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의 목적은 취업을 희망하는 고학력 중장년 여성들이 경력단절 이후 새롭게 직업진로를 탐색하는 과정에 대한 경험적 인식을 분석하는 데 있다. 본 연구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첫째, 이들이 어떤 동기로 전업주부로서의 인생구조를 전환하여 구직하려고 하는지, 둘째, 새로운 직업진로를 탐색해나가는 양상과 이를 위한 교육 참여 양상은 어떠한지, 셋째, 구직지원체제로서 직업교육의 기능에 대한 인식과 교육요구는 어떠한지 파악하고자 하였다.
연구방법으로는 질적사례연구방법을 활용하였다. 유목적적 표집에 의해, 직업경력 단절을 경험하였으나 구직을 원하는 고학력 중장년 여성들 중에서 직업교육 프로그램 참여 경험이 있는 13명의 여성들을 선정하여 심층 면담조사를 실시하였고 여성 직업교육 관련 문헌자료를 고찰하였다. 연구결과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면담조사 결과, 첫째, 고학력 중장년 여성들이 재취업을 희망하게 된 동기는 다양하게 나타나지만, ‘경제력을 갖춘 공적 주체로서의 정체성을 구성하기 위해’라는 동기와 ‘전통적 가족관계를 넘어서기 위해’라는 동기로 크게 범주화할 수 있었다.
먼저, ‘경제력을 갖춘 공적 주체로서 자신의 정체성을 구성하기 위해’ 직업을 가지고 싶다는 응답과 관련하여,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정체성을 구성하고 자아를 실현하기 위해’, ‘전업주부의 무보수 노동에서 벗어나 경제력을 갖추기 위해’, ‘사회적 행동주체로서 능력껏 일하고 사회에 기여하기 위해’, ‘사회적 고립감에서 벗어나 사회의 일원으로 사는 것이 중요하다고 느껴서’, ‘새로운 적성, 흥미를 발견하여 이를 발전시키기 위해’ 등으로 범주화될 수 있으며, 관련 하위범주들도 발견되었다.
그중에서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정체성을 구성하고 자아를 실현하기 위해’ 취업하고자 한다는 응답과 관련하여 ‘자기 스스로 자기 위치를 확보하기 위해’, ‘직업단절 상태에서 오는 공허함, 불안함에서 벗어나기 위해’ 등의 동기들이 추가로 구술되었다. 또한 ‘사회적 행동주체로서 능력껏 일하고 사회에 기여하기 위해’라는 응답은 ‘가사보다 사회적으로 일하는 것이 적성에 맞아서’, ‘교육받은 것을 사장시키지 않기 위해’, ‘사회적으로 기여하기 위해’, ‘마음껏 일을 해보고 싶어서’ 등의 맥락에서 설명되었다. 여성주의 관점에서는 여성들이 가부장적 담론에서 벗어나 주체성과 행위자성(agency)을 가지고 실천해나가는 점에 주목한다. 면담 참여자들 역시 오랜 비취업 상태에도 불구하고 성역할 고정관념에 따라 사회적으로 주어진 정체성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가 부과하는 정체성과 자신이 가진 정체성 사이에서 끊임없이 협상하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구성’해나가고 있다는 것, 또한 이들이 스스로를 규정해내는 ‘정체성’이 삶의 전환을 이끄는 추동력이 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면담 참여자들은 무보수 노동에서 탈피하여 경제력을 갖추기를 강하게 희망하였고 이를 위해 재취업을 결심하였다. 이들은 자녀양육, 가사노동에 대해 직접적으로 경제적 보상이 주어지지 않는 데서 성별분업의 한계를 느끼고 이를 ‘차별적 상황’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이들은 소비지출에 있어 여유와 주도성을 가지고 싶어 하였고, 고령화 시대에 자신의 미래를 스스로 계획할 수 없는 상황에 대해 문제성을 인식하고 이를 해결해나가려는 동기에서 재취업을 희망하였다. 한편, 이들은 사회적 고립감에서 벗어나, ‘사회와 함께 한다’는 느낌을 회복하고자 하였다.
