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자는 세 편의 중국영화 <奇袭>(1960), <奇袭白虎团>(1972), <断刀-朝鲜战场大逆转>(2010)를 연구대상으로 삼는다. <奇袭>는 군사교육용 필름을 편집하여 제작한 극영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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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Korean
한국연구재단(NR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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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연구자는 세 편의 중국영화 <奇袭>(1960), <奇袭白虎团>(1972), <断刀-朝鲜战场大逆转>(2010)를 연구대상으로 삼는다. <奇袭>는 군사교육용 필름을 편집하여 제작한 극영화로서 중국 공산당이 ‘반미’ 구호를 통해 어떻게 집권당의 이데올로기적 명분을 마련하는지를 보여준다. <奇袭白虎团>는 문혁 시기를 풍미한 8개 모범극영화 가운데 한 편으로서 북한과의 정서적 연대를 표출한다. <断刀-朝鲜战场大逆转>은 ‘항미원조’ 60주년을 기념하여 관방의 출자로 기획된 영화로서 21세기 중국 정부의 대미인식을 드러낸다. 요컨대 세 편의 영화는 17년 시기, 문혁 시기, 포스트 사회주의 시기를 대표하는 한국전쟁 소재의 영화로서 중국의 한국전쟁관이 변천해온 과정을 담지한다.
<奇袭>에서는 한국전쟁 당시 미연합군의 최신식 무기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오로지 사회주의 동포인 북조선 인민들을 구해내기 위해 사지로 달려 나간 중국인민지원군에 포커스를 맞추었다. 1950년 한국전쟁이 발발하면서 같은 해 10월, 북한에 군대를 투입한 중국은 10년이라는 시간적 격차를 두고 ‘패배했지만 용맹했던 중국인민지원군’을 회고하기 시작했다. 마오쩌둥은 숙고 끝에 파병을 지시했다. 중국군은 초반에 무서운 속도로 기세를 올렸다. 하지만 결국 맥아더의 인천상륙 작전으로 수세에 몰리고 말았다. 사실상의 패배였으나 10년 후 중국에서의 한국전쟁은 특별한 의미로 각색되었다. 연이은 자연재해와 대약진 운동의 부진함으로 민심이 술렁이던 시절, 한국전쟁은 역경에도 굴하지 않는 인민정신을 끌어내기에 더할 나위 없이 적합한 소재였던 것이다.
그리고 다시 12년 후, 문화대혁명 기간에 한국전쟁은 전혀 다른 서사적 방식으로 인민대중에게 다가섰다. <奇袭白虎团>에서는 중국군과 북한 민간인의 우호적 관계를 그렸다. 인민지원군의 정찰대가 이승만 정권의 수도방위대인 백호단을 척결하기 위해 파견된다. 북조선 안평촌에 도착한 정찰대원 옌웨차이는 적군과의 교전 이후 부상을 당하는데 최 씨 아주머니가 그를 숨겨주고 정성껏 간호해준다. 하지만 이러한 사실이 발각되어 최 씨 아주머니가 사살된다. 옌웨차이를 비롯한 지원군 병사들은 적지로 쳐들어가 최 아주머니의 원수를 갚는다. 북조선 민간인인 최 씨 아주머니는 인자하지만 힘없고 나약하여 보호를 필요로 하는 인물로 그려지고, 중국 병사인 옌웨이차이는 젊고 용감하며 의리를 위해 목숨도 불사하는 호걸로 묘사된다. 사회주의 대의를 명분으로 제3국가들 간의 연대를 강조하던 중국은 한국전쟁을 차용하여 동아시아 지역의 핍박받는 인민들을 구제하는 대국으로서의 이미지를 강조하였다.
마지막으로 2010년 ‘항미원조’ 전쟁은 <断刀>에서 ‘조선전장의 대역전’이라는 부제를 달고 다시금 재구성되는데, 이 때 북한은 단지 지리적 공간일 뿐이며 강조되는 것은 중국과 미국의 대접전이다. 바야흐로 21세기에 접어들면서 탈냉전은 이미 기정사실화된 듯이 보이지만 동아시아 지역에서의 냉전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주목할 만한 것은 21세기 동아시아의 냉전이 탈냉전 시대를 맞아 20세기의 냉전과는 다른 형태로 전개된다는 점이다. 지난 세기 말부터 독보적인 세계강국으로 자리 잡은 미국이 신자유주의의 중심으로 세력을 떨치자 중국은 ‘대국궐기’의 구호를 외치며 미국과의 대결구도를 펼치고 있다. <断刀> 서두에서 팽덕회의 소박한 식탁과 맥아더 앞에 놓인 진수성찬이 오버랩 되는데, 여기서의 내레이션은 전투를 앞두고 작전에 집중하는 팽덕회의 영웅적 면모와 섣부르게 승리를 예상하고 미리 샴페인을 터트리는 맥아더의 오만과 어리석음을 대별한다. 앞선 두 편의 영화가 군사 ‧ 정치적 차원에 위치한 반면 <断刀>는 탈-이데올로기적 맥락에서 경제대국으로서의 승부를 가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