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덕수의 시론은 초기에 다양한 관심으로 시작되어 점차 주지시론으로 수렴되는 양상을 보인다. 주지시론은 초기에는 영미 이미지즘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엘리엇이나 흄과 같은 고전주...
http://chineseinput.net/에서 pinyin(병음)방식으로 중국어를 변환할 수 있습니다.
변환된 중국어를 복사하여 사용하시면 됩니다.
https://www.riss.kr/link?id=G3712398
2010년
Korean
한국연구재단(NRF)
0
상세조회0
다운로드국문 초록 (Abstract)
문덕수의 시론은 초기에 다양한 관심으로 시작되어 점차 주지시론으로 수렴되는 양상을 보인다. 주지시론은 초기에는 영미 이미지즘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엘리엇이나 흄과 같은 고전주...
문덕수의 시론은 초기에 다양한 관심으로 시작되어 점차 주지시론으로 수렴되는 양상을 보인다. 주지시론은 초기에는 영미 이미지즘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엘리엇이나 흄과 같은 고전주의적인 경향에 대한 관심으로 나타난다. 그 영향으로 문덕수는 지성을 시의 중요한 요소로 꼽고 있다.
그의 초기 시론은 이미지를 중심으로 한 것이다. 문덕수는 이미지를 대상을 표현하는 방법뿐만 아니라 대상을 인식하는 방법으로 재정의한다. 시란 이미지를 통해 사물을 인식하는 ‘심상사고’를 보여주는 것이다. 어떤 대상을 가장 객관적으로 묘사하는 방법은 구체적이고 감각적인 레벨에서 묘사하는 것이며, 그것은 이미지를 통해서 가능하다. 이미지를 통해 사물을 인식할 수 있는 것은 상상력이 있기 때문이다. 이 때 상상력은 낭만주의의 이상이나 꿈처럼 자유롭고 무한한 것이 아니라, 사물에서 떨어져 있지 않은 집중된 시선이라는 점에서 코울릿지의 ‘공상’이라는 개념에 가깝다.
그러나 언어는 그 자체가 의미와 관련된 것이기 때문에, 관념이나 사상을 완전히 배제한 시는 성립될 수 없다. 따라서 시에는 심상사고 외에 개념으로 사물을 인식하는 무심상사고를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심상사고만으로 이루어진 시가 사물시라면, 무심상사고만으로 이루어진 시는 관념시라고 할 수 있다. 문덕수는 이 두 가지 시의 편협성을 극복하기 위해 랜섬의 ‘형이상시’ 개념을 받아들이고 있다.
형이상시는 형이상적 인식을 내용으로 하고 감각과 사상의 통합을 보여주는 시다. 이런 면에서 형이상시는 이미지론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으로 받아들여진다. 형이상시에서, 형이상적 인식은 철학적이거나 종교적인 인식을 말하고, 감각과 사상의 통합은 이질적인 이미지나 사건을 기발하게 연결시키는 ‘기상’을 통해 이루어진다. 이 모든 과정은 감각적이라기보다는 지적인 영역에 뿌리를 두고 있다. ‘형이상시’를 중심으로 한 문덕수의 시론을 주지시론이라고 부를 수 있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문덕수는 종교적이거나 철학적인 인식을 내용으로 하는 형이상시의 내용적인 특징은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방법적으로는 ‘기상’ 대신 ‘중층묘사’라는 개념을 도입한다. ‘중층묘사’는 하나의 시에 심상사고와 무심상사고를 동시에 사용하는 것으로서, 동일한 대상이나 주제를 객관적인 묘사와 추상적인 진술로 교차하여 입체적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이것은 이미지론의 귀결점이었던 ‘관념을 어떻게 구체화할 것인가’ 라는 문제에 대한 해답이기도 하다.
문덕수는 형이상적 인식과 중층묘사의 방법이라는 두 가지 조건을 만족시키는 형이상시의 대표적인 예를 김현승의 시에서 찾고 있다. 김현승의 시는 종교적인 인식을 바탕으로 할 뿐만 아니라 성공적인 중층묘사의 예를 보여준다. 나아가 문명비판이라는 주지시의 주제까지를 포함하고 있어서 한국시에서의 형이상시의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평가된다. 이는 문덕수의 주지시론이 형이상적인 인식과 방법을 바탕으로 해서 문명비판이라는 작품외적인 주제까지를 지향하고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그러나 문명비판을 포함한 사회 현실에 대한 관심은 그의 글 곳곳에서 단편적으로 드러나기는 하지만 체계적이고 논리적인 형태를 갖추고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미완의 가능성으로 열려 있다고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