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의제는 사태(事態)의 단면, 개념 또는 구성요건 등과 같이 사회적 현실 또는 규범 속에서 이미 존재하고 있는 어떠한 상태(의제대상)와 관련하여, 이러한 상태 속에서 존재하고 있는 사정...
법의제는 사태(事態)의 단면, 개념 또는 구성요건 등과 같이 사회적 현실 또는 규범 속에서 이미 존재하고 있는 어떠한 상태(의제대상)와 관련하여, 이러한 상태 속에서 존재하고 있는 사정들(예를 들어 용어의 의미 또는 법적 효과)을, 이러한 상태와 비교하여 실재하지 않거나 동일하지 않은 실체 내지 요건(의제기초)에 귀속시키거나 또는 이러한 상태에서 존재하고 있었던 사정들을 배제함으로써, 사회적 현실의 기준이나 규범적 기준에 따라 실재하지 않는 것으로 평가된 것을 실재하는 것처럼 다루는 법적인 수단 또는 제도를 의미한다. 법의제의 특성은 유추, 법률상 추정과 유형화 등 법의제와 유사개념들에 대한 검토에서 보다 명확하게 드러난다. 이러한 법의제는 다양한 기준에 따라 분류할 수 있다. 독일에서 지속된 법철학 또는 법학방법론에서는 법의제를 크게 형식적인 준용의 의미로서의 의제, 특정 목적을 위해 진실과 상이한 내용을 표현하는 의제, 동일하지 않은 것을 동일하게 간주하는 법의제 등으로 나누어 논의하여 왔다. 또한 사법(私法)과 공법의 구별을 전제로 사법(私法)상 의제와 공법상 의제의 분류도 가능하며, 적용 영역에 따라서 법률의제 및 내부 입법절차에서의 의제, 법적용의제, 그리고 학문상 의제로 나뉠 수도 있다. 특히 법률의제는 정의적(定義的) 의제, 묵시적 준용 또는 축소로서의 의제 등과 같은 입법의 형식적 수단으로써 이용되며, 이 경우 법률용어를 간명하고 간결하게 표현하는 것에 기여하거나, 한편으로 가정형식을 통하여 법률관계를 합리적으로 확정시키거나 기존의 법체계에 대한 예외를 만들어내는 목적에 이용된다. 더 나아가 법률집행의 간소화 내지 절차신속화는 법률의제가 추구하는 상위의 목적으로서 자리매김 될 수 있다.
법의제 중에서도 입법자에 의한 입법의 표현수단으로 이용되는 법의제를 일컬어 법률의제라고 할 때, 공법 영역에서 적용되는 법률의제를 공법상 법률의제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공법상 법률의제는 우리 헌법상 기본권보장규정(헌법 제2장), 권력분립원칙(제40조, 제66조제4항, 제101조제1항), 포괄적 위임입법금지에 관한 규정(제75조, 제95조), 사법심사제도(제107조) 등의 규정들로부터 도출되는 법치주의 및 법률우위의 원칙 등을 토대로 하여 입법자의 광범위한 형성의 자유의 범위 내에서 공법 영역에서 매우 다양한 목적과 형태로 활용되고 있다. 독일과 일본에서는 전쟁이나 통일 등과 같은 동시대의 특유한 역사적 상황을 배경으로 하여 행정간소화와 신청당사자의 편익보장 등을 목적으로 허가의제를 적극적으로 도입ㆍ활용하였다. 특히 일본의 경우 인허가등의 의제를 일반적으로 규율하는 기본법을 제정하려는 시도가 있었으나 현실화되지는 못했다. 이러한 공법상 법률의제에 대하여 법규범 일반에 요구되는 목적 또는 법률이 지향하는 상위의 법적 가치를 얼마만큼 충족할 수 있는지를 정의의 이념, 법적 평화보장 이념을 중심으로 하여 규범적으로 평가하였으나, 법률의제의 존재나 구조 자체가 이러한 법적 이념들에 반하는 것으로 보기는 어려웠다. 더 나아가 이러한 법적 이념들은, 법규범 전체에 대해 적용되는 중요한 외부적인 한계로서 다른 모든 법규범들에 대해서 적용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개별적인 법률의제들에 대해서도 중요한 한계로 적용된다고 할 것이다. 또한 공법상 법률의제를 헌법상 차원에서의 평가해보았다. 공법상 법률의제를 형식적 입법수단으로서의 법률의제와 실체적 규율대상으로의 법률의제로 구별하여 법률상 규정의 확정성, 형식적 법치국가원리, 평등의 원칙, 비례성의 원칙, 법적 안정성, 법률의 내용상 확정성의 원칙 등을 통하여 순차적으로 평가하였지만 일단 법률의제의 내용이나 구조 자체가 이러한 헌법상 주요 원칙들에 상치된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오히려 이러한 헌법상 주요 원칙들의 의의를 고양시키는 기능을 수행하는 경우가 나타나기도 하였다. 그리고 이와 별도로 이러한 헌법상 기본적인 원리들이 공법상 법률의제에 대한 중요한 한계로서 작용함을 또한 알 수 있었다. 법률의제에 관한 헌법적 평가의 결정적인 준거점은 개별적인 의제규범의 대상과 목적에서부터 시작해야 하며, 이러한 구체적인 평가에 있어서 헌법상 원칙들은 여전히 중요한 의의를 가진다고 할 수 있다.
