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곡의 자연관”이라는 주제는 동양예술철학의 한 분야만으로 설명될 수 없는, 엄밀히 말해서 유가나 도가사상의 단일코드로는 설명이 불가능한 다양한 사상적 외연을 내포하고 있다. 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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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Korean
한국연구재단(NR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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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운로드“가곡의 자연관”이라는 주제는 동양예술철학의 한 분야만으로 설명될 수 없는, 엄밀히 말해서 유가나 도가사상의 단일코드로는 설명이 불가능한 다양한 사상적 외연을 내포하고 있다. 겉...
“가곡의 자연관”이라는 주제는 동양예술철학의 한 분야만으로 설명될 수 없는, 엄밀히 말해서 유가나 도가사상의 단일코드로는 설명이 불가능한 다양한 사상적 외연을 내포하고 있다. 겉으로는 유교사회인 조선이지만 선비들이 향유했던 가곡은 그 사상적 내포와 외연에서 다양한 스펙트럼을 지니고 있음을 검토하게 될 것이다.
조선의 선비들은 중앙의 관(官)에서 물러나 재야로 돌아오면 민(民)의 학문인 도가의 노장사상으로 전향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점은 가곡미학에 있어서도 새로운 관점을 제공하게 된다. 이러한 인물들 가운데 김창협, 이형상, 정내교, 김천택, 이정섭, 홍대용 등은 음악사상적 측면에서 명확히 규명되지 못한 인물들로서 그들이 궁극적으로 지향한 가곡의 미학사상이 무엇인지를 천기론과 관련하여 본론에서 확인하게 될 것이다. 이들의 음악관에 대한 연구는 소수의 음악학자와 국문시가연구자들에 의해 그 명맥이 유지되는 정도이다. 조선후기 문인 가객들이 향유했던 가곡의 사상적 외연은 유가의 예악사상을 표방하지만, 그 내연은 ‘규율의 통제와 속박으로부터의 자유’라는 노장철학의 자연관으로 귀착되는 다양한 전개를 밝히게 될 것이다.
조선후기 음악과 관련한 천기론은 이 시기의 문학사상의 향방에 중요한 관건이 되는 시의식의 변화양상과도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으므로 시론(詩論)과 관련한 천기라는 용어를 검토할 것이다. 천기를 언급할 때 그 거론하는 배경에 따라 천기의 쓰임새가 달라진다는 점도 고려사항이다. 천기는 장자에서 비롯되었으므로 이 용어의 이면은 도가적 예술관을 기반으로 하며, 장자에서는 전편(全篇)을 통하여 대종사편(大宗師篇), 천운편(天運篇), 추수편(秋水篇)에서 모두 세 차례에 걸쳐서 이 용어가 나오며, 그 개념정의를 하게 될 것이다.
천기론은 조선 후기의 음악비평 용어로서 천기(天機), 자연(自然), 진기(眞機), 천연(天然) 등의 용어에 실려 산발적으로 언급되고 있는데 여기에 대한 음악이론이 체계를 갖춘 논설로서 시도되지는 못하였다. 그 이유는 조선시대의 음악미학사상이 양과 질적인 모든 면에서 빈약할 뿐만 아니라 독자적인 미학이론인 원론의 전개가 활발하지 못했던데 기인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곡의 자연관으로서의 천기론은 조선후기 가곡을 특징 지워줄 음악미학사상의 토대로서 여전히 빛을 발하고 있다.
가곡의 자연관과 관련하여 진행될 천기론의 논의들은 조선후기 가곡미학사상의 상위개념의 범주 안에서 설명하게 될 것이다. 또한 조선후기에 와서 이러한 무위자연적 세계관과 관련한 예술의 심미적 경향이 흥하게 되는 이면은, 교조적 주자주의(朱子主義)로부터의 일탈에 대한 관심의 표현이 예술행위로 드러난 것이 아닌가 추론된다.
천기론이 조선후기에 활동한 가객들의 자연관을 대변하는 이론이었다는 이러한 전제 하에 김창협, 이형상, 정내교, 김천택, 이정섭, 홍대용이 주장한 이론의 차별성을 집중적으로 탐색하게 될 것이다. 이들은 공히 ‘노래의 이상적 경지란 인위적인 의식을 배제한 자연과 천기 속에서 나온 것’이라야 한다는 주장을 한다. 이들의 이러한 가곡 인식은 ‘규율의 통제와 속박(詩)으로부터의 자유(노래)’라는 가곡의 자연관으로 드러남을 알수 있다. 또, ‘진정한 노래는 시의 문자적 기능을 벗어 던지고 노래 속에서 천기가 유동해야한다’는 이들 주장의 전모들을 속속들이 파악할 필요가 있겠다. 여기서 음악은 느낌과 감정을 일으키는 데 있어 문자보다 한 차원 높은 도구라는 전제가 깔려 있다. 시는 문자라는 필터를 반드시 통과해야 하는 반면 노래는 필터를 거치지 않고 직접 사람에게 감정을 전달한다. 노래는 시가 전달하지 못하는 것들을 전달하며, 노래는 인간의 뇌 중 가장 원초적인 부분에 직접 호소하고, 사람은 음악에 즉각 반응한다. 곧 시가 도달하지 못하는 영역에 음악이 들어갈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시가 도달하지 못하는 영역에 시는 노래에 업혀서 들어가며 마침내 문자의 속박으로부터 벗어나게 된다고 풀이할 수 있겠다.
진정한 노래에는 천기가 유동해야 한다는 말 또한 노래하는 이에게는 ‘비밀스러운 자연(自然)의 생명기작’(生命機作)이 내재되어 있을 때만 흥취있고 개성 있는 노래가 저절로 일어나게 된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렇게 설명하면, 장자에서 말한 바 ‘득어망전’(得魚忘筌, 물고기를 잡으면 통발을 잊는다)의 격조 높은 예술적 경지를 가곡의 자연관이 추구하려 했던 궁극적 지점이 아닐까 추론 해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