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의 초고령화는 빠른 속도로 초고령사회에 진입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고령인구의 일상생활을 지지하는 도시·근린 환경에 대한 계획적 대응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60~69...
한국 사회의 초고령화는 빠른 속도로 초고령사회에 진입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고령인구의 일상생활을 지지하는 도시·근린 환경에 대한 계획적 대응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60~69세를 중심으로 한 신노년층은 은퇴 이후에도 비교적 높은 활동성, 자립적 생활 유지 의지, 디지털 기기 활용 능력을 보이는 집단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러한 특성은 신노년층의 생활권을 돌봄 중심의 취약 집단으로만 규정하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준다. 오히려 이들의 일상은 소비와 이동, 사회적 참여가 서로 얽혀 조정되는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러한 결합된 생활 전략의 관점에서 분석될 필요가 있다. 동시에 식료품 온라인 쇼핑과 음식 배달 서비스 등 디지털 식품환경의 확산은 식품 접근성과 구매 행태를 변화시키며, 오프라인 상권과 근린 보행을 재구성할 잠재력을 갖는다. 그러나 기존 보행 연구는 대체로 안전, 무장애 또는 운동량 중심으로 논의가 수렴되는 경향이 강했고, 식품환경 연구 또한 거리, 시설 수, 밀도와 같은 물리적 점포 접근성 지표에 집중해 왔다. 식사 해결과 식재료 확보라는 필수 활동을 목적으로 발생하는 보행을 통합하여 분석 단위로 다루는 연구가 제한적이었으며, 온라인 식료품 쇼핑이 신노년층의 식품보행(food walking)을 대체하는지 혹은 보완하는지에 대한 국내 실증 연구 또한 충분하지 않았다.
본 연구는 이러한 문제의식에 기반하여, 신노년층의 식생활, 식품활동, 보행, 그리고 디지털 식품활동이 결합하여 식품보행의 구조를 어떻게 형성하는지를 실증적으로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고령친화도시 및 건강도시 관점에서 근린 식품환경의 해석 틀과 계획적 함의를 제시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본 연구에서 식품보행은 외식, 식료품 구매, 음식 포장을 위해 발생하는 보행 행위로 정의되며, 신노년층의 건강, 자립, 사회적 관계를 매개하는 일상적 실천이자 독립적인 보행 단위로 개념화하였다.
연구의 사례지역은 서울시 마포구 망원동으로, 전통시장(망원시장·망원월드컵시장), 동네 슈퍼마켓, 독립 식품점, 카페, 식당이 혼재한 근린 상업환경을 갖추고 있으며, 단독주택, 다세대·연립주택, 아파트가 공존하는 혼합 주거지 구조를 보인다. 본 연구는 망원동에 거주하는 신노년층 54명을 대상으로 7일간의 식품환경일지를 수집하였고, 일지에는 식사 장소, 동반자, 준비 방식, 식품통행(외식, 식료품 구매, 음식포장), 교통수단, 식료품 온라인 쇼핑, 음식 배달 서비스 이용 등이 기록되었다. 또한 설문조사와 GIS 기반 공간자료를 결합하였다. 정량 분석 결과의 맥락을 심층적으로 해석하기 위해 온라인 이용자 중 대비되는 식품보행 특성을 보이는 참여자와 유형별 대표 참여자에 대한 심층 인터뷰를 수행하였다. 본 연구의 분석은 정량 분석을 중심으로 구성되었으며, 정성 분석은 정량 분석에서 포착하기 어려운 생활 맥락과 선택 논리를 해석하기 위해 수행되었다.
정량 분석에서는 기초통계와 하위집단 비교를 통해 신노년층의 식생활 및 식품보행 구조를 기술하고, 온라인 이용자(N=22)와 비이용자(N=32) 간 평균값 비교, 준탄력성 및 로그-로그 회귀를 활용한 온라인-오프라인 관계 분석을 수행하였다. 또한 주간 통행 시퀀스, 생활권 범위, 식품시설 결합 패턴을 비교 분석하였다. 정성 분석에서는 온라인 이용자 중 오프라인 식료품 구매 보행 수준이 대비되는 두 사례를 선정하여, 식품환경일지 기반 행태 비넷과 심층 인터뷰를 결합해 정량 결과가 형성되는 생활 맥락을 해석하였다. 더 나아가 식품활동, 보행, 디지털 이용 패턴을 통합한 규칙 기반 유형화를 적용하여 6개 식품통행 유형을 도출하고, 유형별 구조와 차이를 식품보행의 관점에서 종합적으로 분석하였다.
