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셸링과 후기 하이데거 철학에 대한 비교 고찰 - 부정철학으로부터 긍정철학으로의 이행과 전회를 중심으로 -

국문 초록 (Abstract)

셸링과 하이데거의 후기 사상을 비교 고찰하려는 본 연구에 있어서 우선적으로 중요한 것은 서로 다른 문제 상황 속에 있는 이들을 비교하기 위한 토대를 확보하는 일이다. 본 연구는 이들이 헤겔 철학에 대해 제기하는 비판 속에서 이들을 하나의 공통된 철학적 문제로 불러올 수 있는 토대를 확보한다. 왜냐하면 이들은 모두 헤겔 철학을 비판하면서 자신들의 철학적 입장을 개진한다는 점에서 공통적이기 때문이다. 특히 이때 이들의 헤겔 철학에 대한 비판은 외재적이 아니라 헤겔의 입장을 받아들이는 가운데 내재적으로 진행된다. 따라서 이들이 왜 헤겔 철학을 비판하는가에 대한 고찰은 자연스럽게 이들이 헤겔에게서 제기되는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려고 하는지 그리고 그러한 시도가 이들의 철학적 전개에 있어 어떻게 작용하는지에 대한 고찰로 연결된다. 따라서 셸링과 하이데거의 후기 사상을 비교 고찰하려는 본 연구는 이들이 헤겔 철학의 문제점을 해결에 가는데 있어 어떤 공통점과 차이점을 보이는지에 대해 주목하면서 전개된다.
본 연구가 성공적으로 수행되려면 우선적으로 분석되어야 할 텍스트가 적절하게 선정되어야 한다. 본 연구에서는 셸링과 하이데거의 헤겔 비판을 고찰하기 위한 텍스트로서 셸링의 1827년 강의안 Zur Geschichte der neueren Philosophie 가운데 헤겔 부분과 하이데거의 Holzwege(Gesamtausgabe, Ba. 5)에 실려 있는 ‘헤겔의 경험 개념’(1942/43)이 선택된다. 왜냐하면 이 텍스트 속에서 셸링과 하이데거는 헤겔 체계의 토대뿐만 아니라 그 토대에 기초한 체계 전체에 대한 비판으로 논의를 확장하면서 자신들의 고유한 입장의 단초를 제시하기 때문이다.
특히 본 연구는 이들의 헤겔 비판을 이성적 사유의 근거 지움이라는 문제에 초점을 맞추어 고찰한다. 왜냐하면 이들이 헤겔 철학에 대한 비판으로부터 그들 자신들의 고유한 사상을 개진하는데 까지 일관되게 흐르고 있는 것이 바로 이 문제이며 그들의 후기 철학은 이 문제에 대한 해결을 각기 고유한 방식으로 함축하고 있다고 판단되기 때문이다. 이때 헤겔에 대한 비판을 넘어 이들 자신들의 고유한 사상의 전개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를 고찰하기 위한 텍스트로서는 셸링의 경우 Einleitung in die Philosophie der Offenbarung(Schellings Werke 6th Ergänzungsband, edited by Manfred Schröter, 1858)와 Philosophie der Offenbarung 1841/1842, edited by Manfred Frank, Frankfurt am Main, 1977)과 하이데거의 후기 저작으로서는 Hegels Begriff der Erfahrung in Holzwege, Ba. 5, Frankfurt am Main, 1977, Nietzsche: Der europäische Nihilismus, Ba. 48, Frankfurt am Main 1986, Einleitung zu: What is metaphysics?, in Wegmarken, Ba. 9, Beiträge zur Philosophie, Ba. 65, Identität und Differenz, ‘Brief über den Humanismus‘(1946), ‘Vom Wesen der Wahrheit‘(1930) 등이 선택된다.
셸링과 하이데거는 헤겔에 대한 비판 속에서 공통적으로 헤겔 철학의 문제는 단순히 헤겔 자신의 고유한 철학적 입장 때문이 아니라 이성학문 혹은 주체성의 형이상학을 넘어 서양 형이상학 자체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고 판단한다. 따라서 본 연구는 이들 텍스트들에 대한 분석 속에서 셸링과 하이데거가 어떻게 헤겔 철학에 대한 비판을 넘어 이성학문 일반 혹은 주체성의 형이상학 및 서양 형이상학 자체에 대한 비판으로 나아가게 되는지 뿐만 아니라 이성학문 혹은 형이상학을 새롭게 근거지우는 철학으로 나아가는지를 고찰한다. 왜냐하면 이들 논의의 궁극적 목표가 단순히 이성학문 혹은 형이상학에 대한 비판이 아니라 철학의 새로운 원리를 제시하고 그 원리로부터 새로운 사유의 가능성을 모색하는 것이라고 판단되기 때문이다. 이 과정 속에서 본 연구는 종국적으로 셸링에게 있어 부정철학으로부터 긍정철학으로의 이행과 하이데거에게 있어 전회가 갖는 의미가 무엇인지를 드러냄으로써 애초에 목표로 하는 이들의 후기 사상을 비교하는 작업을 완성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