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행연구가 희박한 현실에서 본 연구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현재 일상에서 행해지는 언어습관에 대한 분석이 필요하다. 즉 ‘의리’와 ‘의무’가 어떠한 맥락에서 사용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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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Korean
한국연구재단(NR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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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행연구가 희박한 현실에서 본 연구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현재 일상에서 행해지는 언어습관에 대한 분석이 필요하다. 즉 ‘의리’와 ‘의무’가 어떠한 맥락에서 사용되는가...
선행연구가 희박한 현실에서 본 연구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현재 일상에서 행해지는 언어습관에 대한 분석이 필요하다. 즉 ‘의리’와 ‘의무’가 어떠한 맥락에서 사용되는가에 초점을 맞추어 다양한 용례들을 수집하고 정리하는 일이다. 여기에는 필요에 따라 미디어에서 활용되는 맥락들을 살피는 일도 포함될 수 있다. 이를 통해 두 개념 사이의 유사성과 차이점이 얼마간 드러나면서 일정 수준에서 범주화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 부수적으로 이데올로기로서의 성차이가 존재하는 측면도 파악될 것이다. 예를 들어 여자에게 의무를 붙여 ‘여자의 의무’라고 하면 자연스럽게 생각되는 반면 의리를 붙여 ‘여자의 의리’라고 하면 어딘가 어색하게 느껴지는 경우가 여기에 해당한다.
다음으로 진행할 일은 문헌자료의 수집과 정리이다. 이를 통해 이 두 개념이 발원한 연원을 추적하는 일이 이루어져야 한다. ‘의리’의 경우는 서구 전통에서는 살피기 어렵지만 동아시아 전통에서는 도처에서 확인된다. 즉 의(義)와 리(利)의 대결구도에서 또는 공(公)과 사(私)의 관점에서 ‘의리’를 드러내는 동아시아의 전통은 그 연원이 깊다. 적어도 선진시대의 사회 환경에서 각별한 자리매김이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 ‘의리’는 제자백가에 두루 걸쳐 중요한 가치덕목이었지만 특히 유가의 경우는 더욱 중시하였다. 그리고 송대에 성리학이 성립하면서 ‘의리’는 ‘도리(道理)’와 상통하는 위치를 점하게 되고 결국 절정에 이른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성리학이 조선에 미친 영향은 지대하였으니 ‘의리’ 역시 생명의 가치보다도 우선되는 양상을 띠게 되었다. 또한 해석과 입장에 따른 곡절이나 불쾌한 기억들을 포함하면서 이와 같은 전통은 문화적 유전자처럼 계승되어 현재에까지 이르고 있다. 이를 추적하는 과정을 통해 ‘의리’라는 개념의 명료성이 파악될 것이다.
‘의무’의 경우는 문화권역에 관계없이 두루 나타나는 개념이지만 비교적 서구 전통에서 각별한 강조가 이루어졌다. 희랍 전통에서는 대체로 합리적 제시가 이루어지는 양상을 보이는 반면 기독교 전통에서는 무조건적 수용이라는 형태로 강화된다. 즉 절대 유일신을 기반으로 하는 특징을 배경으로 삼을 때 ‘의무’는 의문의 여지없이 준수되어야만 하는 계율과 일치하게 된다. 서구 전통에서는 바로 이러한 의미의 ‘의무’가 강조 또는 강화되는 모습을 보인다. 근대에 이르러 이성의 빛으로 종교성을 걷어내는 풍경을 만나기는 하지만 완전한 결별은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었다. 새로운 버전의 출현 정도로 이해하더라도 무리가 아닐 것이다. 이와 같은 경로를 통해 서구의 윤리학 내에서 ‘의무론’은 여전히 강력한 지분을 가지고 있다. 이렇게 서구 전통의 연원을 확인하면 ‘의무’의 개념이 보다 확연해질 것이다.
이어질 논의는 ‘의리’와 ‘의무’가 각각 강조되는 사회 환경에서 나타나는 윤리문화의 실제를 파악하는 일이다. 이를 위해 사례들을 동원하여 드러낼 예정이다. 사례의 구성은 크게 두 가지 방법으로 가능하다. 예를 들어 『사기』에서 예양의 기사와 같은 장면들을 소환하는 방법은 전형적인 경우이다. 또한 ‘의무’들 간의 충돌을 명료하게 나타내기 위해 특정한 사례를 구성 또는 재구성하는 방법이 나머지 하나이다. 이런 방식으로 특징적인 몇 개의 사례들을 제시하고 또 그에 따른 해석을 통해 ‘의리’와 ‘의무’가 갖는 의미가 분명해지고 맥락에 따른 비교우위가 간파될 수 있을 것이다.
다음으로는 이론적 측면에서 ‘의리’와 ‘의무’의 주장을 살피고자 한다. 사례의 해석을 통해서도 얼마간의 노출을 기대할 수 있지만 아무래도 지적 거장들의 출현이 가지는 위력에는 미치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등장할 인물들은 정약용과 칸트이다. ‘의리’를 주장함에 정약용은 모자람이 없고 ‘의무’를 논함에 있어 칸트를 거론하지 않으면 결례가 된다. 이와 같은 지성들이 각각 ‘의리’와 ‘의무’를 대표하여 일단의 논의를 구성할 수 있다면 이론적 측면이 충실하게 드러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하지만 거대함과 방대함을 갖춘 이 둘을 작은 지면에서 다루자면 세밀함 보다는 거칠지만 핵심적 논의를 중심으로 진행해야 한다는 한계는 불가피할 것이다.
이상과 같이 윤리문화의 실제와 이론의 측면에서 ‘의리’와 ‘의무’의 의미와 맥락을 다루고 나면 갈무리의 단계로 진행하게 될 것이다. 앞의 과정을 통해 도덕적 가치 덕목인 ‘의리’와 ‘의무’에 대한 비교가 얼마간 이루어지는 성과를 얻게 된다. 또한 각각의 장단점을 헤아리고 나아가 향후 기대되는 바람직한 가치를 선양할 수 있는 작은 계기를 이루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