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논문은 그동안 기술과 경제의 연관성에 대한 기존 연구가 부족한 점, 기술의 개별적 발전 사례에만 입각되어 기술사 연구가 진행된 점, 산업혁명에 대한 역사적 인식이 미비한 점 등을 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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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논문은 그동안 기술과 경제의 연관성에 대한 기존 연구가 부족한 점, 기술의 개별적 발전 사례에만 입각되어 기술사 연구가 진행된 점, 산업혁명에 대한 역사적 인식이 미비한 점 등을 고...
본 논문은 그동안 기술과 경제의 연관성에 대한 기존 연구가 부족한 점, 기술의 개별적 발전 사례에만 입각되어 기술사 연구가 진행된 점, 산업혁명에 대한 역사적 인식이 미비한 점 등을 고려하여 장기파동이론을 토대로 산업혁명의 과정을 분석했다. 장기파동이론은 역사적 관점에서 자본주의 체제의 변화를 설명하고 있고, 그 변화의 원인을 ‘기술’에 두고 있기 때문에 경제와 기술을 동시에 살펴볼 수 있다. 더 나아가 1980년대부터는 주로 선진국의 경제발전을 설명했던 장기파동이론에서 개도국에 관한 내용이 언급되면서 그 적용의 폭이 넓어졌다. 따라서 한국의 산업화 과정에서도 장기파동이론이 실질적으로 접목가능한지 분석해 보는 데 본 논문의 목적이 있다.
장기파동이론은 소련의 콘드라티예프에 의해 등장했는데, 그에 의하면 자본주의 경제에서는 일정한 균형의 패턴이 반복해 나타난다. 즉 콘드라티예프는 자본주의 경제가 약 50-60년마다 비슷한 주기를 형성해 발전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하지만 그 당시만 해도 장기파동이론은 주류 경제학에서 인정받지 못했고, 1930년대 슘페터가 이를 다시 주장하면서 새롭게 주목받기 시작했다.
슘페터는 시간이 거듭될수록 자본주의 경제가 장기파동의 모습을 그리고 있음을 확인했고, 각 주기의 원동력을 ‘혁신(innovation)’에 두었다. 콘드라티예프가 기술변화의 중요성을 인식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이를 경제의 외부에서 주어지는 것으로 파악한 것과 대비하여 슘페터는 기술혁신을 자본주의 경제 내에서 질적 전환을 일으키는 요소로 두었다.
슘페터에 의하면 혁신은 자본주의 경제발전을 내적으로 추동하는 힘이며, 이는 발견이나 발명과는 또 다른 것이다. 더욱이 그에 따르면 그동안의 자본주의 역사 안에서 일어난 장기파동의 특징은 기술혁신의 등장으로 새로운 산업이 출현하고 기존의 산업은 도태하는 형태를 보이고 있다. 그리고 슘페터는 새롭지만 위험부담이 큰 혁신을 끊임없이 만들어내는 기업가들의 역할을 강조하며 이들의 창조적 파괴행위가 자본주의 경제를 이끈다고 설명한다.
슘페터가 강조한 혁신, 창조적 파괴, 기업가, 경쟁 등의 개념은 기술변화가 자본주의 경제구조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는 데 중요한 관점을 제공해 주었다. 그 이후 슘페터 이론을 계승한 네오슘페터리언들이 등장했고, 이들의 장기파동이론은 슘페터의 혁신이 군집하여 일어난다는 가설에 동조한 ‘혁신 군집론’, 그 혁신 아래에 있는 기술에 주목해야 한다는 ‘신기술 시스템론’, 기술과 그 사회 안의 제도, 금융 등을 하나의 패러다임으로 보아야 한다는 ‘기술경제 패러다임론’으로 나뉘었다.
