것이 규시 화소였다. 설화 <우렁각시>, <선녀와 나무꾼> 등에 나타나는 규시 행위는 고전소설에 이르기까지 생면부지의 타인들이 인연을 맺는 관습적 문법으로 전승된다. 또 다른 양상은 ‘복수(複數)의 소문 탐색하기’이다. <김현감호>와 <최치원>에서는 주인공들이 소문의 대상이나 근원지를 찾아 나선다. <이생규장전> 등에 이르면 규시 행위와 월장 행위가 동시에 일어난다. 애정 관계 형성과 실현에 내심 적극적이었던 당대인의 의식을 투영한다. 한편으로는 일탈과 순응의 중합적 양상으로도 나타난다. 주생은 위반, 강제된 가치로부터 일탈하는 규시 행위로, 운영은 권력과 신분에 저항하는 규시 행위를 하는 인물로 거듭난다. 그러나 양 작품의 주인공들은 비극적 행보로 나아가며 제도적 일탈을 감행한 서사 주체이자 통념에 순응하는 행보를 보여준다. 애정전기소설의 규시 화소 연구는 서사 공간의 탄성적(彈性的) 변주를 추적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문학적 기능을 찾을 수 있다. <최치원>의 규시 공간과 달리 <김현감호>의 규시 공간은 복잡하게 파생한다. ‘말’로 전하는 기억의 공간에서 행위의 공간으로 변주된다. <이생규장전>, <만복사저포기>, <하생기우전> 등에 이르면 인간과 사회 문제를 연대한 규시 공간이 한층 복잡한 형태로 등장한다. 규시 화소 연구는 또한 상층 문화의 동경 의식을 투영한다는 점에서도 문학적 기능을 찾을 수 있다. 규시 행위는 애정의 대상을 엿보는 것에서 출발하지만, 그 시선이 애정 대상의 환경에도 닿아 있다. 하생은 불운한 삶을 개진하기 위한 욕망에서, 주생은 화려한 상층 가문의 일원이 되기 위해서 규시 행위를 한다. 이는 주인공들의 시선을 빌렸을 뿐 양란 후 조선 사회에 불어닥친 성리학적 세계의 해체 속에서 상층 문화를 동경하던 민중의 시선을 포착해 낸 것이다. 규시 화소 양상을 도출하고 문학적 기능을 재조명하는 일은 애정전기소설의 또 다른 미학적 특질과 고전소설의 새로운 연구 방안을 제안하는 일이다. Identifying the presence of peeping and its literary functions in romance novels reveals another aesthetic dimension. Firstly, peeping in a novel manifests as the establishment of a relationship with a complete stranger. Furthermore, the act of peeking also occurs in the exploration of rumors within the novel. In this way, the protagonist of a romance novel reflects society through their peeping. This clearly demonstrates the imaginative consciousness of individuals who actively engage with their emotions. Within the novel, peeking takes on two distinct characteristics: freedom and obedience. The act of peeping in a romance novel serves to transform the novel's space in a liberated manner. Examining glimpses within a novel holds significance as it allows us to discover a sense of admiration for aristocratic culture. The admiration for aristocratic culture depicted in the work does not solely represent the perspective of the main character, but also encompasses the yearning for such culture prevalent in Joseon society. Analyzing the form and literary function of glimpses in novels bears relevance as it can be connected to various genres, including war novels, hero novels, and not solely restricted to romance novel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