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논문은 도시의 끝없는 욕망이 만들어낸 풍부한 공산품들로 넘쳐나는 이 시대는 과연 어떤 모습인지, 즉 도시를 초상화로 그린다면, 그 모습은 어떻게 표현되고, 어떤 욕망을 함의하고 있...
본 논문은 도시의 끝없는 욕망이 만들어낸 풍부한 공산품들로 넘쳐나는 이 시대는 과연 어떤 모습인지, 즉 도시를 초상화로 그린다면, 그 모습은 어떻게 표현되고, 어떤 욕망을 함의하고 있을지에 관한 문제의식에서 모색된 작품에 대한 분석과 연구이다.
본 연구자는 현대인의 ‘소비하는 삶’에 관한 단상을 화장품이라는 공산품이 쌓여있는 형태를 차용하여 작품에 표현하고자 했다. 그래서 작품에는 화장품 용기의 집적 형태에서 오는 압도감으로 도시의 모습과 도시인의 삶이 작품 속에 담겨져 있다. 본고에서는 이를 조명하기 위해 현대사회의 특징을 ‘소비의 사회’로 규정한 장 보드리야르의 ‘소비사회론’을 중심으로 그 작품들을 살펴보았다. 보드리야르 이론의 핵심은 사물이 그것의 사용 가치가 아닌 상징가치로서 기호화되고 그 기호가 소비된다는 것에 있다. 사물은 자본주의 시장논리에 따라 이윤 창출의 극대화라는 목적성을 갖고 사회와 기업에 의해 제작되는 광고를 통해 그 의미가 만들어지게 된다. 즉 사물은 조장된 의미를 띄며 기호화되고 인간화되는 반면 그것을 소비하는 인간은 주체성을 상실하고 소비를 위한 수단이 되었다. 이처럼 현대사회는 인간, 집, 도시 등 모든 것이 소비의 대상이 되고, 그것에 덧입혀진 기호에 의해 평가되는 사회라고 할 수 있다.
본 연구자의 작품을 이러한 보드리야르의 프레임을 통해 살펴본 결과 ‘소비 욕망의 도시 풍경’의 다양한 의미가 펼쳐졌다. 우리가 살고 있는 실제 이 도시에서 ‘도시화(Urbanism)’는 어떤 모습으로 진행되고 있는지, 도시 안에서 욕망의 기호로서 끝없이 높게 지어지는 건물들, 그리고 그것들이 모여서 형성하는 도시의 ‘마천루(Skyscraper)’, 소비 욕망의 대상물이 되어버린 현대인의 대표적 주거공간인 ‘아파트’, 소비 욕망이 인공의 ‘빛’으로 표출되는 밤의 도시 풍경에 대해 살펴봄으로써 본 연구자의 작품에 나타난 도시화의 의미를 되새기고 상품화된 도시, 대량 생산 빌딩, 부의 상징으로서의 아파트, 화려한 빛의 네온사인, 또한 사회와 기업에 의해 덧입혀진 기호의 소비를 상징하고 있음을 찾을 수 있었다.
아울러 소비사회를 주제로 한 시각 예술 작품 사례를 중심으로 선행 작가연구가 이루어졌다. 먼저, 현대 소비 사회를 드러내는 현대 미술의 대표적 흐름인 ‘팝 아트(Pop Art)’의 시작과 그 내용을 살펴보고, 소비사회를 비판적으로 분석한 장 보드리야르의 시각에서 바라본 팝 아트에 관해 연구,분석한 후, 팝 아트의 대표적 작가인 앤디 워홀의 작품에 드러난 소비 사회의 모습을 살펴보고 본 연구자의 작품과 비교하여 형식적, 내용적 공통점과 차이점등을 분석했다. 또 플라스틱 용기나 폐품과 같이 대량 생산된 소비산물의 퇴적물을 소재로 제작되어진 토니 크랙의 작품과, 소비 욕망을 자극하는 도시 풍경을 극사실주의 기법으로 표현한 리처드 에스테스의 작품을 통해 소비사회의 풍경을 재조명했다. 이러한 선행 작품 연구를 통해 인간의 끊임없는 소비, 도시화의 현상, 즉 ‘소비 욕망의 도시 풍경’이라는 주제로 이루어진 본 연구자의 작품의 의미를 찾을 수 있다.
한편 본 연구자가 작품을 제작할 때 주로 활용하는 스크린 판화 기법은 공장에서 대량 생산하는 방식과 동일하게 볼 수 있기 때문에 복수 제작된 에디션은 작품의 제작방식과 작품의 주제를 아우르는 꽉 채워진 화장품 용기들, 즉 대량 생산품의 생산방식이 상통한다는 데 그 의미를 둘 수 있다.
또한 이렇게 복수로 제작된 에디션을 작품의 디스플레이에 연결시켜 대량생산품의 풍부한 이미지를 시각적으로 극대화 시킨 것은 빽빽한 화장품 용기가 상징하는 복잡한 도시 안에서 획일적이고 몰개성화 되며 원자화된 개인, 물화된 인간의 삶을 드러내는 데 그 의의가 있다.
결국 화장품 용기들의 이미지로 꽉 채워진 본 연구자 작품들은 광고를 통해 만들어진 기호가 끊임없이 소비되고 채워지는 ‘현대 소비 사회의 자화상’이자, 풍부함과 화려한 색채로 끊임없이 새롭게 도시화 되는 ‘사회 현상을 담은 풍경화’이며, 이 시대의 대표적 공산품을 담은 ‘시대의 정물화’라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