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이청준의 중편 「이어도」에 나타나는 환상성이 삶의 본질과 인간의 구원을 탐구하는 그의 작품 세계와 어떻게 결합하고 어떠한 의미를 갖는지 밝혀내는 것을 목적으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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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연구는 이청준의 중편 「이어도」에 나타나는 환상성이 삶의 본질과 인간의 구원을 탐구하는 그의 작품 세계와 어떻게 결합하고 어떠한 의미를 갖는지 밝혀내는 것을 목적으로 ...
본 연구는 이청준의 중편 「이어도」에 나타나는 환상성이 삶의 본질과 인간의 구원을 탐구하는 그의 작품 세계와 어떻게 결합하고 어떠한 의미를 갖는지 밝혀내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어도」는 인간의 구원과 근대적 자아의 성찰이라는 가볍지 않은 두 주제를 환상성을 매개로 육화시킨 수작으로, 이러한 특성이 신화에 대한 관심과 의미 부여라는 그의 후기 작품세계와 확장된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를 갖는다.
최근 환상성은 현실과의 관계 속에서 혹은 인간의 근원적 무의식 속에서 진실에 다가가는 효과적인 통로로 주목받고 있다. 우선 사실이라고 규정해 왔던 것이 그 확실성을 잃고 상대적 진실로 의미가 축소됨에 따라 환상은 진실을 궁구하는 통로로서의 의미를 부여받는다. 로즈마리 잭슨에 의하면 환상은 지금까지 침묵당하고 가려져 왔으며 은폐되고 부재하는 것으로 취급되어 온 것들을 추적한다. 존재하지 않음으로 존재하고 침묵당하던 것들의 귀환으로 드러나는 것은 「이어도」의 주된 이야기를 담당한다. 그런 의미에서 환상성은 「이어도」의 의미를 따라가는 중요한 통로이다.
Ⅱ장에서는 「이어도」의 서사 구조를 탐색의 담론으로 파악하고 이러한 담론이 이청준 특유의 내면성을 어떻게 역동적 서사로 이끌어 내는지, 그리고 그것이 어떤 의미를 구축하는지를 살펴본다. 또한 그 과정에서 환상성은 어떤 기능을 하며, 어떠한 의미를 갖는지를 밝혀 보도록 하겠다. 탐색 주체인 선우현 중위는 근대적 주체로서 사실과 언어의 투명성을 확신하는 인물이다. 천남석의 죽음-실종으로 그 세계에 일기 시작한 균열은 그를 제주-몸의 세계로의 탐색 여정으로 이끈다. 초반 탐색의 방식은 근대적 도구인 언어-말을 통해 이루어진다. 특히 이야기와의 거리를 유지하여 반성적 의미를 구성하는데 유용한 중층 구조를 속에서 두 남성주체의 대화는 다성적 수사를 형성한다. 관념적이고 직서적인 서술이 갖기 쉬운 의미의 평면성은 환상성을 통해서 또한 타인의 이야기를 재구성하는 중층 구조 갖는 불완전성으로 상쇄되며, 독자는 끊임없는 망설임과 의심 속에서 다양한 탐색의 의미를 찾아갈 수 있다. 이 때 탐색의 과정에 미학적이고 심리적인 힘을 불어 넣어 주는 것은 '이어도'라는 신화 모티브와 여성 인물들이 조성하는 무속적 모티브, 그 환상성이다.
Ⅲ장에서는 이 환상의 모티프 중, 이 소설의 궁극적 탐색 대상인 ‘이어도’를 중심으로 그 환상성의 의미를 밝혀본다. 이어도는 오랜 기간 제주도민에게 전설로 전해져 온 섬으로 일종의 유토피아를, 특히 천상적 유토피아를 상징한다. 죽음을 경유해야 도달할 수 있는 이어도는 존재의 유한성을 극복하는 구원으로 기능함과 동시에 그것을 매개로 현실을 견디게 하고 때로 현실의 억압에 순종하게 하는 양가적인 종교 기재로 나타나기도 한다. 이러한 양가성은 천남석의 실종을 자의적 선택으로 합의하는 소설 결말부에 가서 의미의 전환을 맞이한다. 이로써 이어도는 허구의 존재 의의이자 환상의 의미를 중심으로 근대적 합리성의 억압으로부터의 자유, 소외된 가치에 대한 긍정과 보존으로서의 힘을 부여받는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이어도의 환상은 역설적 삶의 공간으로서의 의미를 갖게 된다.
흔히 기능적 인물로 분석되곤 하는 「이어도」 속의 두 여성 인물인 천남석의 어머니와 ‘이어도’의 여인은 지상, 현실의 이어도이자 이어도 신앙의 몸으로 환상의 기능을 담당한다. 이어도의 의미를 긍정하는 탐색 주체의 인식 전환을 따라 두 여성인물은 운명의 억압에 매인 수동적인 인물이 아니라 그 힘을 적극적으로 내재화한 인물이자, 사실-근대와 환상-신화를 인식 이외의 차원에서 내재화한 존재자로 드러난다. 이상이 몸에 깃들어 삶 속에 역동적인 물질 활동을 이루어 내는 그들은 말 보다는 노래-소리와 행위로 몸에 각인된 이어도를 보여준다. 이들을 통하여 남성인물들은 이어도와 만나고 인식의 지평을 옮길 수 있으며 이어도를 의지(意志)할 수 있다. 환상을 매개로한 타자와의 공감은 근대적 주체에게 재현 언어 이상의 소통과 인식 방식의 확장을 가능하게 한다.
「이어도」에서 환상성은 소설-허구와 존재 구원의 상징물이자, 피상성을 극복하게 해주는 구체적 매개물이며, 인식의 새로운 방법론으로 의미를 갖게 된다. 또한 이 작품에서 소외되어 왔던 것들의 가치를 되살리고, 삶의 밑바탕에서 자연의 숭고와 경쟁하는 인간의 삶의 의지, 그 신화적 힘을 형상화한다. 특히 방법론의 측면에서 언어와 몸을 매개하며 그 의미를 추동한다는 점에서 이청준 소설의 이후 변화의 한 지점을 예고한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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