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대에 관한 그간의 연구업적들은 비교적 풍부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 문화 혹은 문화정책 중심 연구들로서 그러한 업적들이 생산되게된 정치적 배경으로서 세종의 국가경영...
세종시대에 관한 그간의 연구업적들은 비교적 풍부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 문화 혹은 문화정책 중심 연구들로서 그러한 업적들이 생산되게된 정치적 배경으로서 세종의 국가경영에 대한 연구는 거의 없는 형편이다. 정치와 관련된 연구업적들이 전혀 없을 수는 없지만, 그것들 역시 대부분 정치적 권력갈등을 묘사하거나, 왕이 아닌 사대부들의 정치활동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또한 세종조를 포함한 조선시대의 연구는 지나치게 사상 혹은 철학적 논변중심으로 수행되어 조선시대의 장기지속성과 나름대로 지녔던 다니내미즘을 충분히 살리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본 연구는 세종조에 대한 “리더십 접근”을 시도하여, 세종의 다양한 업적들이 생산된 배경으로서의 그의 국가경영 내용을 드러내고 평가하고자 한다. 그래서 이러한 리더십 접근을 통해 연구자들은, 세종의 성장과 교육과정, 유교적 비전, 상황인식과 처방, 주변엘리트 및 국민과의 관계 및 소통방식, 각종 정책들의 입안 및 집행방식, 정책수행의 결과에 대한 인식과 평가,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하고 평가하고자 한다.
리더십 접근에 의한 세종의 국가경영 연구는 적어도 다음 3 가지의 의의를 지닌 것으로 생각한다. 첫째, 조선왕조에 대한 내재적 접근으로 생산된 새로운 지식을 바탕으로 기존의 부정적 인식과 평가를 극복하고 나아가 조선왕조의 長期持續 原因分析에 기여할 수 있다. 조선왕조가 일제에 의해 패망한 이후, 유교정치시대였던 조선왕조는 비록 문화적으로는 우수했지만, 정치적으로는 보잘것이 없었던 시기로 평가되는 것이 상례였다. 그리고 그러한 인식과 평가는 조선왕조 패망 이후, 신채호나 박은식과 같은 민족주의 역사학자들의 조선왕조에 대한 비판적 성찰에서 비롯된 것이었으나,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그것은 한민족과 한민족사의 고칠 수 없는 정치적 한계로 단정해버리는 소위 ‘정체사관’(停滯史觀)으로 변질되었다. 그러나 이제 동아시아 역사상 유교국가로서 500년 이상 지속되었던 국가가 조선왕조 뿐이었다는 역사적 사실에 유의하여, 조선왕조 지속의 국제환경, 정치사상, 문화, 국가경영상의 원인들에 대한 분석과 평가가 새롭게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이러한 점에서 세종의 국가경영 연구는 조선왕조 지속원인에 대한 탐구의 단초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둘째, 조선왕조의 위민적(爲民的) 국가경영 과정은 현대민주주의 국가에서도 유용할 수 있다. 왜냐하면 민주적 정부는 주권재민의 원칙(of the people)과 인민참여의 원칙(by the people)뿐 아니라 위민이 원칙(for the people)에 따라 운영되는 정부이기 때문이다. 2차대전 이후 세계 각 지역에 보급된 민주주의는 주권재민의 원칙과 인민참여의 원칙에 너무 경도되어 위민의 원칙에 따른 국가와 공직담임자들의 책임과 권위, 그리고 효율적인 국정관리의 중요성이 경시되는 경향이 있었다(Zakaria 2003). 수기치인의 정치이론이라 할 수 있는 유교사상과 그 실천적 사례로서의 조선왕조의 국가경영 연구는 현대민주주의의 이러한 한계를 보완할 수 있는 공공리더십의 혁신과 교육에 기여할 수 있는 자료생산에 부응하는 것이다.
셋째, 이러한 연구는 궁극적으로 “유교적 국가경영”(Confucian statecraft)의 개념화에 유용한 자원을 제공할 수 있다. 이제까지 유교정치 혹은 유교적 국가경영과 관련된 연구는 주로 경서읽기와 해석의 방법으로 수행되어왔으나, 세종의 국가경영 연구와 같이 유교적 이상사회를 구현하기 위해 실제로 노력했던 실천적 과정들에 대한 분석은 거의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리고 설사 정치과정에 대한 분석이 있었다 하더라도 대부분 ‘당쟁’이나 ‘권력쟁투’의 관점에서 시도되었기 때문에 유교정치의 전반적인 양태를 포괄하지는 못하였다. 그러나 세종의 국가경영 연구와 같은 유교정치의 실천사례들이 꾸준히 연구되고 축적된다면 이는 궁극적으로 조선시대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유교적 국가경영의 개념화 혹은 모델의 생산을 가능케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