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영남화파 회화와 그 성격에 관한 연구

국문 초록 (Abstract)

영남화파는 근대 중국의 광동지역 출신 화가들로 구성된 화파로서 중국근대 회화사에서는 대단히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20세기 전반에 이루어진 그들의 활동이 중요한 이유는 근대 중국화단에서 전통화법을 근대적으로 혁신시켰을 뿐만 아니라, 손문을 중심으로 신해혁명이 준비되고 추진되던 그 시기에 혁명의 추진세력으로서 적극 참여함으로써 미술과 정치현실 사이의 간극을 좁혔다는 점에 있다. 이들 영남화파의 활동을 통해 중국화는 내용과 표현에서 한 걸음 현실에 다가설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고검부를 중심으로 한 영남화파에 관한 기존의 연구에는 그 회화의 형성과정 및 특징, 그리고 성격을 규명하는 데 문제점이 드러나 있다. 중국과 홍콩, 대만, 미국에서 진행되어 온 영남화파에 관한 연구에서는 각 화가들의 일대기를 중심으로 한 전기적 연구가 중심을 이루어 온 것이 가장 두드러진 특징이다. 그 때문에 그들의 회화가 형성되는 과정이 실증적이고 객관적인 근거에 의해 설명되지 못하고, 전통화법의 혁신에 초점을 맞춤으로써 때로 비약적이며 영웅시하는 경향까지 드러내게 되었다. 특히 전통화법과의 유사성과 차별성, 근대 일본화의 영향, 그리고 서양화의 영향 등에 대한 학문적인 규명은 피상적인 수준을 넘어서지 못하였다. 물론, 일부 연구에서는 작품에 관해서는 물론이고 당대현실과의 연관 속에서 그들의 활동을 다룸으로써 그들에 의해 미술에 대한 인식이 변화된 양상을 규명하였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면을 갖고 있는 예도 있다. 하지만, 화법에 있어서 근대 일본화와의 관련을 규명하고, 작품 제발(題跋)의 내용을 주제와 연관시킨 해석에서는 미진한 부분이 많다. 또한 이들 연구에서 공통적으로 드러나있는 중요한 특징은 근대 일본화와의 연관이 평가절하되었다는 점이다.
이 연구에서는 영남화파 회화가 형성되는 과정에서 근대 일본화의 영향을 크게 받은 사실을 구체적인 작품을 통해서 확인하고, 그들의 회화가 사회정치적인 현실과 밀접한 관련 아래 성립된 미술인 점을 부각시키려 한다. 특히 일본의 츠케다테나 보카시, 타라시코미와 같은 쿄토화단의 화법으로부터 큰 영향을 받은 그들의 화법은 '중서절충', '고금융회'와 같은 압축적이고 추상적인 용어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근대일본화와의 친연성이 강한 화법이다. 그리고 반청혁명운동에 가담하여 선전활동을 전개하고 중일전쟁 이후 항일운동에 참가한 사실에서 알 수 있듯이 영남화파 화가들은 근대 중국의 진보적인 지식인의 예로서도 대단히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