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과 정신과학이라는 제명 아래 기획된 본 저술은 근본적으로 두 가지의 문제만을 다룬다. 그 하나는 과학의 존재론적 기초를 파헤치는 일이고, 다른 하나는 학으로서의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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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Korean
한국연구재단(NR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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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과 정신과학이라는 제명 아래 기획된 본 저술은 근본적으로 두 가지의 문제만을 다룬다. 그 하나는 과학의 존재론적 기초를 파헤치는 일이고, 다른 하나는 학으로서의 정신과학의 자립성에 대한 근거 부여의 문제이다. 첫 번째 과제는 과학이 뿌리를 내리고 있는 지성사적 기원과 그 존재론적 기초를 드러냄으로써 과학적 지식이 본래적인 생활세계에 대한 어떤 추상화의 산물로서만 가능하다는 사실을 증시하는 데 그 근본적인 의의가 있다. 본 연구는 이러한 작업을 삼 단계를 거쳐 진행한다. 첫째 무시간적 존재자로서의 실체를 추구하던 희랍 형이상학의 정신으로부터 보편타당한 인식을 추구하는 과학이 탄생했고, 따라서 희랍 존재론은 과학의 먼 시원이라는 점이 드러나야 한다. 왜냐하면 희랍인들이 추구했던 실체(ousia)는 시간의 흐름, 우연적 변화의 가능성으로부터 분리되어 항상 현재의 방식으로, 즉 달리될 수 없는(필연적인, 보편적으로 타당한) 방식으로 존재하는데, 이 달리될 수 없음을 추구하던 정신이 보편타당하고도 필연적인 지식의 추구로서의 과학의 정신의 기원이기 때문이다. 둘째 희랍의 존재론의 근대적 재현으로서의 데카르트의 주관주의 형이상학이 근대과학에게 직접적으로 존재론적 기초를 제공했다는 사실이 증시되어야 한다. 왜냐하면 데카르트의 확실성의 추구는 본질상 실체성의 추구이고, 이 추구로서의 회의는 정신과 물체에서 모든 우연적 속성, 즉 달리될 수 있는 모든 것들을 제거하면서 어떤 경우에도 달리될 수 없는 두 개의 유한 실체, 즉 res cogitans와 res extensa만을 남기는 사유 실험이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달리 있을 수 없는 주체와 역시 달리 있을 수 없는 객체만이 남게 되고, 항상 같은 방식의, 즉 달리될 수 없는 표상으로서의 인식의 이념이 생겨난다. 바로 이것이 데카르트가 추구했던 확실성의 의미이고, 근대 과학이 추구한 보편타당한 인식의 의미이다. 셋째 칸트에 의하면 과학은 체계를 구성하기를 즐기는 우리의 이성이 우리에게는 미지의 세계 자체를 보편법칙에 의해 규정될 수 있는 한에서의 물의 현존으로 구성하려는 노력이다. 즉 과학자의 세계란 그 자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이성의, 그것도 특정 이념에 이끌리는 구성의 산물이다. 이상의 논의를 통해 우리는 과학이 결코 사실 자체의 인식도 아니고, 무전제의 학도 아니며, 오히려 우연성이 지배하는 실천적 삶의 세계를 보편타당성의 확보라는 이념에 입각해 추상화하는 작업의 소산임을 알 수 있다. 본 저술의 둘째 과제, 즉 정신과학의 학문적 근거 마련은 이중의 단계를 통해 진행된다. 우선은 밀의 고전적 학문 일원론을 극복하려는 딜타이의 정신과학론에 대한 선험철학적 분석이 시도된다. 즉 칸트의 순수이성이 보편법칙의 관점에서 물 자체를 자연으로 구성했다면, 딜타이의 역사이성은 삶의 체험적 성격의 관점에서 물 자체를 역사적 삶으로 구성한다. 그러면 두 개의 자립적인 과학이, 그리고 두 개의 자립적인 현실성이 공존하게 된다. 이것은 정신과학의 독자성을 확보하는 첫 번째 가능한 길이다. 그러나 우리가 우선 대개 만나는 배려된 세계가 본래적인 세계이고, 이것을 대상적으로 관찰하는 추상화를 통해 과학자의 세계가 나중에, 그것도 하나의 파생태로 도출된다는 하이데거의 견해와 과학의 한계를 근본적으로 넘어서는 근원적 진리 경험이 과학을 앞서간다는 가다머의 견해는 정신과학의 자립성 확보를 위한 두 번째의 길을 제공해 준다. 이 경우 정신과학은 저 근원적 생활세계와 진리 경험에 대한 학문이다. 즉 정신과학은 인간이 세계와 시간 안에서 어떻게 세계와 교섭하고, 스스로를 인식하는가가 문제, 즉 세계 안의 인간의 자기 형성의 문제로 된다. 과학에 대한 우리의 철학적 성찰은 과학의 존재론적 기초와 그 파생적 성격을 파헤침으로서 인간과 세계의 근원적 관련이 단지 대상 인식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의 자기 도야의 문제임을, 따라서 정신과학이 근본적으로는 인간의 본질과 이상을 묻는 철학 자체여야 함을 증시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