다음으로, ‘전통적 가족관계를 넘어서기 위해’ 직업을 가지고자 한다는 응답과 관련하여, ‘가부장적 가족구조 속의 가족간 갈등에서 벗어나기 위해’, ‘중년기의 빈둥지 증후군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녀의 독립심을 키우기 위해’ 등의 하위범주들이 제시되었다. 이들은 가부장적 가족구조에서 생겨나는 갈등, 그리고 빈둥지 증후군을 극복하고 좀더 넓은 사회로 관심을 돌리고자 하는 동기에서 취업을 희망하였다.
이와 같이 고학력 중장년 여성들이 다시 취업하고자 하는 동기는 여러 가지가 복합적으로 나타나는 것으로, ‘돈을 벌겠다’라는 차원에서만 생각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Levinson이 지적한 것처럼 ‘인생구조 전환에 대한 욕구’로 볼 수 있다. 즉 가부장적 성별분업 현실에서 전업주부로서 느끼게 되는 제한을 넘어서서 다른 양상으로 살고자 하는 욕구로 해석될 수 있는 부분이 많다.
둘째, 면담 참여자들의 직업진로 탐색 양상을 알아본 결과는 다음과 같다. 먼저 이들의 직업진로 탐색경험은 사회적 지원체제가 미비한 상황에서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어나가는 ‘암중모색(暗中摸索)’의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이들의 직업진로 탐색을 직업교육 참여 경험과 관련지어 보면, 크게 세 단계로 유형화할 수 있다. 첫째, ‘일단 집밖으로 나가서 탐색하는 과정이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하는 단계(유형 1)’, 둘째, ‘구직 희망 직종을 확정하지 못한 상태에서 우선 여러 가지 교육을 받는 단계(유형 2)’, 셋째, ‘어떤 직종으로 취업하고 싶은지 결정하고, 그 직종에 관련된 지식, 기술을 집중적으로 교육받는 단계(유형 3)’이다. 여기에서 주목할 점은, 모든 면담참여자들에게 각 단계가 순차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은 아니며, 이들의 직업진로탐색 단계가 상이하다는 점이다. 서로 다른 단계에 있는 학습자들이 가지게 되는 교육요구는 서로 다르기 때문에 학급 편성시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또한 1단계나 2단계에서 진로 탐색의 혼란을 크게 겪다가 3단계인 직업진로 결정 단계까지 가지 못하고 구직을 포기하게 되는 사례들이 있으며, 사회 전반적으로 유사한 사례들이 많을 것으로 예상되어 대책이 필요하다.
다음으로, 구직정보 취득 경로에 대해 알아본 결과, 면담참여자들은 대부분 직업교육기관에서 자신의 취업 요구에 적합한 구직정보를 얻지는 못하였으며, 개인적 인맥, 인터넷이나 대중매체에 의해 제한된 정보를 얻고 있어 진로탐색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이처럼 사회적으로 고학력 여성의 취업요구에 부응하는 정보의 유통, 제공 경로가 마련되어 있지 않은 상황은 큰 문제점이라고 볼 수 있다.
면담참여자들의 희망 직업진로에 대해 알아본 결과, 이들 고학력 중장년 여성들에게 다양한 영역의 직업에 대한 진입 요구가 존재함을 알 수 있었다. 이들의 직업진로선택 영역은 첫째, 과거 전공이나 직업과 관련된 영역으로 결정한 경우(유형 1), 둘째, 육아·가사와 관련된 영역으로 결정한 경우(유형 2), 셋째, 과거 전공이나 경력과 큰 관련없는 새로운 영역으로 결정한 경우(유형 3), 넷째, 자원봉사와 관련된 것으로 결정한 경우(유형 4)로 유형화할 수 있었다.