특히 페레즈의 기술경제 패러다임 이론은 이전 파동의 성숙단계 때 기술이 주변국으로 확산되는 것에 주목하면서 기존 연구를 수정 및 확대했다. 다시 말해 페레즈의 이론에 의하면 기술 중심국의 성숙단계에는 자국 내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르기 때문에, 비교적 저렴한 시장으로 수출이 이루어져 상품과 기술이 확산되는 현상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주로 통신, 인프라 기반 등이 개도국으로 확산되었는데, 이러한 현상은 주변국의 경제 및 기술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역사적으로 보면 1870년대 이후 독일과 미국이 이를 경험했고, 1970년대 이후에는 대만, 한국 등에서 유사한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그런데 주변국 중에서도 괄목할 만한 성장이 가능했던 국가가 한정적이었던 이유는, 기술의 확산이 일어날 때 이를 받아들일 수 있는 과학기술 인력, 인프라, 제도 등이 갖추어진 국가일 경우에 한해서 발전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이처럼 페레즈는 기존의 장기파동이론이 선진국의 경제발전에 국한되어 설명되었던 것을 넘어 개도국에서도 해당 이론이 적용 가능함을 시사했다. 또한 그는 경제뿐만 아니라 정부정책, 금융제도 등을 하나의 패러다임으로 인식한 뒤 이러한 패러다임의 전환을 새로운 장기파동의 시작으로 보았다. 개도국의 경우에는 정부주도의 경제발전이 이루어진 경우가 많기 때문에 각국의 산업화 과정을 설명하는 데 제도적 부분이 매우 중요하다. 결국 필자는 페레즈의 장기파동이론이 선진국으로부터의 기술 확산에 따른 주변국의 경제발전 그리고 경제와 제도 등의 복합적 분석을 중점을 둔데 착안하여 이를 바탕으로 우리나라의 산업화 과정을 설명하고자 했다.
먼저 페레즈가 구분한 장기파동의 네 가지 기본단계(난입단계, 광란단계, 시너지단계, 성숙단계)를 기준으로 1960년대 이후 우리나라의 산업화 역사를 분석했다. 난입단계(irruption phase)를 예로 들자면, 우리나라 기술경제 패러다임의 난입단계는 주로 미국, 유럽, 일본으로부터 이미 성숙된 기술을 도입하는 방식이었다. 또한 ‘제1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과 ‘제1차 기술진흥 5개년 계획’ 등 관련 제도를 난입단계에서부터 동시에 구축하면서 국가 주도의 빠른 성장을 이룩해 나간 것이 선진국과의 차이점이다.
다음으로는 기술경제 패러다임을 구성하고 있는 ‘기술-경제적’ 하위체계와 ‘사회-제도적’ 하위체계의 정합 및 부정합 관계에 따라 우리나라의 경제가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살펴보았다. 실제로 1970년대와 1980년대는 우리나라의 기술력이 본격적으로 상승함과 동시에 과학기술과 관련된 제도적 틀(frame work)이 마련되면서 고도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할 수 있었다. 대표적으로 1976년부터 우리나라는 경공업에서 중화학공업으로의 전환을 시도했고 광업, 금속, 기계, 조선, 화공, 섬유, 전기 등을 전략분야로 선정하면서 기술력 강화에 힘썼다. 더욱이 정부는 1970년에는 정부의 연구개발예산을 확대하고, 전략산업에 대해 금융지원을 함으로써 기술개발과 제도 확립을 함께 추진해 나갔다.
반면 1980년과 1998년은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했던 해이다. 바로 발전의 불균형, 중화학공업에 대한 과잉 중복 투자, 빠른 기술력 향상과 상반된 퇴행적 금융제도 등으로 인한 부정합 관계로 경제성장률이 하락한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특유의 정부주도 방식 아래 제도적 혁신을 진행했고 이로써 빠르게 위기를 극복했다. 그 이후 우리나라는 정보통신기술을 기반으로 기술개발을 추진했고, 정부조직도 이를 위주로 재편해나갔다. 또한 ‘과학기술기본계획(2002-2006)’을 제정하면서 미래유망 신기술의 중요성을 본격적으로 논의하고 기술개발에서부터 기술혁신 및 확산에 이르기까지 전주기적 성과관리 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IT강국으로서의 면모를 갖추어 나가고 있다. 마침내 한국은 기존의 장기파동을 학습하고 따라가는 입장이 아니라 제5차 장기파동을 함께 이끌어 가게 된 것이다. 결과적으로 기술력, 제도, 사회적 환경 등이 뒷받침될 때 경제성장이 이루어짐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최근 우리나라에 불고 있는 ‘제4차 산업혁명’ 열풍에 대해서는 다시금 생각해볼 필요가 있는데, 그 이유는 현재의 위치가 제3차 산업혁명 즉 제5차 장기파동의 성숙단계인지 아니면 제4차 산업혁명의 난입단계인지 조차 분석이 이루어지지 않았으며, 각 장기파동의 특징 또한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제4차 산업혁명에 대한 막대한 예산 투자나 과열된 홍보는 오히려 현재의 저성장을 지속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역사적 관점에서 현재의 단계가 어디인지 제대로 분석을 해야 하는 것이 우선시 되어야 할 것이다. 이에 따라 기술-경제적 부분을 먼저 강화해야 하는지 아니면 사회-제도적 부분을 정립해야 하는지를 판단해야만 그 간극을 최소화할 수 있다. 결국 기술경제 패러다임 이론에 따라 현 시대가 패러다임이 변화되고 있는 시점인지는 더 깊은 논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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