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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光郁(Kim Kwang-ug),김병기 (토론자) 계명대학교 한국학연구원 2010 한국학연구원 학술대회 Vol.2010 No.10
‘書藝’는 글씨의 예술이다. 즉, 문자를 매개로 하여 자신의 사상과 정감을 예술적으로 표현하는 장르이다. 이를 광의적 측면에서 보면 藝와 道와 法과 學의 의미를 동시에 지니고 있으며, 협의적 측면에서 보면 書藝 · 書道 · 書法 · 書學으로 분류할 수 있다. 협의적 개념에서의 ‘書藝’는 審美를 추구하고, ‘書道’는 人格陶治와 修養을 지향하며, ‘書法’은 法則과 理致를 중시하고, ‘書學’은 實技와 理論을 종합적으로 탐구하는 학문이다. 이렇듯 서예는 예 · 도 · 법 · 학을 통해 형태의 아름다움을 탐색하는 동시에, 정신적으로 고상한 인격완성을 추구하는 데 그 의의가 있다. 물론 이러한 개념설정은 時空에 따라서 해석의 차이도 있다. 한국에서는 ‘서예’, 중국에서 ‘서법’, 일본에서는 ‘서도’라 지칭한다. 예컨대 한국에서 ‘서예’라고 명명했을 때 ‘서법’과 ‘서도’의 개념이 없지 않으며, 중국과 일본도 마찬가지다. 이것은 특정 국가나 주창자가 지향하는 바에 따라 용어가 상이할 뿐, 내용적으로는 대동소이하다. 한국의 전통서예는 실용의 목적에서 출발하여 점차 예술서예로 전이되었다. 물론 실용에서 시작하였더라도 이미 그 가운데 예술성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래서 실용성과 예술성을 명확하게 가늠할 수 없을 뿐더러, 구분할 성질의 것도 아니다. 굳이 한국 전통서예의 전개양상을 순차적으로 나열하자면 實用→藝術→實用中藝術로 정리할 수 있겠다. 한국의 전통서예는 크게 기록의 수단, 수양의 방법, 심미의 대상으로써 다양하게 활용되었다. 즉, 학습과정에서 경전과 시문을 기록하는 일에서부터 각종 공문서나 서신 등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쓰였고 글씨를 쓰면서 정신을 집중시키는 동시에 심신의 안정을 도모하는 역할도 하였으며, 단순한 書寫뿐만 아니라 아름다움을 추구함으로써 고상한 심미취향을 추구하였던 것이다. 한국의 전통서예는 삼국시대로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우리민족의 정서와 특성에 맞도록 소화하여 萌芽 · 變化 · 定着되었다. 삼국시대는 ‘三國體’의 萌芽期로, 통일신라시대는 ??한 ‘統一新羅體’의 分化期로, 고려시대는 沈着한 ‘高麗體’의 形成期로, 조선시대는 典雅한 ‘朝鮮體’의 擡頭 · 成立 · 確立期로 구분할 수 있다. 특히 훈민정음의 창제(1443 년)로 인해 우리 고유의 한글서체가 새롭게 탄생되었으며, 한글서예는 창제이후 급속도로 전파되면서 오늘에 이르기까지 찬란한 문예의 꽃을 피우고 있다. 이러한 역사적 변천과정에서 한국의 전통서예는 이른바 생태적 사유를 지향해왔다. 즉, 서예로써 藝術에 도달할 수 있다는 ‘以藝致藝論’, 서예로써 道理에 도달할 수 있다는 ‘以藝致道論’, 서예로써 法則에 도달할 수 있다는 ‘以藝致法論’, 서예로써 學問에 도달할 수 있다는 ‘以藝致學論’ 등이다. 우리는 이러한 한국 전통서예의 생태사상을 통해 우리 선조들이 남겨놓은 우수한 정신유산의 가치와 계승의 필요성을 인식할 필요가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