연구 결과는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첫째, 신노년층의 끼니별 식사 구조는 하루 전체를 통틀어 동일한 방식으로 유지되기보다, 시간대에 따라 서로 다른 식생활 전략이 조합되는 양상으로 나타났다. 아침 식사는 대체로 가정 내 직접 조리를 통해 해결되는 비중이 높아 비교적 안정적이고 규칙적인 식사로 나타났으며, 점심 식사는 가정, 직장, 식당 등 다양한 장소로 분산되면서 외식 비중이 증가하였다. 저녁 식사는 다시 가정식 비중이 높아지는 경향을 보였으나, 외식, 포장, 배달이 일정 비율로 병행되면서 가정식과 외부식이 혼재하는 구조가 관찰되었다. 혼밥은 주로 자택 등 개인적 성격이 강한 공간에서 주로 이루어지고, 동반식사는 음식점, 구내식당, 가족 주거지, 종교시설 등 사람들과의 상호작용이 발생할 수 있는 공간에서 상대적으로 빈번하게 발생하였다.
둘째, 식료품 온라인 쇼핑과 음식 배달 서비스는 신노년층의 식생활에서 주요 채널이라기보다 보조적이면서 반복적으로 활용되는 수단으로 나타났다. 설문조사에서는 온라인 채널을 주 식품 구매 수단으로 선택한 비율이 10%이하로 낮았으나, 주간 식품환경일지 분석에서는 약 40% 참여자가 주 1~4회 수준으로 식료품 온라인 쇼핑을 수행하고 있었다. 온라인 구매 품목은 가공식품, 간편식, 과일 중심으로 나타났고, 구매 채널은 대형마트 온라인몰보다는 일반 온라인 쇼핑몰에 집중되는 경향을 보였다. 음식 배달 서비스는 다수의 참여자가 이용하지 않았으며, 이용한 경우에도 특정 음식군 중심으로 제한적이었다.
셋째, 식품보행은 외식과 식료품 구매라는 두 축으로 구조화되어 있었으며, 여기에 음식포장 보행이 보조적으로 기능하는 행태로 나타났다. 전체 식품통행은 주당 약 7.5회/인, 약 169분/인, 식품보행은 주당 약 4.8회/인, 약 63분/인 수준으로 나타났다. 특히 전체 식품통행의 약 2/3가 보행으로 수행되어, 식생활 전반에 보행기반 식생활 시스템이 강하게 작동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러한 결과는 기존 연구에서 식품 관련 활동을 목적 보행이나 필수적 활동의 하위 범주로 다루어 온 접근과 달리, 본 연구에서는 식품보행을 식생활이라는 기초적인 필수활동을 중심으로 구성된 독립적인 활동 으로 재정의했다는 점에서 차별점이 있다.
넷째, 다음은 식품보행의 특성으로서 외식보행은 ‘집-식당’뿐 아니라 ‘직장-식당’ 경로에서도 강하게 발생하여, 신노년층의 경제활동이 식품보행의 중요한 발생 조건으로 작동함을 보여주며, 개인적 식사 해결을 넘어 사회적 관계 형성과 되어 있다. 반면, 식료품 구매 보행은 주로 가정에서 출발해 전통시장, 동네 슈퍼마켓, 독립 식료품점 등 근린의 신선식품 거점으로 이동하는 형태로, 평균적으로 1회당 약 13분 내외의 보행이 이루어지는 비교적 정형화된 일상 보행이다. 음식포장 보행은 근린의 전통시장, 식당, 카페 등에서 음식을 가정으로 가져오기 위해 발생하는 초단거리 보행으로, 1회당 약 9분 내외의 이동이 거의 전적으로 도보로 수행되었다.
다섯째, 온라인 식료품 쇼핑 이용 여부에 따른 비교 분석에서는 대체보다 보완적 결합의 경향이 평균적으로 더 강하게 관찰되었다. 온라인 이용 집단은 비이용 집단에 비해 오프라인 식료품 구매 횟수, 장보기 비율, 식품보행 비율이 유의하게 높았으며, 외식 비율은 낮게 나타났다. 본 연구의 결과는 온라인 이용 자체가 오프라인 보행을 증가시키는 인과 효과라기보다, 가구 내에서 식품 구매를 주도적으로 담당하는 집단에서 온라인과 오프라인 활동이 함께 활성화되는 결합 양상으로 해석하는 것이 더 적절하다. 즉, 온라인 이용자는 이미 전통시장, 근린 식품점 등 오프라인 식료품 구매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집단이며, 온라인 쇼핑은 이들의 식품 구매 책임을 보완하는 수단으로 식품보행과 보완적으로 결합한다. 사례 분석은 정량 분석을 내용적으로 뒷받침한다. 보완과 대체의 경향을 높게 보이는 참여자들에게 식품보행은 식료품 온라인 쇼핑으로 가벼워지면서, 식품 거점 공간은 다양한 가로의 경험을 요구하고, 대형마트와 같은 대규모 식품 구매 시설은 온라인으로 대체되는 맥락을 읽을 수 있었다.
