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서는 신문ㆍ잡지가 문학시장의 역사에서 어떠한 기능을 수행했는지를 살펴보고자 했다. 문학시장은 기본적으로 문학텍스트의 교환 공간을 지칭한다. 이때의 교환은 매매와 같이 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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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 성균관대학교 일반대학원, 2013
학위논문(박사) -- 성균관대학교 일반대학원 , 동아시아학과 , 2013.8
2013
한국어
950 판사항(22)
서울
(The) formation of modern literary marketplace and the role of newspapers & magazines
iv, 190 p. : 삽화 ; 30 cm
지도교수: 한기형
부록: 1920년대 주요 작가 명단
참고문헌: p.176-1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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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서는 신문ㆍ잡지가 문학시장의 역사에서 어떠한 기능을 수행했는지를 살펴보고자 했다. 문학시장은 기본적으로 문학텍스트의 교환 공간을 지칭한다. 이때의 교환은 매매와 같이 경제적 이해를 전제한다. 다른 한편으로 문학시장은 수요ㆍ공급ㆍ가격을 구성요소로 하는 체제, 말하자면 문학의 시장경제를 뜻하거나 문학텍스트의 유통 과정을 의미하기도 한다. 생산과 소비, 유통을 각각 주도하는 작가와 독자, 양자를 매개하는 중개자(달리 표현하면, 교환 장치)로 말하면, 문학시장은 그 경제주체들의 활동 공간 내지 관계를 지시한다.
그런데 경제적 이해를 전제한 문학텍스트의 교환은 문학이라는 개념의 역사만큼이나 오래된 사회적 관행이다. 즉 문학시장의 역사는 장구하다. 이 기나긴 시간 동안 문인들 사이에서 문학시장의 위상은 주변적이었다. 무엇보다 ‘직업으로서의 문학’이라는 관념의 부재가 그 사정을 잘 말해준다. 하지만 조선이 자본주의 세계체제에 편입되면서 문학시장의 위상은 역전의 발판을 마련했다. 문학시장이 문학텍스트의 지배적인 교환체계로 자리매김했던 것, 그러니까 문학을 둘러싼 관계들에서 문학시장이 중심화됨으로써 자본주의적 관계는 점점 현저해졌다. 이 글에서는 이와 같은 문학시장의 급격한 변동을 ‘문학시장의 근대적 전환’이라고 표현했다. 변동을 추동했던 주요 요인으로는 첫째, 문학 관념의 재구조화, 둘째, 식민지 정치체제의 압력, 셋째, 글쓰기와 독서의 대중화, 넷째, 문학의 물질적 변혁을 들 수 있다.
주목할 바는 문학시장의 근대적 전환과 맞물려 신문ㆍ잡지도 문학시장의 교환 장치로 기능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이다. 신문ㆍ잡지의 본격적인 등장 이전 수세기 동안 문학시장에서 거래되는 문학텍스트는 단행본 형태로 고착되어 있었다. 그런데 문학이 신문ㆍ잡지의 콘텐츠가 됨으로써 문학시장에는 단행본 문학텍스트의 유통 흐름 외에 또 하나의 유통 흐름이 생성되었다. 물론 이 두 흐름은 완전히 일치하지 않았다. 때로는 합류하기도 했고, 때로는 서로 무관한 채 자기의 흐름만을 유지하기도 했다. 신문ㆍ잡지에 의한 문학텍스트의 형태적 변이가 문학시장 내부를 이원화했던 것이다.
문학시장에서 두 흐름의 위상은 달랐다. 단행본 문학텍스트의 유통 흐름이 문학시장의 표층을 이루고 있었다면, 신문ㆍ잡지에 의한 유통 흐름은 문학시장의 심층에 위치했다. 이는 식민지시기의 출판 관행 때문이다.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이윤 확보를 위해 단행본 문학텍스트는 신문ㆍ잡지를 경유한 2차 출판물인 경우가 많았다. 신문ㆍ잡지를 통해 경제적 효율성뿐만 아니라 정치적 안전성까지 검증받은 문학텍스트들이 단행본으로 다시 제작됨으로써 문학은 자본주의적 경영의 대상물로서의 성격을 보다 확실히 드러냈다. 자연히 표층이 심층보다 더 자본주의적이었다. 그러고 보면, 문학텍스트의 생산ㆍ유통 방식은 신문ㆍ잡지에 근간하여 재구조화되었던 셈이다.
한편, 신문ㆍ잡지는 문학의 일상화를 자극하고 독자를 육성하는 데도 더할 나위 없는 역할을 감당했다. 제작ㆍ유통이 대체로 부정기적이고 일회적이었던 단행본과 달리 신문ㆍ잡지의 그것은 정기적이고 지속적이었다. 문학의 전문 독자나 애호가 외의 사람들에게 문학을 전파하는 데 신문ㆍ잡지는 단행본보다 유리했다. 문학시장의 교환 장치로서 전국적으로 보급되었던 신문ㆍ잡지가 없었다면, 문학이 사치품에서 일상용품 내지 생필품으로 전이되는 일은 분명 매우 더디고 협소하게 진행되었을 것이다.
