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에서는 전북을 지역적인 범위로 설정하여, 초기철기시대 무덤의 양상과 전개과정을 고찰하였다. 전북지역은 익산 일대에서 다수의 청동유물이 발견되면서 청동기문화의 중심지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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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연구에서는 전북을 지역적인 범위로 설정하여, 초기철기시대 무덤의 양상과 전개과정을 고찰하였다. 전북지역은 익산 일대에서 다수의 청동유물이 발견되면서 청동기문화의 중심지로 ...
본 연구에서는 전북을 지역적인 범위로 설정하여, 초기철기시대 무덤의 양상과 전개과정을 고찰하였다. 전북지역은 익산 일대에서 다수의 청동유물이 발견되면서 청동기문화의 중심지로 일찍부터 주목받아 왔으며, 이후 전주·완주일대 발굴조사를 통해 대규모 유적군이 확인되어 그동안 실체가 확실치 않았던 초기철기문화의 전반적인 양상을 파악할 수 있게 되었다.
전북지역의 초기철기문화는 청동기시대 송국리형문화의 전통 속에서 출현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청동기시대의 대표적인 문화 양상은 전주와 익산 일대의 송국리형묘제를 사용하는 집단과 고창지역의 지석묘를 사용하는 집단으로 나눌 수 있으며, 두 집단에서 이른 시기의 초기철기시대 문화가 나타난다. 그러나 지석묘 중심권역에서는 청동기가 출토되는 예가 거의 없으며, 초기철기문화도 발전하지 못한다. 이는 분포권을 달리하는 지석묘문화가 초기철기시대까지 상당기간 지속되었음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반면, 송국리형묘제를 사용하는 집단에서는 초기철기문화가 같은 권역에서 계속 발전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어 재지세력이 중심이 되어 초기철기문화가 발전한 것으로 해석된다.
초기철기시대 유적은 만경강을 중심으로 서부평야지대에 주로 분포하고 있으며, 무덤의 유형은 토광묘와 옹관묘, 적석목관묘로 구분되는데, 이 가운데 토광묘가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되었다. 출토된 유물은 점토대토기와 흑도장경호를 비롯하여 다뉴경과 간두령·철기류 등 다양하며, 점토대토기·조합식우각형파수부호·세형동검·다뉴경 등의 형식변화를 통해 편년의 기준을 삼을 수 있다. 또한 원통형토기나 간두령·동촉·철도자·철모·철겸 등은 요동이나 서북한지역, 영남지방과 대외교류나 교차편년의 근거가 된다.
전북지역 초기철기시대의 분묘는 무덤의 유형과 공반유물을 바탕으로 크게 4기로 구분된다. Ⅰ기는 기원전 3세기 중반을 전후한 시기로 전북지역에 초기철기시대 문화가 유입되는 단계이다. 익산 다송리와 구평리, 전주 여의동과 중인동·중화산동, 군산 둔율, 정읍 정토, 고창 왕촌리와 죽림리유적을 들 수 있으며, 토광묘가 주로 조성되지만, 송국리형묘제인 석개토광묘와 석관묘·지석묘에서도 초기철기시대 유물이 출토된다. 금강과 접한 익산 구평리나 오룡리유적에서는 점토대토기·흑도장경호와 함께 조문경·세형동검 등의 청동기가 부장되지만, 중인동·중화산동유적 등 전주 남부지역과 서해안일대에서는 토기류만 출토되거나 유물이 빈약하여 지역에 따라 청동기의 유입시기는 다른 것으로 보인다.
Ⅱ기는 초기철기문화의 발전기로 전주·완주 일대가 중심지로 부각되는 시기이다. 기원전 2세기 초반을 중심시기로 볼 수 있으며, 유구는 토광묘가 다수를 이루는데, 목관의 사용이 증가하고, 세문경이 본격적으로 제작된다. 원장동 1호와 덕동 D-1호, 신풍 나-23호와 같이 부장품이 풍부한 수장층의 무덤이 조성되며, 점차 계층이 분화되는 양상이 나타난다.
