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적 기억의 대표적 연구자인 알라이다 아스만은 『기억의 공간』이라는 저서에서 매체(문자)의 역사적 발전단계를 그림 문자, 알파벳 문자, 아날로그 문자, 디지털 문자로 구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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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Korean
한국연구재단(NR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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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운로드문화적 기억의 대표적 연구자인 알라이다 아스만은 『기억의 공간』이라는 저서에서 매체(문자)의 역사적 발전단계를 그림 문자, 알파벳 문자, 아날로그 문자, 디지털 문자로 구분하고 있다...
문화적 기억의 대표적 연구자인 알라이다 아스만은 『기억의 공간』이라는 저서에서 매체(문자)의 역사적 발전단계를 그림 문자, 알파벳 문자, 아날로그 문자, 디지털 문자로 구분하고 있다. 기술의 발달과 이에 따른 매체의 변화는 문화를 구성하고 해석하는 문화적 기억의 형식과 기능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매체의 시대적 변화와 관련하여 본 연구는 특히 아날로그 매체에서 디지털 매체로의 변화에 따른 문화적 기억의 상이한 양식들을 '흔적'과 '구성'이라는 두 개념을 빌어 설명하고자 한다.
아날로그 매체 시대의 기억 이론에서 '흔적'이라는 개념은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이는 흔적으로 남은 상을 다시 특정한 물질을 사용해 재생시키는 아날로그 매체(사진 등)의 특징과 상응한다. 프로이트는 우리가 의식적으로 기억해낼 수 없는 것이 우리의 기억 속에서 완전히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무의식 속에 일종의 흔적의 형태로 감추어져 있음을 강조한다. 아날로그 문자 시대의 지배적 문화적 기억이 '흔적'으로서의 기억, 즉 무의식적인 기억으로 나타난다는 인식은 프로이트의 심리학뿐만 아니라 집단적 무의식을 강조한 융과 바르부르크의 문화 연구, 그리고 발터 벤야민의 역사 이론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인식이다. 흔적으로서의 기억이 19세기 후반 이후 문화적 기억의 양식으로 주목받게 된 것은 언어와 이성에 대한 회의와 더불어 지배적인 문화에 의해 억압된 것, 집단적 무의식 안에 감추어진 것에 대한 관심에서 연유한다.
본 연구에서는 개인 심리학적 차원에서 '흔적으로서의 기억' 이론의 토대를 마련한 프로이트의 기억 심리학에서 출발해서 이를 집단의 문화적 기억의 차원으로 확대시킨 바르부르크와 융의 문화이론을 살펴보게 될 것이다. 더 나아가 무의도적 기억의 모델을 집단의 역사적 경험에 적용하고자 한 벤야민의 역사 이론을 재구성하는 작업도 이루어질 것이다. 이러한 이론적 작업을 토대로 구체적으로 '흔적으로서의 기억'이 문화 전반에 어떤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는지를 고찰해볼 필요가 있다. 우선 흔적으로서의 기억이 어떻게 시각적 이미지로 전환되고 이러한 이미지 기억이 어떤 기능을 갖는가의 문제를 프로이트나 융의 심리학의 영향을 받은 초현실주의 회화의 예를 통해 살펴본다. 기억의 흔적을 담고 있는 공간으로서의 대도시가 지니는 중요성은 되블린의 대도시 소설을 통해 고찰하고자 한뇩?흔적으로서의 기억은 개인의 정체성 확립의 차원을 넘어서 집단의 사회적, 역사적 기억으로도 기능하는데, 이것은 페터 바이스의 작품들에서 분명히 나타난다. 바이스는 독일 사회에서 억압된 과거의 기억을 되살리기 위해 자신의 작품에서 초현실주의적 기법을 사용하는데, 여기에서는 그 중 『패배자들』, 『부모와의 이별』, 『수사』, 『망명 중의 트로츠키』를 분석대상으로 삼고자 한다.
'구성으로서의 기억'은 본 연구에서 디지털 매체의 문화적 기억을 특징짓는 개념으로 도입된다. 디지털 매체의 등장은 인간의 시간 감각을 변화시켰을 뿐만 아니라, 인간의 기억 능력에도 영향을 미쳤다. 모든 것을 동시에 불러낼 수 있고 현재화시킬 수 있는 디지털매체가 지배하는 현대사회에서 인간은 더 이상 시간적 연속성 속에서 생각하고 기억하지 않으며 현재의 순간에 빠져 살게 된다. 이에 따라 기억은 더 이상 저장된 과거의 지식이나 경험을 단순히 불러내는 것이 아니라, 신경체계들의 순간적 연결에 의해 현재의 시점에서 새롭게 구성되는 것이라는 새로운 테제가 생겨나게 된다. 기억의 주체로서의 인간의 지위를 부정하고 오히려 우리의 기억을 뇌 체계의 구성적 산물로 해석하는 이러한 구성주의 기억이론은 주체와 중심의 해체를 주장하는 포스트모더니즘의 핵심 사상과도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다.
구성으로서의 기억에 대한 이론적 연구에서는 먼저 지금까지 별로 조명을 받지 못한 후기 니체의 기억에 관한 비판적 진술들을 살펴보게 된다. 니체는 이미 그의 초기 저작인 『비시대적 고찰』에서 과도한 기억을 소화불량에 비유하면서 기억의 부정적 성격을 강조한다. 이로써 그는 그때까지 부정적으로만 평가되었던 망각의 의미를 새롭게 평가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다. 후기 니체는 『차라투스투라는 이렇게 말했다』 등에서 인간이 기억의 힘으로 자아라는 환상적 존재를 만들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기억에 대한 비판을 통해 주체의 허구적 속성을 밝혀내고자 한다. 자아의 존재 및 기억에 대한 니체의 이러한 비판은 주체 초월적인 구성주의 기억 이론의 토대가 된다.
모든 것을 동시적으로 불러낼 수 있는 컴퓨터 매체 시대의 시간의식은 연속성 대신 순간성을 특징으로 하는데, 이처럼 변화된 시간의식에 상응하는 기억 이론을 지크프리트 슈미트의 구성주의 기억 이론을 통해 살펴보고자 한다. 슈미트의 구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