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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병희(Kang Byunghee) 동북아역사재단 2022 東北亞歷史論叢 Vol.- No.75
고구려는 5세기 중원의 왕조들이나 북방 유목민 집단들과의 교류를 확대하면서 동아시아 국제 정세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며 강력한 국가를 이룩하였다. 그리고 수도를 평양으로 옮기는 시기를 전후하여 새 수도인 평양지역에 8각탑이 있는 1탑 3금당 형식의 사찰을 조성하였다. 따라서 이 사찰과 배치 형식은 고구려의 새로운 지향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유구라 할 수 있다. 또한 중국의 불교건축이 5세기 말까지는 기록만 전할 뿐 실재 유구가 확인되지 않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고구려 사찰 터들은 현재까지 알려진 동아시아 불교건축의 가장 오래된 유구로 그 가치가 높다. 인도에서 시작되어 간다라, 서역을 거쳐 중국 서북부에 도달한 불교와 불교건축은 당시 도성과 주요 도시를 중심으로 전래되었으며 3세기까지는 중국 전통 예제건축 형식을 빌린 불탑 중심의 가람이 건립되었다. 이후 3세기 중엽 경사문의 수계(受戒)가 정식으로 시작되고 동진과 오호16국 시기인 4세기에는 불교가 크게 발전하였다. 따라서 이 시기의 불교건축도 새로운 변화가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나 그것을 입증해줄 유적이 오직 1세기 후에 조성되는 고구려 평양지역 사찰 터들뿐이다. 그리고 이 같은 앞선 시기의 공백으로 인해 이들 8각탑이 있는 1탑 3금당에 관한 현재까지의 연구는 양식적 변화 내용과 그 의미를 제시할 수 없었다. 이 글에서는 5세기 전반경에 조성된 기단부에 8각이 보이는 북량의 봉헌 소탑이 고구려 사찰들과 시대적·역사적 배경이 비슷하다는 점에 착안하여 이들에 나타나는 과거칠불과 미륵보살에 대한 기원과 전래에 대해 살펴보았다. 그 결과 과거칠불, 혹은 과거칠불과 미륵보살이 조합된 신앙과 관련된 기록과 유물이 인도에서는 기원전 3세기, 간다라와 서역에서는 2~4세기에 걸쳐 확인되며, 중국의 경우에도 후한대 관련 경전이 번역되고 양진(兩晉) 시기에 조상과 성현에 대한 전통 제사의식과 융합하여 신앙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당시 동아시아 국제관계로 보아 이러한 4세기 이전의 격의적 신앙은 고구려에도 일찍 전해졌을 것이다. 다만 불교의 공식적 전래와 수도 이전을 계기로 구체화되었을 국가제례 체계 정비 과정에서 좀 더 본격적으로 추진되었을 것이다. 고구려에는 궁궐 앞에 귀신과 영성사직을 제사하는 사묘 전통이 있다. 과거칠불도 조상과 성현의 제례의식과 결부되어 신앙되었으므로 이 시기에 두 신앙이 만나 8각 불탑이 있는 1탑 3금당이 출현하게 되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