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나라의 법질서는 통일적이어야 한다. 이는 단지 법학의 자기완결성 때문이 아니라, 그 법의 적용을 받고 살아가야하는 구성원들의 삶의 조건들을 지키기 위한 일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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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나라의 법질서는 통일적이어야 한다. 이는 단지 법학의 자기완결성 때문이 아니라, 그 법의 적용을 받고 살아가야하는 구성원들의 삶의 조건들을 지키기 위한 일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한 나라의 법질서는 통일적이어야 한다. 이는 단지 법학의 자기완결성 때문이 아니라, 그 법의 적용을 받고 살아가야하는 구성원들의 삶의 조건들을 지키기 위한 일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우리나라의 지난 시기 동안 법은 누군가에게는 단지 권력과 정책의 손쉬운 도구로, 신성한 법률로 만들어지기만 하면 일말의 의문도 제기하지 못하고 받아들여야만 하는 무엇으로만 인식되어왔던 것이다. 이러한 사정은 형법도 마찬가지였다. 학술적 연구 속에서는 자기완결성을 향하여, 정교한 이론적 체계를 추구하고 있지만, 현실의 형법은 단지 필요하면 만들고, 처벌하고 싶을 때 적용하는 수단에 지나지 않은 경우도 있었던 것이다.
이 연구는 소위 ‘행정형법론’에 대한 형법이론적 분석과 비판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심지어 일부 형법학자에게도, 낯선 용어인 ‘행정형법론’은 독일, 일본을 거쳐 한국에 도입되었으며, 그 발상지에서 소멸되고, 경유지에서 효력을 다한 지금까지도 우리나라에서는 여전히 행정법 교과서의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고, 그 이론의 적용을 받은 형벌규정이 우리나라의 현행법 목록 내에 존재하고 있다. 그런데 과연 오늘날에도 이 이론은 타당하며, 정당한 것인가, 이를 근거로 한 현행법 규범은 과연 합헌적인 것인가 하는 질문이 이 연구의 주제이다.
‘행정형법론’에 대한 이론적, 현실적 비판과 함께 변형된 형사절차로서의 행정절차와 금전벌 제도에 대한 검토를 통하여, 20세기 초반의 독일과 일본이라는 특수한 군국주의, 전체주의 국가에서 비롯된 이 이론이 21세기의 한국에서는 유효하지 않고, 이제 더 이상 유지되어야할 필연성을 상실하였으며, 오히려 국가의 법질서의 통일성을 해치며, 시민의 법생활을 위협하고 있을 뿐이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되었다. 또 하나 이렇게 과잉입법된 형벌로 인하여 발생한 대량의 형사사건을 간이하게 처리하기 위하여 만들어진 변형된 형사절차들의 법치국가적 문제점을 지적하고, 이를 바로잡을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여 보았다.
다른 한편 이러한 변화를 국가의 법질서에 새롭게 수용되어야할 필요는 없는 것인지 검토하여야 한다. 오늘날의 세계는 이전의 시대와 같이 하나의 삶의 모습이 수백년간 변함없이 유지되지 않는다. 하나의 변화는 급속도로 전파되어, 온 나라, 온 세계에 퍼지는 데에 불과 몇 년이 필요할 뿐이다. 후기산업사회의 경쟁은 이제 한 국가 전체의 경쟁력으로 불리며, 총력전의 양상으로 국가가 치안, 국방, 외교라는 전통적 범위를 넘어 기업구조, 금융시스템 등 사회의 거의 모든 분야에 개입하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 종래에 개인, 가족, 마을 공동체에 맡겨져 있던 출산, 교육, 노인수발까지도 담당하게 되는 사회국가가 일반화되기에 이르렀다. 이 모든 국가 작용들은 행정작용으로 이루어진다. 이러한 행정작용은 그 비용이 다시 시민 전체의 부담으로 돌아온다고 하는 점에서, 행정작용의 효율성이 형법의 보호대상이 될 수 있는가, 될 수 있다면 어느 정도의 보호를 받아야 하는 가하는 것이 이 연구의 또다른 관심이다.
이러한 검토를 통하여 국가 행정작용의 성격에 따라 행정제재로 보호되어야 할 것과 형벌의 투입이 필연적인 것, 그리고 결과지향적 조종의 결과 행정기관이 형사소추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것 등으로 구별될 수 있다는 점을 살펴보았다. 그러나 이러한 다양함은 동시에 합리적 기준에 따라 자리매김 되어야 하고, 일관되게 규율되고 집행되어야 한다.
형법질서의 통일성의 추구와 법치국가적 절차 보장은 단지 형사법학의 과제만은 아니다. 많은 개선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일차적으로 입법과정에서부터 그때그때의 필요에 의한 즉흥적 입법이 아니라, 법질서 전체를 통일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전문가들의 참여가 필요하며, 제재도 무조건 강한 것만을 많이 규정한다고 해서 필요한 목적이 달성되는 것은 아니다. 보다 섬세한 규율체계와 효과적인 집행체계를 갖추는 것이 실제 적용되지도 못하는 형벌만을 남발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이다.
국가 법질서의 통일성과 시민의 법적 생활의 예측가능성, 그리고 동시에 국가작용의 효율적 집행을 위한 제재법의 체계 정립에 대한 조망 하에서 보다 섬세한 입법적 연구와 이론적 검토를 통한 재정립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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