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논문은 김영태 시의 공간 의식을 분석함으로써, 그의 시를 세 가지의 경향으로 분류하고 이에 내재된 시의식과 미적 지향점에 대해 논하고자 한다. 김영태는 음악을 시각적으로 표상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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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논문은 김영태 시의 공간 의식을 분석함으로써, 그의 시를 세 가지의 경향으로 분류하고 이에 내재된 시의식과 미적 지향점에 대해 논하고자 한다. 김영태는 음악을 시각적으로 표상하고...
이 논문은 김영태 시의 공간 의식을 분석함으로써, 그의 시를 세 가지의 경향으로 분류하고 이에 내재된 시의식과 미적 지향점에 대해 논하고자 한다. 김영태는 음악을 시각적으로 표상하고, 사물의 움직임을 신체적으로 은유하며, 풍경을 순간적인 회화처럼 묘사하는 등 다양한 예술 양식들의 미감을 언어로써 표현하고자 한 시인이었다. 이 논문은 현상학적인 공간 연구 방법론을 토대로 그의 시에서 드러나는 감각적인 특질들을 분석하고자 했다. 기존의 공간 연구나 공간의식 연구가 지닌 개인으로서의 자아와 세계로서의 공간 사이의 비대칭적 관계는 자의식 자체가 세계를 구성하는 시 텍스트에서는 보다 현상학적으로 논의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이 논문은 언명된 공간에만 주목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시적 대상들과 시적 자아 간에 일어나는 긴장, 대립, 조화, 지향 등을 분석하여 이를 토대로 세 가지 유형을 설정하고자 했다.
그의 시에서의 화자들은 각각 현실 공간을 변형하고 새로운 미적 공간을 모색하는 방법론을 보여준다. 자연 공간에서 화자는 풍경의 세목을 관조해서 감각적이고 환상성이 강한 이미지들을 감정적 개입을 최소화하여 기술한다. 이때 화자는 여러 대상들이 놓인 풍경과 관계 맺으며 다수성의 세계를 전람하는 소묘자이다. 도시 공간에서 화자는 도시의 억압과 폭력에 대해 자기 자신을 보잘것없는 인물로 희화화함으로써 가식적인 세계의 실상을 연극으로 치환한다. 이때 화자는 주로 억압적인 한 인물과 1대1로 대립하지만 그로부터 일방적으로 사회적인 질서를 강요받고 적극적으로 저항하지 못하는 주변인이다. 마지막으로 개인 공간에서는 육체성을 지닌 ‘너’를 인물이자 사물이자 공간으로써 인식한다. 이때 화자는 ‘너’라는 세계와 1대1로 대면하면서도 상호간에 영향을 주고받으며 미적‧감정적으로 교류하는 실존적 자아이다.
그런데 김영태 시에서의 독특한 미학은 소묘자일 때나 주변인일 때나 실존적 자아일 때나 항상 더 작고 아늑한 장소를 향하는 데에 있다. 그의 미학은 이러한 장소애착을 바탕으로 심화되어 내밀한 ‘깊이’를 지닌 순수한 공간을 지향한다. 이러한 지향을 통해 그는 자신이 처한 공간을 감각적으로 확장하거나, 풍자적으로 비꼬거나, 실존적으로 직면하는 것이다.
2장에서는 넓고 광활한 풍경 속에서 시적 화자가 자그마한 틈, 떨림, 진동, 얼룩 등을 발견하고 이를 통해 이미지의 청각적, 촉각적, 시각적인 확장을 시도한다는 점을 논할 것이다. 음악․무용․회화 등의 다양한 예술분야에 대한 조예를 바탕으로 김영태는 ‘틈’에 대한 감각적인 사유를 전개했다. 2장의 1절에서는 화자가 초현실적 이미지들을 관찰자적 시선으로 소묘한다는 점, 그러한 시선에는 풍경 전체에 걸친 시적 상상력이 개진된다는 점을 확인하고, 2절에서는 ‘틈’에 대한 사유를 통해 풍경이 화자에게 초현실적인 동시에 감각적인 존재로서 인식되고 있음을 논하고자 한다.
3장에서는 강압적이고 폭력적인 현실 속에서 시적 화자가 허위, 위선, 가식 등을 발견하고 이를 통해 화자가 현실에 대한 인식을 연극적으로 치환하고자 한다는 점을 논할 것이다. 화자는 스스로를 현실로부터 도외시되는 주변인으로 여긴다. 사회적인 삶 속에서 화자는 다양한 폭력과 억압을 경험하는데, 3장의 1절에서는 그러한 폭력과 억압 속에 숨겨진 가식, 비아냥거림, 허위 등을 확인하고, 2절에서는 부조리한 현실에 대한 풍자적인 비웃음과 화자 자신에 대한 자학적인 비웃음을 통해 사회 공간이 화자에게는 극적 상상을 통해 극복되어야 하는 공간으로 인식되고 있음을 논하고자 한다.
4장에서는 내밀함을 주는 대상과 대면할 때 시적 화자가 대상이나 화자 자신의 ‘몸’을 발견하고, 그곳에 자기 자신이나 대상을 틈입하고자 한다는 점을 논할 것이다. 4장의 1절에서는 화자가 ‘너’를 한 사람이자 절대적인 존재이자 행복한 공간 전체로 여김을 확인하고, 4장의 2절에서는 김영태의 화자가 자기 자신을 섬약하고 작은 존재로 인식하며, 이로 인해 화자가 이상적인 대상과의 대면에서 그치지 않고 그의 ‘몸’으로 자꾸만 자신을 밀어 넣고 더 내밀하게 결합하려는 합일의 의지를 보여주고 있음을 논하고자 한다.
공간에 따른 서로 다른 의식의 발현은 ‘자기 축소’와 ‘내부지향성’이라는 일관된 시 의식을 중심으로 하고 있다. 그것은 ‘공간’에서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공간’으로서의 내면을 발견하고 다시 그 내부를 끊임없이 천착하는 시 의식으로 연결된다. ‘관찰자’이자 ‘주변인’으로서의 태도를 견지하는 김영태의 화자가 공간을 사유하는 방식은 ‘공간 내부의 공간’에 대한 사유로 일관된다. 풍경 속에서 김영태의 화자는 감각적으로 확장하는 미세한 ‘틈’을 포착하고, 현실 속에서는 부질없고 세속적인 세상의 ‘허위’를 감지하며, 예찬적인 ‘몸’과의 만남 속에서조차 그 ‘내부’를 파고드는 극단적인 내부지향을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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