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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전과 “정보로서의 생명(life as information)” 개념의 출현
김동광 한국과학기술학회 2019 한국과학기술학회 학술대회 Vol.2019 No.05
오늘날 우리는 생명을 정보로 간주하는데 매우 익숙해있다. 이 연구는 “왜 이런 생명관이 등장하게 되었는가?”라는 물음을 제기한다. 2차세계대전과 뒤이은 냉전은 생명에 대한 이해가 한차례 큰 굴곡을 거친 시기였다. 이 시기에 출현한 사이버네틱스(cybernetics)와 정보학은 생물과 기계 모두를 일종의 정보 현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다. 오늘날 우리에게 익숙한 ‘정보로서의 생명(life as information)’ 개념이 이 시기에 탄생했다. 정보로서의 생명이라는 개념이 등장하게 된 데에는 주로 군부로부터 지원을 받은 사이보그(기계와 생체로 이루어진 통합 체계), 커뮤니케이션 이론, 뇌 모델링, 언어학, 인공지능, 유도와 조종, 사이버네틱스, 그리고 행동주의 등의 냉전시대 과학연구가 큰 영향을 미쳤다. 그중에서도 특히 노버트 위너의 사이버네틱스, 그리고 클로드 섀넌의 정보 이론은 생물과 무생물의 작동 방식을 정보와 커뮤니케이션이라는 개념으로 통일적으로 인식할 수 있다는 토대를 제공했다. 사이버네틱스 개념이 대공 레이더와 같은 영역에서 인간과 기계의 빠른 피드백에 대한 요구에서 비롯되었듯이, 전쟁을 치르던 군부는 빠른 속도로 발전하는 기계에 부합하는 인간 능력을 높이기 위해 커뮤니케이션과 정보에 대한 새로운 이해를 촉구했다. 이후 냉전 시기에도 인간과 기계의 통합을 중요한 문제였고, 노버트 위너를 비롯한 학자들은 커뮤니케이션이라는 관점에서 생명과 공학 시스템이 다르지 않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이제 생명은 정보체계로 간주되고, 공학적 시스템과 마찬가지로 제어가능한 대상으로 인식되었다. 이러한 전개과정은 생명을 조작가능한 대상으로 편입시키고자 했던 생명공학의 이상과 무관치 않다. 근대과학은 자신을 둘러싼 세계에 대한 인간의 통제력을 확장시키기 위한 열망을 키워왔고, 생명공학은 급기야 생명자체까지 그 통제와 조작의 대상으로 편입시켰다. 이러한 갈망이 생명공학으로 현실화될 수 있는 인식적 토대를 제공한 것이 정보로서의 생명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