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에 만연하고 있는 자살 현상에 대해 사회학, 심리학, 정신분석학 등에서 여러 가지 견해를 내놓고 있다. 그러나 사회현상의 추상적인 객관화 과정을 거친 학계의 주장들은 피상적...
한국 사회에 만연하고 있는 자살 현상에 대해 사회학, 심리학, 정신분석학 등에서 여러 가지 견해를 내놓고 있다. 그러나 사회현상의 추상적인 객관화 과정을 거친 학계의 주장들은 피상적일 수밖에 없는 한계를 지닌다. 설득력 있는 통계에 따르면 가족간 불화, 가난, 질병, 경제적인 파산, 학업부진, 불명예 등, 자살의 이유는 다양하지만 어느 것도 결정적인 자살 원인이라고 규정지을 수 없다. 18세 이상의 성인 중 15.2%가 자살을 고려한 바가 있는데 가족의 문제가 가장 크다고 한다.
문학에서도 자살 사건이 등장한 경우는 수없이 많지만 자살 자체를 주제로 한 소설은 그리 많지 않다. 박민규의 소설 「아침의 문」은 자살시도에 실패한 사람이 다시 자살을 시도하는 긴장 속에서 서술된다. 자살을 시도했던 화자는 자신도 자살의 이유를 모르겠다고 한다. 작가는 자살의 이유를 모른다고 하면서 자살자가 느끼는 전망부재, 비루한 삶의 탈출구로서의 자살, 삶에 대한 애착의 또 다른 표현으로서의 자살을 심도 있게 그리고 있다. 실패를 포용하지 않는 사회, 승자 독식의 사회에서 영웅이 아닌 자들은 소멸할 수밖에 없다. 위로받지 못하고 애도하지 않는 사회에서 자살자들은 역설적으로 살고 싶다는 구조신호를 발하고 있다. 다만 그들의 구조신호를 사회가 해독하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우리가 약자들의 신음에 귀를 기울이고 그들과 소통한다면 죽음이 삶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있다. 그 가느다란 희망을 열어 놓는 것이 바로‘아침의 문’이라는 제목이 상징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 글에서는 문학에서 구현된 자살에 대한 문학적 성찰이 무엇인지 밝혀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