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1995년 고베대지진과 2011년 3.11동일본대지진 간 쟁점의 차이와 공중의 변화 두 지진은 쟁점, 이해관계 집단의 수, 이들을 대변하는 전문가들의 다양성, 논쟁 중에 생산되는 제안들에서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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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Korean
한국연구재단(NR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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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1995년 고베대지진과 2011년 3.11동일본대지진 간 쟁점의 차이와 공중의 변화
두 지진은 쟁점, 이해관계 집단의 수, 이들을 대변하는 전문가들의 다양성, 논쟁 중에 생산되는 제안들에서 차이를 보인다. 대지진 이후의 쟁점들을 추적하면 각각의 대지진을 둘러싸고 논쟁을 벌이는 전혀 다른 구성의 공중을 비교할 수 있게 된다.
3.11대지진의 피해는 단순히 ‘지진예측의 실패로 인해서 거대화 된 것인가’, ‘원전사고에 대한 정부의 긴급대응전략의 실패와 공무원들의 매뉴얼 의존 때문에 거대화 된 것인가’, 아니면 ‘원전설계나 건설장소의 설정과정부터 지진과 쓰나미의 위험이 있는 곳을 선택한 것이 그 원인인가’가 쟁점 이동의 한 예시가 될 수 있다. 지진예측에서 긴급대응전략으로, 다시 원전설계와 건설장소 선정으로 쟁점이 이동하면서 관련된 이해관계 집단, 전문가집단, 고려해야 할 기술적 평가, 윤리적 문제들의 수가 늘어난다. 이 과정에서 예전에는 목소리를 내지 못했던 집단이 새로운 문제를 제기하는 전문가나 대변인을 통해서 3.11대지진의 논란 속에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다. 그래서 3.11대지진에 연루된 공중을 추적하는 연구는 이 지진재해와 관련된 문제제기, 관련 집단, 전문가집단, 제안들, 목소리들을 특정한 입장에 치우치지 않고 모아보는 작업이 될 것이다.
이렇게 해서 모인 3.11대지진의 공중의 자료와 내가 박사학위논문 연구를 통해서 모았던 1995년 고베대지진의 공중의 자료를 비교함으로써 두 대지진 사이의 공중을 구성하고 있는 행위자, 집단, 전문가, 제안, 문제들의 차이를 명확히 할 수 있게 된다.
② 전문가와 대중의 관계: 매뉴얼 사회에 대한 성찰
일본 사회는 매뉴얼이 잘 갖추어져 있는 사회의 한 예로 거론되어 왔다. 이러한 장점은 3.11대지진이후 전문가와 대중의 괴리라는 문제로 오히려 단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그리고 매뉴얼 의존으로 인한 문제점의 핵심에 전문가와 대중의 괴리가 자리 잡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나는 3.11대지진 이전부터 이미 이러한 문제를 제기해 온 재해심리학자와 도시사회공학자를 면담하고 이들의 연구 과정을 참여관찰 한 바 있다. 주민들이 직접 방재계획을 짜고 재해 현장에서 공황에 빠질 것을 예방하도록 하는 툴을 제공해 왔던 이러한 전문가들은 어디까지나 방재과학기술의 전체에서는 소수를 점하고 있을 뿐이었다. 이에 더해서, 다수의 전문가와 행정관료들은 주민들이 스스로 행하는 방재계획이나 대비책들이 비전문가들에 의해 행해진다는 점에서 그 효과를 내심 인정하지 않고 있었다.
3.11대지진 이후의 논란 중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매뉴얼 사회와 전문가/대중의 괴리에 대한 성찰은 그래서 일본사회의 전반의 변화의 여부를 진단해 볼 중요한 연구 주제라는 점을 알 수 있다. 여러 연구자들이 대학과 연구실을 벗어나 현장을 찾고 시민단체 등과 연계해서 방재와 부흥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활동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또한 전문지식 자체가 무용지물이 되거나 신뢰를 잃은 상황에서 주민들이 직접 대안지식을 생산하는 움직임이 전개되기 시작했다. 또한 이러한 움직임을 방재과학기술에 도입하고자 하는 시도도 진행 중이다.
③ 시민과학과 집합실험의 재개: 지진과 원전사고의 접점
박사학위논문을 위한 현지연구에서 ‘현지’는 교토대 방재연구소, 그리고 연구소와 연계된 지역 공동체들이었다. 하지만 방재연구소에서 진행되고 있던 연구 중에는 에너지연구소, 화학연구소, 동남아시아연구소, 생명공학연구소의 연구자들의 협력을 통해서 지속가능한 에너지를 보급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연구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중 하나가 태국에서 진전되고 있던 바이오매스를 통한 에너지 생산 체계를 여러 지역에 보급할 수 있도록 표준화하는 시도였다. 당시 이 연구는 아직 출발선상에 있었기 때문에 나는 연구의 진행과 그 성과에 대해서 충분한 면담과 참여관찰을 할 수 없었다는 점을 아쉬워했다.
3.11대지진과 원전사고 이후, 대안에너지에 대한 일본사회의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아직도 머지않아 높은 확률로 지진이 일어날 것으로 예측된 곳에 여러 기의 원전이 가동되고 있는 일본 사회에서 이러한 시도가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고베대지진으로 인해 촉발된 볼런티어운동과 원전사고로 인해 촉발된 시민과학의 움직임이 이 지속가능한 삶을 위한 집합실험에 제도적으로 편입되는 과정 역시 나타나고 있다. 지진, 원전사고, 대안에너지, 지역, 생태를 포괄하는 더 광범위한 집합실험과 그 실험을 통해 발현하는 삶의 방식들에 대한 연구가 필요한 시점이다. 지속가능한 삶을 위한 이 광범위한 실험은 생존, 생명, 생활, 생태를 포괄하는 생명정치와 지구정치가 결합된 실험이라는 점에 주목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