이를 통해, 고학력 중장년 여성들 중에 과거 직업이나 전공의 연장선상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함으로써 내면에 축적된 자원들을 활용하고자 하는 사례들(유형 1)이 존재함을 알 수 있다. 중장년기에 새로운 영역에서 시작하기를 희망하는 여성들(유형 3)이 있다는 점에서는 평생교육적 관점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한편 ‘육아·가사와 관련된 직종으로 결정한 경우(유형 1)’는 기존에 여성의 노동영역으로 여겨졌던 부분으로의 재진입이라고 해석될 수 있으나, ‘과거 직업, 전공과 관련된 영역(유형 2)’, ‘과거의 직업이나 전공, 육아, 가사 경험과 관련 없는 새로운 영역(유형 3)’을 희망하는 사례들에서 성역할 정형적이지 않은 직종의 희망자들도 있어, 이들의 희망 직업 영역이 이미 다양화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면담 참여자들이 직업진로 탐색 과정에서 경험한 애로 사항은 크게 개인적, 상황적, 사회적 장애의 세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개인적 장애로는 ‘구직에 대한 자신감 부족’, ‘교육비 부담’, ‘성별에 따라 분절된 노동시장에서의 직업적 지위와 일에 대한 부적응’ 등이 지적되었다. 상황적 장애로는 ‘자녀양육과 가사 전담자의 역할’, ‘구직 문제의 극단적 개인화 및 네트워크, 역할모델 부족’ 등을 들 수 있다. 특히 재취업을 위한 여성들의 노력이 극단적으로 개인화됨으로써 공동체적인 상호협력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은 여성들에게 큰 장애로 작용한다. 사회적 장애로는 ‘재취업에 대한 사회적 지원체제 미비’, ‘여성의 일에 대한 사회적 편견’, ‘눈높이에 적합한 일을 찾기 어려운 노동시장 상황’ 등을 들 수 있다.
셋째, 현행 직업교육의 구직지원기능에 대해 더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 직업교육 이후 면담 참여자들의 직업진로 결정 및 구직 양상, 그리고 현행 직업교육의 구직지원 기능에 대한 면담참여자들의 인식과 교육요구에 대해 알아보았다. 그 결과, 현행 여성 직업교육이 취업으로 연계되기 어려운 구조적 문제를 가지고 있으며 성차별성이 크게 내재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구직지원체제의 미비로 인해, 고학력 중장년 여성들이 ‘도대체 어디에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알 수 없는’ 상황에 있는 현실은 ‘노동훈련에서의 성차별’이라고 볼 수 있다.
먼저, 직업교육 참여 이후 직업진로 결정 및 구직 상황은 첫째, 다양한 직업교육 참여 이후에도 아직 직업진로를 설정하지 못한 경우, 둘째, 직업진로를 설정하였으나 아직 구직이 안 된 경우, 셋째, 직업교육 참여 직종으로 구직된 경우, 넷째, 직업교육 참여 직종과 다른 직종으로 구직된 경우의 네 가지로 유형화할 수 있었다. 이중에서 특히 첫 번째 유형인, 다양한 직업교육에 참여한 이후에도 진로결정조차 못하고 혼란에 빠진 경우가 문제시된다. 그리고 직업교육 이후에 구직을 하게 된 경우도 임금이나 직업적 안정성 면에서 상당히 불안정한 취업에 그치고 있었다.
다음으로 구직지원체제로서 직업교육에 대한 인식을 알아본 결과, 현행 직업교육은 진로탐색의 ‘출발점’으로서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었다. 직업교육의 긍정적 효과로서, 첫째, 관계적, 공간적 단절감에서 치유되고 재충전하는 데 긍정적 영향을 미치며, 둘째, 새로운 진로 발견에 도움이 되고, 셋째, 네트워크 형성을 통한 역량 강화, 넷째, 직업의식 강화, 다섯째, 구직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역량 형성 등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점이 제시되었다.
그러나 현행 직업교육이 실제 구직으로 연계되는 교육인가 하는 점에 대해서는 대부분 부정적인 견해를 보였다. 첫째, 구직지원시스템 측면에서, ‘구직으로 이끌기 어려운 구조적 취약성’이 지적되었다. 여성 직업교육기관들에 ‘진로선택’을 위한 상담 및 교육체제와 ‘취업연계’ 체제가 결여된 상태에서 취업으로 연계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둘째, 직업교육 프로그램 편성 및 수준 측면에서, ‘고학력·중장년 여성들의 취업요구가 간과되고 있다’, ‘취업할 수 있을만한 전문성을 습득하기 어렵다’는 점 등이 지적되었다. 셋째, 직업교육기관 운영 측면에서, ‘취업을 위해 특화된 운영이 미비하다’는 점이 지적되었다. 교육 프로그램 및 구직지원 기능에 대한 안내 부족, 학급 편성에 있어 취미 목적의 수강생과 취업 목적의 수강생을 함께 교육시킴으로써 교육효과가 저하된다는 점, 교육비 문제 등이 지적되어, 직업교육이 구직지원체제로서 특화될 필요가 있다는 시사를 준다.
