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톤의 <국가>에서 이상국가의 철학자들은 원래는 다스리기를 원하지 않지만 다스리기가 정의의 요구라는 점을 고려해서 다스리기를 원하게 된다. 하지만 여전히 철학자들은 통치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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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Korean
한국연구재단(NR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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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톤의 <국가>에서 이상국가의 철학자들은 원래는 다스리기를 원하지 않지만 다스리기가 정의의 요구라는 점을 고려해서 다스리기를 원하게 된다. 하지만 여전히 철학자들은 통치를 ‘anankaion’, 즉 ‘강제적인 것’, 혹은 ‘어쩔 수 없는 것’으로 간주한다. 이것은 <국가> 2권에서 글라우콘이 정의가 그 자체로가 아니라 결과 때문에 좋은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하는 이야기(358c)와 표현까지 거의 동일하다. 정의가 그 자체로 좋은 것이라고 주장하는 플라톤이 어떻게 해서 정의의 요구인 통치 행위는 결과 때문에 좋은 것처럼 이야기하는지는 의아스러운 것이 분명하지만, 플라톤이 정의로운 행동을 어떻게 규정하는지를 보면 사실 그렇게 놀라운 것이 아니다. 플라톤은 <국가> 4권에서 정의가 영혼의 각 부분이 조화롭게 제 할 일을 하는 것이라고 규정하고 나서, 돈거래나 몸을 돌보는 일이나 그 밖의 일들에서 영혼의 그러한 상태를 보존하고 만들어내는 행위를 정의로운 행위라고 규정한다(443e). 그러고 나서 조금 뒤에서는 정의로운 행위와 정의의 관계를 건강한 행위와 건강 사이의 관계에 유비시킨다. 건강한 행동들은 몸 안에 건강을 만들어내듯이 정의로운 행동들은 영혼 안에 정의를 만들어낸다는 것이다(444c). 그런데 <국가> 2권에서 글라우콘이 그 자체로도 좋고 결과 때문에도 좋은 것의 예로 건강을 들고 있고, 결과 때문에만 좋은 것의 예로, 신체단련이나 환자의 치료받음이나 의료 행위 등을 들고 있다는 것은(357c) 결코 우연이라고 할 수 없다. 글라우콘이 결과 때문에 좋은 것의 예로 든 것이나 그 자체로 좋은 것의 예로 든 것들이 사실 몇 개 되지 않는다. 몇 개 되지 않는 예들 중에서 건강한 행위들이 결과 때문에 좋은 예들로 거론되었고, 그런 행위들의 결과로 생기는 건강이 결과 때문에도 좋고 그 자체로도 좋은 것의 예로 거론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플라톤이 소크라테스로 하여금 바로 그 관계에 정의로운 행위와 정의의 관계를 유비시키도록 만들었다는 것은, 플라톤이 건강한 행위들과 마찬가지로 정의로운 행동들도 결과 때문에 좋은 것의 사례가 된다고 생각한다는 대단히 강력한 증거라고 여겨진다.
정의가 그 자체로도 좋은 것임을 보이려는 플라톤의 기획은 글라우콘의 좋음의 분류가 행위자-상대적이라는 사실을 고찰하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짐작할 수 있다. 글라우콘 식의 규정에 따르면 나에게 좋은 것은 너에게는 좋은 것이 아닐 수도 있고, 나에게 그 자체로 좋은 것이 너에게는 그 자체로 좋은 것이 아닐 수도 있다. 예를 들어서 조깅은 나에게는 그 자체로는 좋은 것이 아니고 결과 때문에만 좋은 것이지만 운동을 즐기는 너에게는 그 자체로 좋은 것일 수도 있다. 정의가 그 자체로 좋은 것임을 밝히는 플라톤의 기획은 그것이 철학자에게만 그 자체로 좋은 것이 아니라 정의로운 행동을 하기 싫어하는 보통 사람들에게도 그 자체로 좋은 것임을 밝히려는 것이다. 이러한 사실을 고려하면, 정의와 정의로운 행동을 구별하지 않으면 플라톤의 기획은 애초에 성공할 수 없는 것이 된다.
강제로서의 정의로운 행동에 대해서 플라톤이 많은 언급을 하고 있지는 않기 때문에 본 연구에서는 철학자에 대한 강제에 초점을 맞추어서 논의를 하게 되겠으나, <국가> 9권에서 부정의한 행동을 하고서는 처벌을 받지 않으면 영혼이 더 못된 상태가 되겠지만, 벌을 받으면 영혼이 더 나은 상태가 될 것이기 때문에 부정의한 행동을 하고서는 벌을 받는 것이 더 이득이 된다고 이야기하는 구절(591b)도 정의로운 행동이 결과 때문에 좋은 것의 사례가 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예일 것이다. 부정의한 행동을 하고 나서 벌을 받는 것은 분명 정의로운 행동이다. 위에서 이야기했듯이 <국가> 2권에서 결과 때문에 좋은 건강한 행동들로 신체 단련과 치료를 예로 들었는데, <국가> 4권에 나오는 돈 거래에서의 정의로운 행동이나 철학자의 통치행위로서의 정의로운 행동은 신체 단련에 유비된다고 한다면, 부정의한 행동을 하고나서 벌을 받는 것은 병에 걸리고 나서 치료를 받는 것에 유비된다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