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논문은 조선 과체시(科體詩)의 글쓰기 방식에 관한 연구이다.과체시는 진사시(進士試)에 고시(考試)되던 시체(詩體)로, 현재 제가(諸家)의 많은 작품들이 여러 과체시집 등을 통해 전하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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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 연세대학교 대학원, 2005
2005
한국어
과거 ; 진사시 ; 과문 ; 과체시 ; 과시 ; 행시 ; 글쓰기 ; 의고 ; 대신 말하기 ; Gwa-Che-Si ; the state examination ; poetry for the civil service examination ; writing method ; classicism ; archaism
서울
iv, 115 p. : 도표 ; 26 cm
지도교수: 허경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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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논문은 조선 과체시(科體詩)의 글쓰기 방식에 관한 연구이다.과체시는 진사시(進士試)에 고시(考試)되던 시체(詩體)로, 현재 제가(諸家)의 많은 작품들이 여러 과체시집 등을 통해 전하고 있으며, 현재 전하고 있는 과체시는 대략 16세기 중반부터 출현한 것으로 보인다. 본고는 공시적 관점에서, 과체시의 ‘텍스트 구성의 원리’, 즉 글쓰기 방식을 고찰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과체시는 외형적으로 7언 한시(漢詩)와 흡사하다. 보통 7언 2척(隻)이 한 구(句)가 되고, 보통 18구가 하나의 작품을 이루며, 일운도저(一韻到底)하는 특징이 있다. 평측법은 본래 고시(古詩)와 같이 특별히 정해진 규칙은 없으나 배율체(排律體)나 행시체(行詩體)도 작자의 선택에 따라 쓰이기도 한다. 특히 행시체는 과체시에만 발견되는 특이한 구법(句法)으로, 내구(內句)의 첫 두 글자에 평성을 쓰고, 외구(外句)의 첫 두 글자에 측성을 쓰는데, 이 구법이 계속해서 반복되는 특징이 있다.그리고 과체시에는 입제(入題), 회제(回題) 등의 포치 형식도 있는데, 이는 과문(科文)의 일반적 속성으로, 글의 전체적인 구성을 지시하는 규식이다. 이 포치 형식은 선행 연구에서 지적된 것처럼, 특정한 위치에, 특정한 의미적 기능을 가진 구를 배치하는 것을 목표로 한 것이 아니라, 전체적인 글의 짜임새를 의도한 규식이다. 예를 들어 회제(回題)는 과체시에서 제 12구에 위치하는 것으로 알려져 왔는데, 실제로 회제 되는 위치는 상당히 다양하며, 대략 작품의 중후반에 이루어진다. 따라서 과체시에 있어서 포치 형식은, 율시에 있어서의 평측법처럼, 그것을 결정적으로 변별하는 자질은 아니다. 단, 과체시 글쓰기에 있어서, 많은 작자들이 이 포치 형식을 염두에 두고 창작한 것은 사실이다.과체시가 다른 한시(漢詩)와 다른 점이 결정적으로 드러나는 것은 제목에서다. 과체시의 제목은 기본적으로 다른 구체적인 텍스트에서 출제되는 특징이 있다. 여기서 ‘다른 텍스트’는 상당히 다양하다. 가장 선호된 것은 역사(歷史)와 시문(詩文)이지만, 이 외에도 경전(經傳), 전기(傳奇), 소설(小說), 전설(傳說) 등의 다양한 텍스트에서 출제되었다. 제목에서는 이 텍스트들 중, 하나의 상황과 이 상황을 직면한 주체에 대한 정보가 주어진다.과체시는 ‘대신 말하기(代言)’를 서술 방식의 근간으로 삼는다. 대신 말하는 서술 방식은 제목에서 제시된 고사(故事)를 배경으로 제시된 인물의 입을 대신해, 텍스트를 구성하는 방식을 말하며, 과체시의 모든 작품에 이 서술 방식이 채용된다. 대신 말하는 서술 방식의 구성은 작품에 따라 다소의 편차를 보이기도 한다. 보통의 경우 처음의 제 2구와 3구, 즉 파제(破題) 부분에는 객관적 시점으로 상황을 설명하는 부분이 삽입되기도 하는데, 이것은 중국 팔고문의 영향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것도 일률적으로 적용되는 것은 아니며, 작품에 따라 다양한 구성을 보이기도 한다. 처음부터 대신 말하기가 이루어지는 작품이 있는가 하면, 작품의 마지막 부분에 가서야 대신 말하기가 이루어지는 경우도 있다. 포치 형식인 파제(破題)와 포두(鋪頭)는 작중화자(作中話者)의 작품 내에서의 등장 방식을 구성하는 형식이다. 그리고 과체시에서는 자주 보이는 서술 상의 특이점이 발견되는데, 이들은 모두 ‘대신 말하기’와 관련이 있는 기법들이다. 집구(集句)의 사용과 접신(接神) 모티브가 그것이다.과체시는 결국 ‘의고(擬古)’적 글쓰기이며, 의고적 글쓰기는 본래 교육적인 목적에서 습작되었다. 과거 제도 자체도 물론 취사(取士)의 기능도 있지만, 국가 전체의 글쓰기 교육 방향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이런 점에서 과체시는 특히 조선의 글쓰기 교육의 방향과 영향을 보여줄 수 있는 글쓰기가 된다. 과체시는 그 소재의 다양성으로 인해, 사서(四書)만을 대신 말하기의 대상으로 하는 중국의 팔고문(八股文)의 경우와는 차이가 있다. 팔고문이 성현(聖賢)의 미덕들 자체의 체화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면, 과체시는 대신 말하는 기법 자체에 비교적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그런데 이 대신 말하는 방식은 그 양식적 특징으로 인해, 개별 문자들의 의미들을 과거에 용례화된 의미로 한정시키는 기능을 지닌다. 따라서 공시적 관점에서 봤을 때, 과체시는 한문(漢文)이라는 상징체계를 현실 세계를 재현해 내는 기능에 보다, 하나의 고정된 규범으로 남기려는 의도를 내포한 글쓰기로 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