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기술의 발전은 세계를 하나로 연결하였으며, 이는 문화적 교류와 소통을 가능하게 했다. 문화는 그 자체로도 소통을 낳는다. 하지만, 문화에 디지털 기술을 더하면, 과거보다 더 효과...
디지털 기술의 발전은 세계를 하나로 연결하였으며, 이는 문화적 교류와 소통을 가능하게 했다. 문화는 그 자체로도 소통을 낳는다. 하지만, 문화에 디지털 기술을 더하면, 과거보다 더 효과적으로 활발한 소통과 상호작용을 이루어낼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융합은 문화 확산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 따라서 문화예술과 디지털 기술이 융합된 상호작용 예술은 과거와 현대를 소통시킬 수 있는 적합한 매체라 할 수 있다.
인터랙티브 미디어 아트와 같이 컴퓨터를 매개로 하는 예술은 감각의 크기를 확장시켜 온몸이 감각기관이 된다. 그 결과 관객은 직접적이면서도 능동적인 공감각 체현을 통해, 작품과 상호작용을 하게 한다. 그래서 최근 미술관과 박물관에서는 이와 같은 관객과 상호작용하는 예술작품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전통예술과 첨단기술의 접목에 의한 작품에 관심이 높으며, 이는 새로운 예술문화로 재창조 되고 있다.
본 연구는 위와 같은 배경 하에 우리의 전통예술을 공감각적으로 체현 할 수 있는 인터랙티브 미디어 아트 작품을 제안하고자한다. 그리고 이는 전통예술문화에 대한 가치 전파와 공유에 초점을 두었다. 이러한 작품의 연구 소재는 사군자(四君子)이며, 그 중에서도 죽(蘭)과 난(竹)을 작품의 콘텐츠로 삼았다. 죽(蘭)과 난(竹)은 동양사상의 주된 특성인 사의(寫意)를 함축하는 사군자(四君子)중에서도 푸른 ‘잎’에 사의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본 논문에서 제안한 『인터랙티브 대나무』와 『인터랙티브 난』은 촉각, 호흡, 신체 등을 적극 사용하여 체험할 수 있는 미디어 아트 작품이다. 따라서 각 감각에 대한 이론적 고찰을 통해 공감각의 특성을 살펴보았고, 사군자의 죽(蘭)과 난(竹)을 통해 대상에 내재된 의의를 고찰하여 작품의 기본철학을 다음과 같이 정립하였다.
첫째, 『인터랙티브 대나무』 작품에서 대상을 접함에 군자가 갖추어야 할 바른 자세와 내재된 정신을 상호작용 할 수 있도록 ‘호흡’이라는 공감각 체현을 이용하여 구현되었다. 호흡으로 체현되는 인터페이스는 전통악기인 대금이다. 이 악기는 선비들이 정신수양을 위해 부는 악기로 사군자를 그리는 취지와도 그 성격이 매우 닮아 있다. 이 작품에서 호흡(기)은 조선시대 선비와 현대인과의 호흡, 디지털과 아날로그와의 호흡, 대금과 대나무 그림과의 호흡 등으로 원융회통(圓融會通)을 이룬다. 호흡을 조화롭게 운용하는 것은 마음과 몸의 기의 양상들을 조화롭게 운용하는 것과 같으며, 호흡이 활발할수록 상호작용 대상 개체들과 더 많은 체험을 할 수 있게 된다. 즉, 참여자마다의 미세한 호흡 차이는 서로 다른 대나무 그림을 만들게 되고, 자신만의 심상이 사의된 『인터랙티브 대나무』를 얻게 된다. 이것이 연구자가 본 인터랙티브 미디어 아트에서 추구하는 ‘관객 참여의 예술 작품’이다.
둘째, 『인터랙티브 난』 작품은 난의 실체를 촉각을 통해 체현하여, 잎을 정성스레 닦는 행위로 심상의 난을 그려 나가도록 디자인하였다. 구체적으로는 실제 난 잎을 훑을 때의 각도와 속도를 데이터화하여 가상공간에서 그려지는 난 잎의 각도와 획의 속도에 그대로 반영되게 하였다. 이러한 행위는 과거 우리의 조상들이 대상을 '닦거나', 대상을 '그리는' 행위를 통해서 정신수양을 한 것에 착안하였다.
『인터랙티브 난』은 이러한 전통문화 형식에서 아이디어를 착안, 디지털화함으로 하여, 사라져 가는 전통문화의 재해석 뿐 아니라, 현대인의 정신수양 도모를 기대할 수 있다. 꽃의 형태는 봉오리 꽃, 만개 전의 꽃, 만개한 꽃, 등의 세 가지로, 관람객이 실물 난의 꽃에 코를 대고서 들이마시는 호흡의 세기에 따라 디지털 화면에 꽃잎이 출력된다. 잎과 꽃을 완성하면, 그림과 맥을 이룰 수 있는, 감상평의 화제(畵題)가 쓰이는데, 이는 조선시대 난 그림(김정희, 이하응, 민영익의 난)에 쓰인 화제로부터 불러온 것이다. 조선시대 선비의 지성을 대변하는, 화제와 낙관은 관람객으로 하여금, 현시대의 내가 디지털을 통해 그들과 시공간을 넘어 소통을 이루었다는 증명과도 같은 의미를 지닌다.
상기 두 작품에 대한 창의성을 논하기 위해, ITRI Creative Lab의 『기의 흐름』과 크리스타 솜머러와 로랑 미노뇨의 『생명의 정원』이라는 작품들과 비교분석을 하였다. 또한 본 연구에서 제시하는 작품의 차별성과 독창성을 본 작품의 국내외 전시를 통해 습득된 관객들의 반응 및 국제저널에서의 심사평을 통해서 제시하였다. 이를 통해 본 작품이 가진 의의와 창의성이 또 다른 관점에서 판단될 수 있게 하였다.
엘리어트(T. S. Eliot)는 모든 변화에 부딪혀도 새로운 형태로 대응할 수 있는 자체 내의 문화 형성력을 올바른 전통으로 보았다. 전통은 지난날로의 회귀가 아니라 소통하는 문화로서, 시대적 변화에 따른 감각을 수용할 필요가 있다. 살아 숨 쉬는 우리의 역사와 문화는 현대의 디지털 매체와 조우함으로써 그 위상과 가치를 더할 수 있다. 따라서 공감각 체현으로 시간과 공간적 제약을 뛰어넘는 동시다발적인 문화 소통이야말로 인터랙티브 미디어 아트가 지향하는 최상의 목표이며, 디지털 시대의 현대 예술이 추구하는 궁극적 기대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