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환은 다양한 존재의식의 내용을 ‘신체’를 통해 형상화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시적 주체를 시각적 주체에서 촉각적 주체로 이행시키는 독특한 감각 운용의 방식은 유치환 시의 특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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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Korean
한국연구재단(NR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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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운로드유치환은 다양한 존재의식의 내용을 ‘신체’를 통해 형상화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시적 주체를 시각적 주체에서 촉각적 주체로 이행시키는 독특한 감각 운용의 방식은 유치환 시의 특성...
유치환은 다양한 존재의식의 내용을 ‘신체’를 통해 형상화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시적 주체를 시각적 주체에서 촉각적 주체로 이행시키는 독특한 감각 운용의 방식은 유치환 시의 특성이자 유치환의 탈근대적 의식의 징후를 보여주는 측면이라 이해된다. 근대의 시각중심주의에서 벗어나 시각과 촉각이 중첩되고 시각이 촉각으로 전이되는 감각 운용 기법은 유치환의 존재의식을 보다 미학적으로 드러내는 장치이다. 이에 본 연구는 ‘신체→감각 운용 기법→존재의식’의 내적 연결고리를 살펴 시의 형식과 내용 모두를 정치하게 분석하고자 한다. 신체와 감각의 운용 방식과 존재의식의 내용은 곧 유치환 시세계의 특성으로 나타나므로, 여기에 근거하여 생명파 및 당대의 시인들과 변별되는 유치환 특유의 시적 전유가 무엇인지를 증명할 것이다.
요컨대 신체 표현에 초점을 맞춰 유치환 시의 존재의식을 밝히는 본 연구는 다음과 같은 문제에 중점을 둔다. 일차적으로는 신체 표현의 양상은 어떻게 나타나며, 이것이 어떤 방식으로 유치환 시의 존재의식을 드러내는가 하는 점이다. 이차적으로는 신체 표현을 통해 볼 때 유치환 시의 특성은 어떻게 나타나며, 유치환 존재의식의 의미는 무엇인가 하는 점이다.
신체 표현을 통해 본 유치환 시의 존재의식은 다음의 세 가지 양상으로 대별된다.
(1) 감금된 신체와 고립된 존재
유치환은 감금된 신체를 통해 고립된 존재를 드러내고 있다. 신체를 가진 인간은 죽음 같은 숙명적 한계에 맞닥뜨릴 때 존재의 불안에 빠진다. 유치환은 인간존재란 아무리 그 한계로부터 벗어나려 몸부림친다 해도 결국 그 현실에 고립될 수밖에 없음을 신체를 통해 보여준다. 이때 산과 같은 자연물에 신체를 대입하는 기법은 유치환 시가 갖는 하나의 특성이다. 인간의 신체가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근본적으로 중력을 가지면서 대지에 묶이는 것에서 그 한계를 드러내듯이, 유치환 시에서 산은 그 몸체가 대지에 고정된다는 점에서 고립된 신체로 자주 활용되고 있다.
(2) 손상된 신체와 갈등하는 자아
유치환은 손상된 신체를 통해 갈등하는 자아를 드러내는데, 자신의 신체를 동물의 몸으로 대체하여 갈등을 심화시키는 방식을 특징적으로 구사한다. 가령 유치환 시에서 박쥐는 날개를 갖고 태어났지만 자유로이 날지 못하는 숙명에 괴로워하는 존재로 나타난다. 그러면서도 날개를 기른다는 것은 박쥐가 비상의 욕망을 포기하지 않음을 의미한다. 요컨대 박쥐는 모순적이고 이중적인 인간존재를 효과적으로 나타내므로, 현실과 이상의 괴리에 갈등하는 자아로 활용되고 있다. 여기에서 인간존재에 대한 유치환의 의식을 짐작해볼 수 있다. 인간이란 본질적으로 모순적이며 이중적이기 때문에 끊임없이 갈등 속에 살아갈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한편, 신체의 손상은 갈등을 이겨내기 위한 시적 장치로도 활용된다. 유치환은 자신의 내부에서 갈등이 극에 다다랐을 때 그 갈등을 태우고자 텍스트 안에 과잉된 열기를 끌어들인다. 이때 신체 손상을 야기하는 열기의 투과 방식은 유치환 특유의 감각 운용 방식으로 나타난다. 이러한 기법은 유치환의 존재의식을 보다 선명히 드러낼 뿐만 아니라 미적 효과를 거두는 장치라는 점에서 특징적이다.
(3) 해방된 신체와 존재의 전환
유치환은 해방된 신체를 통해 존재의 질적 전환을 추구하고 있다. 유치환은 신체를 가진 인간을 결핍되고 고립되고 갈등하는 존재로 의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시인은 불완전한 신체로부터의 해방을 꿈꾸는데, 신체의 해방은 인간의 한계를 벗어나는 방법이면서 ‘본래의 나’인 실존을 지향하는 방법이 된다. 이때 신체 부위 중 ‘활개'는 존재의 질적 전환을 실현하기 위한 시적 방편으로 활용된다. 또한 유치환은 새의 몸체의 한 부분인 ‘날개’를 빌려 존재의 전환을 도모한다는 점에서 특징적이다.
위와 같은 신체 표현의 과정에서 촉각이 시각과 중첩되고 시각에서 촉각으로 전이되는 특징은 유치환 시가 보유한 독특한 감각 운용 방식이면서 그의 시의 미학성을 이루는 요소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