행정법상 법률의제는 공법 중에서도 헌법의 구체화법으로서 행정법에서 나타는 법률의제를 말한다. 행정법을 공법의 일부분으로서 행정주체의 직접적인 행정목적 달성을 위한 모든 활동을 규율대상으로 하는 법규들의 총체라고 할 때, 행정법은 행정작용, 행정절차, 행정구제 및 행정조직을 규율하게 되고, 이를 통해 행정주체와 시민 사이의 구체적인 개별적인 법적 관련성을 발생시키게 된다. 이에 따라 행정법상 법률의제는 행정주체의 행정목적 달성을 위한 모든 활동을 규율대상으로 하는 법규들 내에서 규정된 법률의제를 총칭하는 것을 의미하게 되며, 행정법의 주요 규율대상인 행정작용, 행정절차, 행정구제 및 행정조직 등에서 나타나는 법률의제를 의미한다. 하지만 행정법에서 가장 주요한 논의대상이 행정작용법관계라고 할 때, 행정법상 법률의제의 논의범주는 보다 구체적으로 행정주체가 개개의 권리주체에 행하는 개별적이고 구체적인 작용과 관련된 직ㆍ간접적인 규율사항을 법률상 의제하는 것으로 확정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행정작용을 대상으로 하는 행정법상 법률의제에 의하여 구체적이고 개별적인 법적 규율로서의 행정의 고유한 권한영역이 입법자의 입법형성의 자유에 의하여 침범당하는 결과에 이르게 될 수 있다. 이러한 긴장관계는 물론 행정의 법률적합성 원칙 및 법률우위의 원칙이라는 대전제에 따라 일정 정도 해소될 수 있다. 그러나 개별 사건의 정당성을 획득해야 하는 행정주체의 고유한 결정권한이라는 부분이 입법자에 의하여 축소되는 문제는 결국 입법, 사법(司法), 행정으로 구별되는 삼권분립의 원칙과의 긴장을 불러일으킬 수 있으며, 시민 등 관련주체의 기본권보호와 상충될 수 있다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 시민의 권리보호 실현의 이념과 행정능률의 실현이념을 주요하게 추구하는 행정법 영역에 있어서 개별사건에서의 정당성이 충분하게 확보되기 위해서는 공익과 사익 간의 구체적이고 개별적인 이익형량이 반드시 보장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행정법상 법률의제의 주요 목적으로는 개별법상 실체적 목표 달성, 절차신속화, 행정간소화, 존속보장 등을 꼽을 수 있다. 그리고 행정작용을 기준으로 세 가지 형태의 행정법상의 법률의제를 구별할 수 있는바, 특히 세 번째 유형인 복수(複數)의 행정작용 간의 법률의제의 내용상 요건으로서 첫째 의제기초와 의제대상 간의 최소 관련성이 확보될 것, 둘째, 명확한 규정을 통하여 예측가능성이 보장될 것, 셋째는 법률의제에 대한 충실한 이익형량이 보장될 것 등을 제시하였다. 더 나아가 행정법상 법률의제에 대해 일반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구체적인 심사기준으로는, 법률의제를 이루는 기본적인 사항들에 관한 본질적인 규율이 법률에 포함되어야 한다는 것, 법률의제의 규정은 명확해야 하며 내용상 확정될 필요가 있으며, 수범자의 이해용이성이 충실하게 확보되어야 한다는 것, 법률의 목적 달성에 있어서 법률의제가 적합한 수단인지 여부가 확정될 필요가 있다는 것, 법률의제의 핵심구성요소인 의제기초와 의제대상 간의 납득가능성 및 자의금지 원칙 등에 기반한 적절한 관련성이 확보되어야 한다는 것 등을 제시할 수 있다.