여섯째, 규칙 기반 유형화 결과 신노년층의 식품통행은 저식품통행형, 근린장보기형, 온라인 보완형, 외식통행 중심형, 포장통행 중심형, 혼합형의 여섯 가지 유형으로 분화되었다. 특히 온라인 보완형과 외식통행 중심형은 전체의 약 절반 이상을 차지하며, 평균적으로 높은 식품보행 수준을 유지하는 유형으로 나타났다. 반면, 저식품통행형은 대량구매와 기동수단 의존이 결합된 조건에서 식품보행이 축소되는 양상을 보였다. 이러한 결과는 신노년층의 식품통행이 단일한 평균적 행태로 설명되기보다는, 식품 획득 방식과 이동 조건의 차이에 따라 강도와 구조가 연속적으로 분화되어 있는 이질적 통행 패턴으로 나타남을 시사한다. 본 연구는 이러한 이질성을 자립적 식생활 수행 방식의 연속적 스펙트럼으로 해석하고, 이에 따라 식생활 지속가능성이라는 보행과 직접 연결된 기준을 중심으로 한 유형 구분을 제시한다. 이는 식품보행을 단순한 저보행(신체활동 저하)의 문제가 아니라 식생활 유지의 취약성 문제로 재해석함으로써, 고령친화도시, 건강도시, 먹거리계획을 하나의 분석 틀로 연결할 수 있는 유형화 기반 접근을 제공한다.
본 연구의 근린계획적 시사점은 첫째, 근린계획의 분석 단위를 걷기 일반이 아니라 식생활을 가능하게 하는 식품보행 중심으로 전환할 필요성을 제기한다는 점에 있다. 식품보행은 운동이나 이동의 부수적 행위가 아니라, 식재료 확보와 끼니 해결을 위해 반복적으로 수행되는 필수적인 생활보행으로서, 근린계획은 보행 환경의 질을 평가할 때 단순한 보행로의 연속성이나 안전성뿐 아니라 식품 획득이라는 생활 수행 조건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둘째, 식품보행은 단일한 이상적 모델로 수렴되기보다 식품보행의 스펙트럼을 이루며 유형 간 전환 가능성과 그 조건을 계획적으로 검토할 수 있는 영역을 형성한다. 이는 근린계획이 특정 유형을 규범적으로 지향하기보다, 가정 내 역할, 이동수단 자원, 근린 식품환경 구성에 따라 서로 다른 식생활 수행 방식이 유지·전환될 수 있는 조건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라는 질문으로 확장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셋째, 디지털 기술의 확산은 식품보행을 약화시키는 외생적 요인이 아니라, 물리적 보행 환경과 상호보완적으로 결합될 수 있는 계획적 변수로 재해석될 수 있다. 온라인 식료품 쇼핑과 배송은 무거운 물품 구매 부담을 분산함으로써 오프라인 식품보행의 지속성을 지지할 수 있으며, 이에 따라 근린계획은 디지털 서비스의 이용 여부 자체보다, 이를 수용하고 매개하는 주거 인프라와 근린 식품 거점의 공간적 조건을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식품보행은 고령친화도시, 건강도시, 먹거리계획을 분절적으로 병치하는 대신, 신노년층의 실제 생활 수행을 중심으로 통합적으로 재구성할 수 있는 핵심 매개로 기능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진다.
본 연구의 의의는 다음과 같다. 첫째, 식품보행이라는 개념을 통해 보행 연구와 식품환경 연구를 연결하고, 근린계획에서 식생활 수행을 고려한 보행 분석 단위를 제시하였다. 둘째, 온라인 식품활동과 오프라인 식품보행의 관계를 대체·보완의 이분법을 넘어 구조적 결합의 관점에서 실증하였다. 셋째, 혼합연구 방법을 통해 신노년층의 식품보행을 평균값이 아닌 유형과 스펙트럼으로 분석할 수 있는 실증적 틀을 제시하였다. 한편, 본 연구는 단일 지역과 일주일간의 자료에 기반한 사례연구로서 일반화에 한계가 있으며, 온라인 이용과 식품보행의 관계 또한 인과 효과라기보다 동시적 결합 양상을 확인한 결과에 가깝다. 향후 연구에서는 복수 지역 비교와 장기 패널 자료를 통해 식품보행의 지속성과 전이를 더욱 정교하게 검증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