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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봉일 한국현대소설학회 2006 현대소설연구 Vol.- No.32
A Study on Hwang Sukyoung’s Sonnim (Guest, 1991) in the light of Jacques Lacan’s psychoanalytic theory of discourse 이 논문은 라캉의 정신분석 담론에 입각하여 황석영의 <손님>(2001)을 분석한 글이다. 헤겔이 <정신현상학>에서 설파한 ‘주인과 노예의 변증법’을 정신분석학의 관점에서 재정립한 라캉의 정신분석 담론은 인류 정신문명의 역사적 차원을 극명하게 보여준다.한국근대사회의 발전은 ‘압축적 근대화’라는 말로 요약된다. 이 용어는 지금까지 정치경제학 분야에서만 쓰여 왔다. 그러나 이제부터는 인문사회과학 분야에서 써도 무방할 것 같다. 서구근대사회가 몇 세기 동안 고통스럽게 이룩한 문화적 결과를, 한국근대사회는 개화기에서부터 최근에 이르기까지 한 세기만에 성취해냈기 때문이다.황석영의 <손님>은 그러한 문화적 성과의 대표적 작품이다. 이 작품에는 라캉이 말하는 주인 담론, 대학 담론, 히스테리 담론, 분석가 담론이 모두 나타난다. 이 네 가지 담론은 한국현대사회를 분석하는 유용한 도구가 될 수 있다. 주인담론은 이데올로기적 광기의 역사가 어떻게 형성되었는가를, 대학 담론은 지식인의 기회주의적 속성과 함께 새로운 사회에 대한 가능성을, 히스테리 담론은 고난의 삶과 질곡의 역사에 대한 의문을, 분석가 담론은 이데올로기의 낡은 현실에 대한 역사적 반성의 숭고한 애도를 잘 보여준다.어느 사회든지 라캉의 정신분석 담론과 같은 정신질서는 존재한다. 그러나 그 사회를 지배하는 담론이 어떤 것이냐에 따라 그 사회의 성격은 결정된다. <손님>에서 작가는 한국전쟁 기간 동안 주인공 ‘요섭’의 고향인 황해도 신천 ‘찬샘골’에서 일어났던 모든 전쟁범죄를 역사의 법정에서 기소하고 사면한다. 이러한 행위 속에는 우리가 고통스럽게 겪었던 냉전의 유령에 대한 애도와 함께, 다시는 반복하면 안 될 이데올로기에 대한 애도가 들어 있다.이 애도는 <손님>의 궁극적 주제다. 이 애도의 행위는 전통적인 ‘사람살이의 일’을 잊고, 근대의 신학문을 최고선으로 받아들여 ‘열심당’이 되었지만, 민족은 결국 이데올로기적 외상만 입고 분단되었다는 사실 앞에서 역사적 반성을 이끌어낸다. 이처럼 <손님>은 독자들에게 이데올로기적 외상을 각인시킨 그 자리에서 이데올로기의 덧없음을 보여준다. 작가가 기독교와 맑스주의를 ‘손님’으로 규정한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