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chineseinput.net/에서 pinyin(병음)방식으로 중국어를 변환할 수 있습니다.
변환된 중국어를 복사하여 사용하시면 됩니다.
임진영 연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1990 연세어문학 Vol.22 No.-
계급사회에서는 누가 누구를 슬퍼하고, 웃음거리로 만들 것인가는 항상 계급적 문제이다. 강경애의 「인간문제」를 읽고 책을 덮은 독자의 가슴 속에는 하나의 뚜렷한 형상이 새겨지기 마련이다. 싸늘한 선비의 시체를 부둥켜안고 울부짖는, 눈을 부릅뜬 첫째의 형상, 그 형상은 "이 시커먼 뭉치!(・・・)인간이 걸어가는 앞길에 가로질리는 이 뭉치(・・・) 그러면 앞으로 이 당면한 큰 문제를 풀어나갈 인간이 누굴까?"라는 작가의 물음에 대한 생상한 해답이다. 파업의 실패, 신철의 배신, 선비의 죽음이라는 연이은 절망적 상황에도 불구하고, 아니 그 좌절의 경험으로부터 필연적으로 도출되는 역사의 진보에 대한 열망과 낙관은 이 소설에 남다른 감동을 부여한다. 1930년대 장편소설로서 「인간문제」는 여러모로 문제적인 작품이지만, 이 글에서는 작품 속의 인물들이 좌절과 비극이 어떻게 낙관적 전망을 낳게 되는가에 초점을 맞춤으로써 이 소설의 독특한 리얼리즘저거 성과를 살펴보려 한다. 동시대의 프로문학, 리얼리즘 소설들이 주로 주인공의 의식의 성장과 승리의 경험을 결합시킴으로써 낙관적 전망을 획득하고 있는 데 반하여, 강경애의 주요한 소설적 성과는 극도로 궁핍한 인물들의 비참한 상황과 죽음, 그로부터 환기되는 '비장미'에 바탕을 두고 있다. 그러한 비장미는 「소금」이나 「인간문제」처럼 낙관적 전망과 결합이기도 하며, 「지하촌」에서처럼 극단적 절망과 공포로 나타나기도 한다. 「인간문제」를 중심으로 한 이 두축 - 여타 프로문학(특히 「고향」이나 「황혼」이 우리의 비교대상이다)과 강경애의 다른 작품들 - 속에서 우리는 '비극성'과 '낙관주의', 혹은 '비관주의'의 관계를 생각해 볼 수 있고, 현식의 모순과 갈등을 예술적으로 형상화하는 것과 전망의 관련 양상을 살펴볼 수 있다는 것이 이 글의 문제의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