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드레이 플라토노프의 장편소설『체벤구르』(1928–29)는 물에 대한 작가의 집념과 물에서 발원하는 작가 특유의 수력학적 상상력을 집대성하고 있는 작품이다. 실제로 물은 작가의 다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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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Korean
한국연구재단(NR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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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드레이 플라토노프의 장편소설『체벤구르』(1928–29)는 물에 대한 작가의 집념과 물에서 발원하는 작가 특유의 수력학적 상상력을 집대성하고 있는 작품이다. 실제로 물은 작가의 다른...
안드레이 플라토노프의 장편소설『체벤구르』(1928–29)는 물에 대한 작가의 집념과 물에서 발원하는 작가 특유의 수력학적 상상력을 집대성하고 있는 작품이다. 실제로 물은 작가의 다른 어떤 작품에서보다도『체벤구르』의 소설 텍스트와 서사 공간에서 가장 현저하고 의미심장한 자연 요소이자 이미지로 광범위하게 나타난다. 이 작품에서 물은 때로는 세찬 비나 눈이 되어 내리기도 하고, 때로는 강이나 개울을 굽이쳐 흐르기도 한다. 물은 또한 대기와 결합하여 수증기나 안개가 되어 부유하기도 하고, 대지와 결합하여 끈적끈적한 상태로 머물러 있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물은 인간 육체와의 유기적인 관계 속에서 혈액으로 육체 안을 순환하기도 하고, 땀이나 눈물이 되어 흘러나오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체벤구르』는 물과 물에 관련된 이미지가 작품 속의 현실 공간을 흠뻑 적실 뿐만 아니라 꿈과 같은 초현실 공간에도 깊이 스며드는 매우 특이한 현상을 보여준다. 다른 한편,『체벤구르』의 소설 텍스트에는 앞서 언급했듯 비와 눈, 강과 시내, 안개와 수증기, 피와 눈물 등 흐르는 ‘유동의 물’ 이미지가 무수하게 제시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웅덩이나 늪지, 연못이나 호수와 같은 고여있는 ‘부동의 물’ 이미지 역시 작품 첫 부분에서 끝 부분에 이르기까지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그 중에서도 특히 소설의 주인공 사샤 드바노프의 아버지가 스스로 익사했고 훗날 드바노프 역시 아버지의 뒤를 따라 익사하게 되는 무테보(Мутево) 호수는 이 작품에서 가장 대표적인 고여있는 물의 공간이자 작품의 시학체계와 의미구조 안에서도 가장 중요한 물 이미지 가운데 하나로 설정되어 있다. 특히, 호수의 이미지는 서사의 물길을 따라 “하늘의 호수”나 “감정의 호수”로 시적 변용을 거치면서,『체벤구르』의 복잡 난해한 텍스트를 유기적으로 조직, 구성하는 소설의 건축학에서뿐만 아니라 하늘과 땅, 위와 아래의 세계가 하나의 소우주로 통합되는 소설의 공간구조 안에서도 핵심적인 미학적 장치로 기능한다. 또한,『체벤구르』에서 물의 이미지와 수력학의 모티프는 현실의 자연 풍경만을 장식하거나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 육체와 영혼의 풍경 안에까지 깊숙이 침투하고 추상적 이념의 영역과도 밀접하게 결부된다. 끝으로, 이 소설에서 일명 ‘물의 인간(homo aquaticus)’으로 규정할 수 있는 많은 작중인물들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물에 대한 원초적 친밀성을 공유하면서 각자 고유한 물(길)을 통해 세계와 사물을 관조하고 사유하는 특이한 양상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