이러한 문학시장의 사이즈 확대는 달리 생각하면, ‘직업으로서의 문학’이 어느 수준에서 성립될 것인지에 대해서도 신문ㆍ잡지가 주요했다는 점을 말해준다. 주지하다시피, 근대문학의 경우 단행본 문학텍스트의 유통 흐름은 1930년대에 들어서야 어느 정도 활발해졌다. 단행본 문학텍스트 유통에서 큰 비중을 차지했던 신소설과 구소설 분야에서 지적 재산권은 작가보다는 출판업자에게 귀속되었다. 식민지시기 작가의 존재방식을 대변하는 용어인 ‘기자작가’가 증언하는 것처럼 신문ㆍ잡지는 수요의 확대뿐만 아니라 공급의 확대에도 깊이 관여하고 있었다.
이상의 문제의식에 입각하여 이 글에서는 1905-1929년 동안 주요 신문ㆍ잡지의 교환 내역을 검토했다. 그 기간을 통과하며 신문ㆍ잡지가 조성한 문학시장은 사회에 정착했다. 이때 특히 중요한 시기는 1917-1925년이다. 1917년 무렵은 신문ㆍ잡지가 취급한 문학이 新문학 중심으로 결정적으로 바뀌었다는 측면에서, 1925년 무렵은 그것을 계기 삼아 신문ㆍ잡지가 근대문학텍스트의 거래량을 급격히 늘려나감에 따라 근대문학의 자본화가 발생했다는 측면에서 중요하다.
1920년대 들어서면서 신문ㆍ잡지가 근대문학의 거래량을 급격히 늘려나갔던 까닭은 그것이 신문ㆍ잡지의 생존경쟁 기술 중 하나가 되었기 때문이다. 신문ㆍ잡지의 열악한 정치적ㆍ사회적ㆍ문화적 조건 속에서 근대문학은 고도의 경제적 효율성을 구현하는 데 탁월한 능력을 발휘했다. 특히 政論이 엄격히 통제되었던 시대적 상황에서 근대문학이 정치적 효과를 곧잘 연출함으로써 근대문학의 사회적 사치는 한층 제고될 수 있었다. 문제는 근대문학의 사업성이었다. 원고료로 대변되듯이 근대문학을 취급하는 데는 적지 않은 비용이 수반되었다. 근대문학은 많은 이점을 제공하는 만큼 투자를 요구했던 ‘특별한’ 상품이었다. 1920년대에 이 특별한 상품을 원활히 취급했던 신문ㆍ잡지는 중앙지와 종합지 정도였다.
그렇다면, 신문ㆍ잡지가 구성한 문학시장은 문학의 현실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을까? 무엇보다 ‘조선문단’의 성립과 지속을 들 수 있다. 예컨대, 조선문단은 신문ㆍ잡지에 의한 문학텍스트의 지속적인 교환을 통해 사회적 실재로서 인식될 수 있었다.
‘직업으로서의 문학’이라는 관념의 내면화도 마찬가지이다. 내면화의 수준은 문학텍스트에 대한 작가들의 소유권 의식이 잘 보여준다. 시간이 갈수록 작가는 창조적 정신의 소유자로서의 권리를 온전히 행사하기를 원했다. 특히 근대문학의 자본화가 발생했던 1920년대 중반 무렵부터 그런 사유와 실천이 현저해지기 시작했다. 이를테면, <創作>이 문단의 공식 용어로 정착했고, 모작ㆍ표절ㆍ도용 등은 더 이상 관용의 대상이 되지 못하고 범죄 행위로 규정되었으며, 저작권 분쟁사건은 더 이상 낯선 일이 아니게 되었다.
이는 조선문단에서 작가들의 경제투쟁이 만연했음을 뜻한다. 출판ㆍ유통의 주체들과의 관계에서뿐만 아니라 작가들 사이에서도 빈번했다. 이를테면, 작가들이 끊임없이 벌인 문학 논쟁은 미적ㆍ정치적 투쟁뿐만 아니라 자본화된 근대문학을 전유하기 위한 투쟁이기도 했다. 원고료 문제가 작가들의 균열을 일순간에 봉합한 동인이었다는 사실이 그 점을 시사한다. 1920년대 중반 무렵에 전문ㆍ전업 평론가가 출현했던 일은 우연이 아니다.
사실 문학시장이 조선문단의 토대였다는 점은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러나 그 문학시장의 종류와 성격에 관해서는 알려진 바가 그렇게 많지 않다. 조선문단의 성립과 지속의 주요한 경제적 동력원은 신문ㆍ잡지가 구성한 문학시장, 바로 문학시장의 심층에서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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