현행 국내의 공법상 체계에서 행정법상 법률의제가 적용되는 유형들로는 행정절차법상 법률의제, 행정구제법상 법률의제, 조세법상 법률의제, 공무원의 벌칙 적용에 관한 법률의제, 인허가의제를 중심으로 한 부동산공법상 법률의제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러한 행정법상 법률의제들은 각각의 의제목적과 의제기초ㆍ의제대상 간의 관련성의 내용, 관련되는 이익들 간 형량의 필요성, 법률의제의 수단적합성의 정도, 의제적 표현의 명확성이나 이해용이성의 요구 등의 정도가 다양하게 나타나며, 그에 따른 법적 평가도 달라질 수 있다. 특히 국내의 행정법상 법률의제 중에서도 복수(複數)의 행정작용 간의 법률의제에 속하는 인허가의제는 매우 다양한 형태로 도입ㆍ활용되고 있다. 이러한 국내의 인허가의제 제도는 행정법체계상 각기 다른 위상을 가지고 있는 행정작용들을 무리하게 포섭하고 있다는 점, 인허가의제가 행정법상 법률의제의 일종으로서 입법과정에서 충분한 이익형량과정이 필요하다는 점 등을 주요한 문제점으로 지적할 수 있다. 이에 대한 개선방향으로서 의제기초와 의제대상 간의 내용상ㆍ작용상 관련성을 평가하기 위한 기준과 양자간의 적용 범위를 구체적으로 확정함에 있어서 적용되어야 할 기준을 제시하였다. 무엇보다도 인허가의제를 도입하는 과정에서 입법자에 의한 이익형량이 사전적으로 이루어지도록 하는 제도적인 보장이 이루어져야 한다. 인허가의제 규정의 명확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규정체계를 정비하는 한편 개별법상 산재되어 있는 다양한 절차상 요건들을 통합하여 단일법에 규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할 것이다.
법률의제는 상이한 것을 단순히 형식적으로 동일하게 하거나 또는 동일한 것을 상이하게 취급하는 스스로의 구조로 인하여 공법체계 내에서도 제한된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뿐이다. 즉 법률의제는 사안의 현안 문제들을 근원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약간의 정당화를 통하여 특정 사례군들을 위한 문제해결로부터 일시적으로 유예될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예외적인 제도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법률의제는 국민의 직접적인 대표기관인 의회 입법자의 광범위한 형성의 자유에 포함되어 공법, 특히 행정법 영역에서 인허가의제를 중심으로 다양한 형태로 활용되어 왔다. 하지만 법률의제에 관한 입법자의 자유도 무한정으로 허용될 수는 없다. 무엇보다도 법률의제를 통하여 관련되는 공적 목표와 이로 인하여 침해될 수 있는 이익들 간의 적절한 형량이 보장되어야 한다. 특히 행정법상 법률의제가 헌법을 비롯한 공법적 체계 내에서 적법하고 정당하게 편입되기 위해서는 이에 관한 일반적인 원칙과 요건이 명확하게 정립될 필요가 있으며, 이에 따라 법률의제에 관한 입법자의 형성의 여지도 어느 정도는 제한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도 일관된 공법상 원칙 없이 오로지 절차신속화와 규제철폐 등을 앞세워 무분별하게 도입ㆍ운영되고 있는 국내의 인허가의제제도의 현황과 문제점을 감안하면, 이제는 이에 대해서도 기본적인 요건과 체계적인 관리를 위한 법적 근거의 마련이 절실하다고 판단된다. 다양한 사회적 가치가 충돌하고 있는 다원화된 이익사회에서, 가능한 대다수가 동의할 수 있는 바람직한 공익의 지향점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도출된 이러한 행정법상 법률의제의 제도가 스스로의 순기능을 강화하고 역기능 자체는 최소화할 수 있도록 하여 공법 체계 전체의 발전에까지 기여할 수 있는 중요한 공적 제도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제도 개선의 노력이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