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의 중점내용은 세 부분으로 요약될 수 있다. 첫째, 문명의 매트릭스로부터의 ‘거리두기’를 통한 행복의 추구가 우울함의 기원이다. 둘째, 품위를 지각하는 인간의 조건이 곧 우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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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Korean
한국연구재단(NR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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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연구의 중점내용은 세 부분으로 요약될 수 있다. 첫째, 문명의 매트릭스로부터의 ‘거리두기’를 통한 행복의 추구가 우울함의 기원이다. 둘째, 품위를 지각하는 인간의 조건이 곧 우울...
본 연구의 중점내용은 세 부분으로 요약될 수 있다.
첫째, 문명의 매트릭스로부터의 ‘거리두기’를 통한 행복의 추구가 우울함의 기원이다.
둘째, 품위를 지각하는 인간의 조건이 곧 우울함이다.
셋째, 우울함은 자신을 부르는 실존의 목소리이자 행복한 섬에 이르는 첫 걸음이기도 하다.
첫 번째 테제는 아리스토텔레스와 에피쿠로스의 행복에 대한 논의를 비판적으로 검토하면서 얻어질 것이다. 자신에게 만족함을 체험하는 것이 행복이며 곧 자족임에는 분명해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자신에 대한 체험이 반드시 주어진 삶에 대한 긍정적 마인드를 지시하고 있을 필요는 없다. 인간에게 있어 자족은 결국 ‘결핍’의 관점에서 모색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외적 시선과 사회적 보상에 연연해하지 않고 평생 오직 외길만을 걸어온 고집스러운 장인조차 자신의 행위만으로 마냥 행복해 할 수는 없는 법이다. 때로 자신에게 실망하여 분노하기도 하며 자신의 한계에 미련이 남아 무력함에 빠지기도 한다. 이때 그에게 필요한 것은 ‘힐링’이 아니라, 자신의 느낌을 끝까지 사유할 수 있는 용기와 의지이다. 그때서야 비로소 그는 자신이 진입한 세계와의 관계를 지각하며, 그 관계맺음을 통해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할 수 있게 된다. 이때가 바로 그의 삶이 하나의 세계가 되어 그 안에서 자족을 지각하는 순간이다. 따라서 자신의 섬을 구축한 자만이 행복할 수 있다는 니체의 말은 초인만의 특권이 될 수 없다. 익숙함과 편안함에 의식이 중독되어 영원히 빠져나오지 못하는 경우만 아니라면, 세계로의 ‘열려 있음’을 지각하는 여느 정신에게 가능한 일인 것이다. 이때 우리는 삶이 단순히 ‘있음’이 아니라 실현되는 가능태임을, 그 앞에서 자신이 ‘열려 있음’으로 실존한다는 사실을 더불어 체험하게 된다.
두 번째 테제는 삶의 즐거움을 논하며 천박함과 고상함을 구별했던 밀의 공리주의를 면밀히 검토하면서 얻어진다. 우리의 연구는 그동안 철학사에서 별다른 주목을 끌지 못했던 독특한 문장에 시선을 고정해 보려고 한다. 정신적 능력의 소유자는 일반 사람보다 더 예민하게 고통을 지각한다는 주장이 그것이다. 밀이 대단히 예민한 사람이었다는 사실은 익히 알려져 있다. 그럼에도 사태가 달라지지는 않는다. 밀은 정신적 능력을 소유한 사람의 예민함을 인간이 지닌 보편적 품격이나 존엄성과 연결시킨 것이다. 인간이 존엄한 이유는 다른 생명체가 지각할 수 없는 그 무엇을 지각할 수 있다는 것, 이른바 자신과 세계와의 특별한 관계맺음에 어떤 생명체보다 정신적으로 예민하게 고통을 겪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암시하고 있다. 논의를 확장해 보면, 자신의 구축한 정신적 세계가 붕괴될 때 겪게 되는 세계 전체의 무화nihilation현상도 품격을 지각하는 인간의 전형적인 삶의 체험일 것이다. 밀은 윤리적 행위의 제 1원리인 ‘효용’을 이러한 정신적 품위를 지닌 자의 우울한 정신의 몫으로 돌리고 있는 셈이다.
셋째, 우리는 두 테제를 근거로 우울함에 머무를 수 있는 용기와 의지가 행복을 추구하는 삶의 목적과 대립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할 것이다. 우울함에 대한 체험된 경험이 글자 그대로 ‘아무것도 아님’에 그치는 것은 아니다. 이유는 단순하다. 의미 없음의 체험이 ‘누구’의 것이 아니라 특정한 ‘나’의 고유한 관계맺음이기 때문이다. 우울함을 체험한 사람은 많은 경우 내면적 결함으로 인해 자신의 삶이 꽉 막혀 있다고 느낀다.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우울함에 빠진 사람일수록 우울한 상태로 인해 고통을 받을 뿐만 아니라, 우울한 상태가 고착화되는 자신을 지켜보며 스스로 실의에 빠진다. 어떤 측면에서 진정한 고통은 우울한 상태로부터 오는 것이 아니다. 고통의 원천은 자신의 ‘가치 없음’을 야기한 우울증에 맞서 싸워야 한다는 주체의 내면적 강박관념에서 찾아질 수 있다. 그는 세계와의 우울한 관계맺음에 대한 헛된 저항을 자신에게 강요하고 내면화시킨 가학적 행위자로 변신한 것이다. 그럼에도 외적 시선을 걷어버리고 절박한 처해있음에 온전히 머무를 때, 현존재는 우울함이 자신을 불러 세우는 실존의 목소리임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