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문학적 현상을 설명하는 이론과 법칙이 현상에 후행하여 시간적 거리를 보이는 것과는 달리, 문학적 관습은 현상 속에서 만들어지며 동시에 현상을 통어하기에 동시간적이며 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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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Korean
한국연구재단(NR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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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문학적 현상을 설명하는 이론과 법칙이 현상에 후행하여 시간적 거리를 보이는 것과는 달리, 문학적 관습은 현상 속에서 만들어지며 동시에 현상을 통어하기에 동시간적이며 현상과 관습률 간의 거리가 매우 가깝다고 생각된다. 문학적 관습은 문학 작품의 제목이나 후렴구, 가창 방식에 따른 생략, 전 시대 작품의 모방 등의 문학적 현상으로 구체화되기도 한다. 연구 대상으로 삼은 시조 작품은 16세기부터 20세기 초까지의 작품들로서 초장의 문장 구성이 ‘시간/장소 + 대상 호출’의 동일한 패턴을 보이는 시조를 모았다.
언어학에서 ‘관용구’ 또는 ‘고정구’ 등으로 불리는 패턴(Pattern)은 중심어와 그를 둘러싼 전치사, 부정사, 보문절 등의 문법적 환경 전체를 의미한다. 문형이라고도 불리는 패턴은 실제 언어활동에서 추출되어 언어 교육의 기제로도 사용되고 있고, 민요를 비롯한 고전 시가에서도 후렴구나 관용구의 형태로 사용되어 왔다. 소환형 시조는 ‘대상 호출-말 건네기-반응’이라는 패턴을 사용한 작품군이다.
대상을 호출하여 대상과의 대화를 시도하는 방식의 노랫말이 지속적으로 창작되고 전승될 수 있었던 것은 16세기 시조 문학의 발전 배경과 긴밀한 관계가 있다. 퇴계나 율곡 등 성리학자들에 의해 이전 시기의 노래문학인 경기체가와 속요가 비판의 대상이 되고 시조가 대체 장르로 제시되었다. ‘위 - 景 어떠하니잇고’와 같은 ‘自己 誇示’의 문학에서 ’無我‘의 경지를 추구하는 性情美學의 대두는 서정적 주체의 정체성을 바꾸어 놓았으며 동시에 새로운 미적 이미지를 담을 새로운 장르를 필요로 했다. 유학자적 성정을 자연 속에서 길러내고자 했던 성리학자들에게 있어 자연은 정계에서 받은 상처를 치유하는 공간일 뿐만 아니라 ‘有我的 私心’을 제거할 수 있는 공간이었다. 따라서 그들의 시조에는 정치 현실을 노래한 것보다는 유학자로서의 자신의 모습이나 이상을 담은 것이 많았다.
16세기 이후 시조가 自作 自唱하는 관습으로 향유 전승되면서 서정적 주체와 향유 주체의 일치, 서정 공간과 향유 공간의 일치는 한층 더 요구되었다. 소환형 시조에서 대상을 호출하여 말을 건네고 소통하는 방식은 물아일체의 경지를 지향했던 성리학자들의 사고가 반영되어 있다. 그러한 미적 이미지를 3행의 노랫말에 압축시키고자 과정에서 반복되어 사용되는 문형이 만들어지고 전승되었으며 문학적인 관습으로 자리 잡게 되었던 것이다. 그 과정에서 운율은 관습화를 거쳐 점진적으로 그 모습을 드러내는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본 연구에서는 시조의 초장 말구에 ‘00야’로 대상을 호출하여 이를 객관적 상관물로 이용하는 일련의 작품들을 하나의 패턴으로 묶는다. 이들 작품은 심재완의 「역대시조전서(1972)의 3,335수에서 뽑을 것이며, 초장 말구를 기준으로 대상을 호출하는 모든 작품들을 모아 ‘소환형 시조’로 명명한다. 또한 초장, 중장, 종장이 각각 다른 시조와 어떤 패턴을 공유하는지 3,335수의 모집단을 대상으로 조사하여 소환형 시조 내부에서 전승되는 패턴들과 소환형 시조 외부에서 전승되는 패턴들을 따로 추적할 것이며, 이를 통해 반복적으로 쓰였던 패턴과 담화 구조의 관계, 패턴의 전승 양상 그리고 시조 운율과 문학적 관습의 관계에 대해 고찰할 것이다.
작품에 대한 코딩 작업이 끝나면, 본격적인 검색 작업을 통해 ‘소환형 시조’로 명명할 수 있는 작품군을 확정하고 그 내용적 특성과 형식적 특성에 대해 규명하며 그것이 시조발전사에서 가지는 의미에 대해서 고찰할 것이다. 가장 중요한 연구 문제는 과연 시조가 패턴 전승의 형태로 창작되었다고 볼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이는 기존의 연구에서 음보율/음수율로 설명되어왔던 통설과는 다른 입각점을 가진 것이어서 흥미롭지만 신중하게 다루어야 할 부분이기도 하다. 본 연구자는 문학적 관습을 찾아내어 규명하는 것이 장르론적 이론에 위배되는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음보율과 음수율이 어떤 과정을 거쳐 형성되어 온 것인가를 좀 더 넓은 스펙트럼으로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고 믿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