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리노 레스피기(Ottorino Respighi, 1879-1936)는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까지 이탈리아에서 활동한 작곡가로, 오페라만이 주 장르였던 당시 이탈리아에 기악음악을 부흥시켰다. 다양한 악기와 ...
오토리노 레스피기(Ottorino Respighi, 1879-1936)는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까지 이탈리아에서 활동한 작곡가로, 오페라만이 주 장르였던 당시 이탈리아에 기악음악을 부흥시켰다. 다양한 악기와 장르에 음악적 재능이 뛰어나 관현악곡, 성악곡, 피아노곡 모두에서 명작들을 남겼으나, 안타깝게도 지금까지 그의 작품에 관한 연구는 관현악곡과 성악곡에만 편중되어 있었다. 본 논문에서는 그의 피아노곡을 재조명하며, 그 중 초기 작품인 <피아노 소나타 f단조 P.16>을 분석하였다.
그는 스트라빈스키(Igor Stravinsky, 1881-1972) 이전 20세기 신고전주의의 시초이자 근대와 현대의 연결고리 역할을 하였으며, 이 작품에서 고전적 요소와 현대적 요소를 함께 나타내었다. 고전적 요소는 낭만적 양식, 옛 이탈리아 음악의 복원, 고전적 형식 이렇게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낭만적인 양식은 서정적, 전통적인 선율에서 잘 나타나는데, 후기 낭만주의의 대규모에 과장적인 양식은 아니며 간결하고 단순명료한 양식으로 나타난다. 옛 음악을 복원하려는 움직임은 르네상스 시대의 그레고리오 성가의 멜리스마 양식을 사용하거나 바로크 시대의 대위법을 도입하기도 하고, 전고전주의 시대의 하프시코드 건반 소나타의 기법을 연상시키는 것으로 나타난다. 고전적 형식으로는 소나타 형식(Sonata Allegro Form)과 단순 A-B-A’형식을 사용하였다. 현대적 요소는 인상주의적 음향, 현대적인 화성 및 전조이다. 인상주의에서 영향을 받은 병행화음, 반음계 진행, 잦은 임시표의 사용은 조성을 모호하게 만들고, 분산화음의 빈번한 사용은 화성보다는 음향의 단위로 진행되는 프랑스 인상주의의 기법과 일치하는데, 이러한 인상주의의 대표적인 작곡가로는 드뷔시(Claude Debussy, 1862-1918)가 있다. 레스피기는 장조와 단조의 교차로 조성감을 흐리게 하거나, 특정하게 음형화 된 양손의 병진행(unison)으로 공허한 소리를 발생시키기도 하고, 모호한 인상주의 기법 안에서도 선율은 명확하게 드러내는 그만의 주요 작곡기법을 구축하였다. 현대적 감각의 표현은 화성과 전조에서 찾을 수 있는데, 주로 증, 감 관계로 나타난다. 페달 포인트(Pedal Point)의 사용으로 중심음 혹은 조성의 으뜸음이 강조되는데, 여기서 중심음의 이중성이 드러나기도 한다. 이중성이 나타나는 방식은 페달 포인트로 조성감을 확실히 하면서도, 잦은 임시표로 조성감을 흐리기도 하는 것이다.
<피아노 소나타 f단조 P.16>은 1897년부터 1898년까지 레스피기의 학생 시절 작곡된 것으로, 이 작품은 그의 세 개의 작곡시기 중 1기에 해당된다. 그는 당시 학생으로서 볼로냐, 러시아, 독일에서 작곡을 배우며 비올라와 바이올린 연주자로 활동하였다. 이 시기에 그는 주로 이탈리아의 옛 음악을 연구하고 자신의 곡에 인용하였으며 간결하고 고전적인 형식을 사용하고, 선율 중심적으로 작곡하였다. 작품의 시대적 배경은 20세기 음악이 확립되기 전 후기 낭만주의 음악과의 과도기인 19세기 말로, 일명 ‘예술적 다원주의’ 혹은 ‘낭만주의 음악의 해체기’라고도 불린 시기이다. 당시 작곡가들은 낭만주의 음악적 양식을 답습하거나 혹은 그에 반하는 새로운 양식으로 나타나는 두 가지 양상을 띠게 되는데, 레스피기는 고전주의 음악형식을 재현하고 현대적 기법을 함께 사용하는 새로운 사조인 신고전주의의 선구자적 역할을 하였다. 본 논문에서는 음악사적 측면에서 이러한 시대적 배경과 함께 그의 작품경향을 연구하였고, 분석적 측면에서는 각 악장별 분석을 통해 형식, 화성, 기법이 어떻게 나타나는지 연구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