이와 같은 제한점들로 인해, 면담 참여자들은 직업교육에 대해 다음과 같은 요구를 가지고 있었다. 먼저, 직업교육기관의 구직지원체제 확립 측면에서, 첫째, ‘구직지원기능을 강화’할 것을 요청하였다. 다시 말해, 직업교육이 직업기술훈련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직업진로 설정을 위한 교육과 상담, 구인업체 연계 등의 취업지원까지 포함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 구직을 위한 인적 네트워크, 공조집단 형성을 지원할 것, 셋째, 구직 성공사례 제시 및 견학·견습 체제를 확립할 것 등이 요청되었다. 경력단절 여성들의 구직 시도에 있어 공동체적 접근이 어려우며 사회적 지원체제가 미비한 상황에서, 직업교육기관은 이들을 공동체, 사회와 이어주는 매개고리 역할을 해야 하며, 실질적인 구직지원체제를 확립해야 한다는 것이다.
교육 프로그램의 개발·편성 측면에서의 교육요구는 다음과 같다. 첫째, ‘진로 개발을 위한 다양한 경로 확보’가 요구된다. 이와 관련하여, 고학력자의 직업 경력과 교육경험을 활용할 수 있는 직종, 육아와 가사경험을 좀더 전문화할 수 있는 직종, 자원봉사와 연계되는 직종, 자녀양육과 병행할 수 있는 직종, 나이가 들어도 전문성을 인정받을 수 있는 직종 등 다양한 영역으로 진출이 가능하도록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 확대할 것이 요구되고 있다. 그리고 창업 교육의 필요성도 제기되었다.
둘째, ‘의식 및 관점 전환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에 대한 요구들이 제기되었다. 자신과 직업세계 그리고 사회에 대해 성찰적으로 사고할 수 있는 능력을 함양함으로써 자신감을 회복하고, 자신의 삶에 있어 ‘일’이 주는 의미와 삶의 방향성을 정립해나갈 수 있는 교육이 요구되며, ‘직업의식 제고를 위한 교육’도 요청되었다.
셋째, 교육 프로그램의 질적 향상에 대한 요구로서, 교육 프로그램이 실제로 직무를 수행할 수 있을만한 수준의 전문성과 현장적용능력을 길러줄 수 있어야 한다는 요구가 컸다.
다음으로 직업교육기관 운영 측면에서의 요구로서, 적극적인 홍보, 거리적 접근성 제고, 보육시설 확충 등을 통해 여성 구직자들이 직업교육기관을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할 것이 요청되었다.
이상과 같은 연구결과가 함의하는 바는 다음과 같다.
첫째, 고학력 여성들의 ‘인생구조 전환’에 관한 욕구를 이해하고, 여성 직업교육의 가치와 이념을 평생교육적 관점에서 정립시켜야 한다. 이들의 취업 요구를 ‘자기 발전’이라는 관점에서만 해석하여 나르시시즘적인 것으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삶의 필요를 충족시키기 위한 ‘학습권’ 보장의 차원에서 인식할 필요가 있다.
둘째, 고령화 시대에는 새로운 직업진로 탐색이 어느 연령에나 가능해져야 하므로, 성인기 이후에도 새로운 삶의 진로를 모색할 수 있도록 통합적 교육체제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직업기술훈련 뿐만 아니라, 인문학 교육과 직업상담, 그리고 취업지원체제도 구축하여, 좁게는 구직을, 넓게는 자기 성찰을 통한 삶의 방향 탐색을 지원하는 평생교육기관 차원으로 재구조화해야 한다.
셋째, 다양한 직종의 직업교육 프로그램을 편성함으로써, 여성들의 직업세계 진출이 다양화될 수 있는 경로를 마련해야 한다. 이를 통해 직업교육기관이 성별에 따라 분절화되어 있는 노동시장의 변화를 이끌어 가는 역할을 담당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