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시러가 잘 지적했듯이 18세기 사상가들은 세계의 내적 핵심을 이해하기 위해서 지금까지 자연에 대한 인식의 발전을 지연시킨 방해물을 제거하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믿었다. 자연이 있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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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Korean
한국연구재단(NR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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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시러가 잘 지적했듯이 18세기 사상가들은 세계의 내적 핵심을 이해하기 위해서 지금까지 자연에 대한 인식의 발전을 지연시킨 방해물을 제거하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믿었다. 자연이 있는 그대로 우리 앞에 드러난다면 지난 시대 무지한 사람들을 미혹했던 기적과 경이는 더는 없을 것이다. 계몽주의의 기초는 이 ‘초월적 존재’를 창조 이전의 시간과 공간으로 돌려보내는 데 있다. 따라서 18세기에 지식의 통속화의 목표는 무엇보다 ‘기적’과 ‘경이’의 ‘범용화’에 있다. 계몽주의 철학의 공과를 따지기에 앞서, 편견과 미신에 대한 저항과 극복이야말로 이 시기의 정신이 가졌던 목표와 전망을 뚜렷이 드러내준다고 하겠다.
18세기에 초월적 존재의 창조와 개입을 자신의 체계에서 끊임없이 배제하고자 하는 디드로는 생명현상의 탐구에 ‘역사성’을 도입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앞서 말한 ‘정상과 비정상’의 문제가 디드로의 허구작품에 드러난 좋은 예가 라모의 조카와 운명론자 자크와 그의 주인이다. 라모의 조카에서 디드로는 초기에 제기했던 인식론적 문제를 도덕의 문제로 이동시킨다. 그는 여기서 도덕을 현상 너머에 이미 규정된 ‘규범’과 ‘법’의 문제가 아니라, ‘이성’과 ‘감수성’을 통해 동시에 파악해야 하는 문제로 본다. 그는 도덕적 상대주의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 도덕적 행동의 주체는 부단히 자기 내부와 외부에 동시에 서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때 디드로는 이성적인 어떤 판단으로도 포섭이 불가능한 그 존재가 바로 자기 내부에 있음을 어쩔 수 없이 인정하는 것이다.
반면 운명론자 자크에서 디드로는 ‘무두인’ 개념을 내세워 자신의 이론을 체계화하고자 한다. 신체를 구성하는 각 부분들의 ‘자율성’에 새로이 주목했던 디드로는 두뇌의 지나친 통제와 독재는 한 유기체뿐 아니라 국가 전체의 ‘건강’을 망치게 된다고 본다. 자크와 그의 주인이 끝도 없는 여행을 하는 세상은 권위주의에 근거한 프랑스와 정확히 반대편에 놓여 있다. 그 세상은 더는 수장(首長)이 없는 사회, 자의적이고 권위적인 명령을 통한 통제가 불가능한 사회, 그 어떤 초월적 존재와 개입이 전제되지 않은 사회이다. 그곳은 ‘머리 없는 괴물’과 같은 사회인데, 이제 수많은 ‘자크들’이 ‘이름뿐인’ 무능력한 수장을 스스로 대체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