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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를 세기, 자연에 개입하기: 철새 보호관리를 위한 자연환경 지식인프라, “겨울철 조류 동시 센서스”
성한아 한국과학기술학회 2019 한국과학기술학회 학술대회 Vol.2019 No.05
이 연구는 한국 사회에서 철새가 어떻게 통치 가능한 대상이 되었는지를 한국 철새 보호 정책에 필요한 기초자료 확보 차원에서 수행되어 온 “겨울철 조류 동시 센서스(이하 조류 센서스)”를 통해 탐구하고자한다. 조류 센서스는 한국 야생조류의 89%를 차지하는 철새의 현황을 파악하기 위해 1999년부터 시작되어 오늘날에는 190여 명에 달하는 인원이 전국에 분포된 200 곳의 장소에서 동일한 날짜에 실시하는 대규모 조사로 발전했다. 이 연구는 조류 센서스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이루어지며 어떠한 전문성을 필요로 했는지 검토하고, 어떻게 남한 영토 전체를 아우를 수 있었는지 또한 생산된 철새에 관한 지식이 어떠한 결과를 가져왔는지를 물을 것이다. 조류 센서스에서 조사는 해당 지역에 도래하는 철새의 개체수 파악과 종 동정이라는 가장 기초적인 생태학적 조사 방법으로 이루어진다. 간단한 방식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조사는 제한된 시간에 해당 지역에 도래하는 조류의 위치를 빠르게 파악할 수 있는 상당한 지리적, 분류학적 전문성을 요구한다. 이 때문에 조류 센서스는 조사 지역을 전국 단위로 확대하는 과정에서 조류학 전문가들 뿐 아니라, 지역 전문가를 동원해야했다. 이는 1980년대 중반부터 형성된 대학의 탐조 문화와 1990년대부터 본격화된 시민 사회의 탐조 문화라는 사회적 배경에서 가능했다. 결론적으로 본 연구는 조류 센서스가 철새를 몇몇 주요 습지가 아니라 남한 영토 전체를 아울러 보호해야하는 야생동물로 파악하는 지식인프라(knowledge infrastructure)로 구축되었다고 주장할 것이다. 매년 겨울에 도래하는 철새에 관한 데이터를 생산하는 조류 센서스는 오늘날 한국에서 이루어지는 철새에 대한 복잡한 환경정치적 개입들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이 연구는 인간-야생동물 관계를 서술하는데 있어 파괴하는 주체와 파괴당하는 대상을 중심으로 한 쇠퇴적 내러티브(declensionist narrative)에서 벗어나 자연환경보전을 위한 지식 실행과 그 효과에 주목함으로써 인간과 야생동물 간의 상호작용을 서술하기 위한 시도이다.
종이 종을 셀 수 있을 때:겨울철 조류 동시 센서스의 신체, 경계거리, 현장 문해력
성한아 한국과학기술학회 2022 과학기술학연구 Vol.22 No.3
The Winter Waterbird Census is a field biological survey that counts the number of species and populations of wintertime birds in South Korea. Based on participatory observation and interviews, this paper aims to analyze the census surveyor’s expertise under the concept of field literacy. In doing so, this work attempts to study wildlife and field environments which have been under explored in the study of embodied expertise of scientists. By drawing on the material- semiotic approach this study examines the census surveyor’s expertise, conceptualizing it as a kind of literacy that can read ecological signals in the field and properly respond to them. The field literacy of the surveyors includes the ability to read field environments where migrant birds are and to decide on a proper survey point. It also involves the capacity of the surveyors to keep an appropriate distance from the wild birds, which would allow them to observe and respond to their fear behavior to achieve ethical and scientific goals. In addition, field literacy for identifying and counting bird species can be cultivated by a long-term practice of encountering wild birds at the field survey site. This paper argues that the Winter Waterbird Census is not a human-centered practice for domesticating migrant birds for enhanced legibility but a more-than-human practice to train human bodies, and coordinate their behaviors to respond to material-semiotic actors in the field. 겨울철 조류 동시 센서스는 겨울마다 한국에 도래하는 철새의 종수와 개체수를 기록하는 야외 생물학적 기초 조사다. 본 연구는 참여관찰과 인터뷰를 토대로 센서스 전문 조사원의 전문성을 현장 문해력(field literacy, on-site literacy)이라는 개념으로 포착하고자 했다. 이는 그간 한국에서 과학자의 체화된 전문성을 분석할 때 그 분석 단위로 잘 포함되지 않았던 실험실 밖 자연과 야생동물의 행위자성을 포함시키려는 시도이다. 이를 위해 본 연구는 물질-기호적(material-semiotics) 접근에 기대 조사원의 전문성을 야외조사지에서 생태학적으로 유의미한 신호를 읽어낼 줄 알고 그에 응답하여 행동하는 일종의 문해력으로 다루었다. 조사원의 현장 문해력은 야생동물인 철새만을 향하기보다 철새가 도래한 야외조사지의 현장을 철새의 서식지로 읽어내고 현장 조건을 고려해 적절한 조사 지점을 선정하는 능력을 포함한다. 이 과정에서 철새의 경계 행동을 읽어 간섭하지 않고 조사할 적당한 거리를 가늠하는 일은 정확성을 추구하는 과학적 실행과 야생동물을 야생 상태로 두는 윤리적 실행이 분리된 것이 아님을 보여준다. 무엇보다 종을 식별하고 그 수를 세는 능력은 직접 야생조류를 대면해 야외조사지의 현장성에 응대하며 유의미한 차이를 포착해낼 줄 아는 시각 기술로, 이는 장기간의 현장 훈련을 거쳐야 함양할 수 있다. 본 연구는 철새를 보호 관리하는 사회 기술인 겨울철 조류 동시 센서스란 가독성을 높이기 위해 자연인 철새를 길들이는 작업이기보다 철새와 그 현장의 물질-기호를 읽어내기 위해 인간 스스로의 신체를 길들이고 행동을 조율하는 다른 종류의 실행이라고 주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