Ⅲ기는 기원전 2세기 중후반을 중심으로 하는 초기철기문화의 융성기이다. 완주 갈동유적과 신풍유적이 중심을 이루며, 목관의 사용율이 현저히 높아지고, 다른 유구들에 비해 월등히 큰 규모의 무덤이 조성되어 계층분화가 더욱 뚜렷해진다. 철기와 유리가 등장하고, 토기는 대형화되며 기종이 다양해진다. 또한 동일한 문양의 세문경이 대량 제작되면서 완주 일대의 세문경이 전국적으로 확산되는 등 외부와의 교류가 활발했던 시기이다.
Ⅳ기는 초기철기문화의 쇠퇴기로 중심을 이루는 대규모 유적이 조성되지 않는다. 동경과 청동제품은 소멸하고, 세형동검은 세신화되어 쇠퇴기의 양상을 보이며, 단조철겸과 철모, 시루와 봉상파수가 등장한다. 토광묘와 이옹횡치 옹관묘가 사용되며, 기원전 2세기 말에서 기원전 1세기 전반경으로 편년된다.
초기철기시대의 역사적인 배경은 마한에 해당하며, 마한의 시점에 대하여 점토대토기나 세형동검의 시작과 연관시키거나 철기의 출현으로 보는 등 견해가 다양하다. 마한의 시작을 단정지을 수는 없으나, 대전 괴정동이나 화순 대곡리, 함평 초포리 등 단독으로 확인된 분묘유적을 소국으로 상정하기에는 사회상을 살필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 전북지역에서 확인된 유적을 통해서 마한의 성립시기를 추정해 보면, 일정한 범위권 내에, 수장층이 있는 일정 규모의 유적이 지속적으로 조성되고, 유적간 차등이 발생하며, 계층의 분화양상이 나타나는 Ⅱ기를 마한의 본격적인 시작으로 볼 수 있다.
또한 마한의 형성은 준왕의 남천과 밀접한 연관을 가지고 있어 고고학적 자료를 중심으로 서북한지역과 서남부지역의 양상을 검토해 보았으나, 지금까지 확인된 자료로 봤을 때, 준왕세력의 남하로 미친 여파는 그다지 크지 않은 것으로 해석된다. 서남부지역에서는 다량의 청동기가 부장된 수장급의 무덤이 확인되지만, 서북한지역에서는 수장급의 유구가 확실치 않으며, 두 지역의 연관성을 살펴볼 수 있는 세형동검과 다뉴경 역시 요동지방의 문화요소가 금강유역에서도 확인되고 있어 서북한에서 서남부지역으로 영향을 미쳤다는 근거를 찾기가 어렵다. 이외에 준왕 집단의 남하와 관련된 고고학적 근거로는 철기를 들 수 있는데, 당시 철기는 두 지역 모두 수량이 빈약한 편이며, 위신제로 볼 수 있는 유물이 없고, 철기의 등장으로 인해 유물의 부장양상이나 전체적인 유적의 성격에는 별다른 변화상이 나타나지 않는다.
전북지역에 대규모 유적이 조성된 배경에 대해서는 기원전 3세기 후엽경에 완주 지역에 정착한 상림리집단의 청동기 제작기술, 전주권역에서 접근이 어렵지 않은 동광산과 석재 산지, 만경강을 이용한 내륙수로와 해양문화의 발달을 근거로 들 수 있다.
초기철기시대는 청동기시대에 비하여 확연한 물질문화의 변화가 이루어진다. 그러나 외부에서 이주한 세력이 중심이 되어 문화가 바뀌었다는 것은 적어도 전북지역의 고고학적 양상으로는 증명하기 어렵다. 이 지역에서는 송국리형문화의 분포권과 초기철기시대 유적의 분포범위가 유사하고, 송국리형문화에서 초기철기시대로 이어지는 주거지와 분묘의 변화 양상이 파악되며, 청동기의 자체적인 발전 과정을 살펴볼 수 있다. 따라서 전북지역의 초기철기문화는 토착민이 중심이 되어 외부문화요소가 융합·발전한 것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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