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대략 4단계로 나누어 진행된다. 첫째, 주체의 위기와 현대소설의 연관관계에 대해 다룬다.주로 서사시, 전통 교양소설 그리고 현대소설로 발전되는 과정을 역사철학적 시각으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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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Korean
한국연구재단(NR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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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연구는 대략 4단계로 나누어 진행된다.
첫째, 주체의 위기와 현대소설의 연관관계에 대해 다룬다.주로 서사시, 전통 교양소설 그리고 현대소설로 발전되는 과정을 역사철학적 시각으로 조망해 볼 것이다. 루카치에 따르면 서사시가 세계와 인간의 완전한 통일을 전제로 했다면, 전통 소설은 이것의 균열을 인정하고, 이것을 극복하고 다시 조화를 추구하는 개인의 교양과정을 그린 것이다. 하지만 산업혁명 이후 개인의 위상의 추락은 더 이상 이런 조화의 추구조차도 허락하지 않는다. 교양소설의 시대를 지배했던 휴머니즘과 인간중심주의 사상은 더 이상 찰리 채플린의 시대에는 불가능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더 이상 해체될 수 없는 고유한 존재라는 의미의 '개인'은 현대 사회에서는 이제 존재할 수 없다. 본 연구는 현대소설의 주인공들이 왜 특성없는 남자일 수 밖에 없는 지를 규명한다.
둘째, 자아의 위기가 무질의 글쓰기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 지를 다룬다. 무질에게 인간은 과학으로 대표는 합리적 이성과 사랑과 영혼으로 대표되는 비합리적 감성으로 이루어져 있다. 하지만 산업혁명 이후 세계는 과학중심의 질서로 재편되며 개인의 고유한 영혼을 이 질서 속에 강제로 편입시킨다. 이로써 세계는 합리주의와 이성만이 지배하는 '일차원적 사회'가 된다. 이 사회에서 인간의 고유한 영혼은 황폐화 된다. 무질은 이것을 집단주의 속에서 개인의 특성이 해체되는 것으로 본다. 무질은 [특성없는 남자]에서 예술의 목표를 '인간의 완전한 삶'을 그려내는 것임을 분명히 한다. 이 때 완전한 삶이란 과학이 갈라놓았던 이성과 감성의 대립을 해소하고 고전적 의미의 총체적 인간을 창조하는 것이다. 따라서 그에게 이성적인 것과 감성적인 것의 합일만이 진정 인간적이고 창조적이다. 무질은 예술의 임무를 과학과 신비주의의 합일로 본다. 따라서 그의 글쓰기는 철저하게 과학의 일방적 지배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비합리적인 영역을 받아들임으로써 과학의 경직성과 편향성을 극복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진다.
셋째, '특성상실'에 대해 인식론, 윤리, 사회경제적, 그리고 미학적 방향에서 접근해 본다. 인식론적 접근에는 니체와 에른스트 마흐 이론을 토대로 한다. 이들은 모두 형이상학에 의해 기초된 전통 주체 개념을 허물어 버린다. 사회경제적 접근은 주로 마르크스의 자본주의 비판의 시각에서 접근된다. 마르크스에 따르면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인간 주체의 특성이나 정체성은 철저하게 주체 밖에 있는 어떤 외적인 힘에 의해 규정된다. 우리는 이것을 인간 소외현상이라고 부른다. 윤리적 접근 역시 자본주의 비판에서 접근된다. 사용가치보다 교환가치가 중요한 사회에서는 선,악의 문제도 인간중심적 시각에서 판단되는 것이 아니라 시장과 부의 창출의 측면에서 접근된다. 페터 찌마( P.v.Zima)는 이것을 자본이 야기한 '가치의 등가성'이라고 부른다. 미학적 입장에서의 접근은 주로 현대예술의 추상화 경향과 발터 벤야민의 기술복제 시대의 예술에 관한 논의를 바탕으로 전개된다.
넷째, 주체의 위기에 대한 대안으로 무질이 제시한 유토피아에 대해서 다룰 것이다. 무질은 이것을 '다른 상태'라는 개념으로 요약하고 있다. 무질에 따르자면, 현재의 주체의 위기는 규범이 지배하고 있는 현실공간에서는 극복 불가능하다. 따라서 그는 초현실공간에서 새로운 유토피아를 기획한다. 무질은 이 공간에서 긍정적인 의미의 특성없는 인간을 창조하는 실험을 벌인다. 무질에게 '다른 상태'란 시간과 공간으로부터 해방된 완전히 무제약적인 공간에서 신과 신비적 합일을 이룬 상태, 모든 것을 가르는 경계선이 허물어지는 상태, 자기망각의 엑스타쉬를 통해 개별적 존재에서 보편적 존재로 고양되는 상태, 과학의 폭력에 의한 합일이 아니라 사랑을 통한 자발적 조화와 합일의 상태, 자신을 한곳에 가두어 두는 것이 아니라, 자기에게 강제로 부여된 한 가지 특성을 스스로 부정함으로써 자기 속에 잠재적으로 숨어있는 모든 특성을 다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의 자세를 갖춘상태, 그리고 자유롭게 경계선을 넘나드는 자유를 만끽하는 상태를 의미한다. 무질이 실험하고 있는 '특성없는 인간'이란 자신에게 강요된 허구적 특성을 포기함으로써 참된 자신의 모습을 되찾으려고 노력하는 인간이다.
결론적으로 '특성없는 인간'이란 집단주의 주의 속에서 개인의 특수성을 희생시키는 시민문화에 대한 비판개념이기도 하지만, 자본주의와 과학이 지배하는 현 상황에서 인간 주체가 자신의 참된 본질을 되찾기 위해 끊임없이 자신의 현존재를 부정, 초월, 변신하고 있는 인간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