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길, 그러나 같은 목표: 1950년대 한국의 경제개발 담론

국문 초록 (Abstract)

경제개발계획이 입안되고, 실시되는데 있어서는 여러가지 요건들이 필요하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국민과 사회적인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1950년대를 통해 이러한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었다.
이러한 공감대의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은 다음과 같은 네 가지 요인들이었다. 즉, 1) 1945년 이후 일본으로부터 경제적으로 독립해야 한다는 국민적 열망, 2) 후진국에서의 경제개발 이론 및 경험의 수입, 3) 1950년대 미국의 대한정책, 그리고 4) 한국전쟁 이후 한국의 경제적인 어려움 등이 그것이다. 특히 이 중에서도 주목되는 것은 두번째와 세번째 요인이다. 두번째 요인은 한국 경제관료들과 지식인들이 ECAFE나 Colombo Plan 등에 참여함으로써 관련 정보를 얻을 수 있었고, 세계은행에 유학한 것 역시 중요하게 작용했다. 이들이 이 때 얻은 지식들은 식민지 시기에 얻은 정보 이상의 것으로서 1945년 이후 얻은 새로운 교육 효과를 의미했다.
세번째 요인은 서로 모순적인 두 가지 현상을 보여준다. 한편으로 미국은 한국에 대한 기술원조를 제공함으로써 경제개발계획을 실행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주었지만, 1957년 이후 미국의 대한원조의 감소로 인해서 한국인들에게 경제위기를 심어 주었고, 이것이 곧 경제개발계획을 통해서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는 국민적 공감대를 만들어내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이다.
이러한 공감대 위에서 세 가지 다른 형태의 경제개발의 길이 나타났다. 사상계를 중심으로 하는 자유방임형 경제개발론, 후에 박정희의 경제고문이 되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하는 국가주도의 경제개발론, 그리고 혁신세력이 중심이 된 사회민주주의적 경제개발론이 그것이다. 이들은 각각 경제개발의 방법과 경제개발계획 이후에 만들어져야 할 경제체제와 관련해 다른 생각을 갖고 있었다. 예컨대 자유방임형 경제개발론은 국가의 역할보다는 기업의 역할을 강조하고자 했다. 국가주도 경제개발론과 사회민주주의적 경제개발론은 서로 유사한 내용을 담고 있었지만, 통일을 바라보는 눈이 상이했다. 전자는 통일과는 별개로 경제개발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후자는 북한과의 통일을 전제로 해서 경제개발계획이 입안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러한 차이에도 불구하고, 1950년대 경제개발에 대한 담론들은 몇가지 중요한 공통점을 갖고 있었다. 첫째로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국가가 주도하는 계획이 필요하다는 점에 모두 동의하고 있었다. 둘째로 농업부문을 강조하면서 위장실업의 문제에 대해서 공통적으로 지적하고 있었다. 이것은 후에 노동집약적 공업 및 농업부문에 대한 투자 강조로 이어지고 있으며, 농업부문에 대한 강조는 한국적 특수성을 잘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셋째로 식민지 시기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물론 당시 지식인들이 식민지시기에 받은 교육은 기초적이고 단순한 것에 불과했지만, '계획'이라는 용어보다 '기획'이라는 용어를 선호하는데에서 나타나는 것처럼 식민지 시기의 교육의 영향이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었다. 셋째로 균형성장론의 영향이 강하게 나타나고 있었다. 이들은 1950년대에 다양한 서구의 경제개발 이론에 대해서 관심을 갖고 있었지만, 당시 제3세계에서 공통적으로 유행하고 있었더 균형성장론에 더 많은 관심을 갖고 있었다.
결국 1960년대 한국의 경제개발론을 보면 이러한 공통적인 특징들이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물론 시기에 따라 어느 계열의 사람들이 정책 입안과정에 더 많이 참여했는가에 따라 그 특징이 달라지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위의 세 가지 특징이 한국 경제개발계획의 공통적인 특징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