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18세기 말 에든버러를 중심으로 한 스코틀랜드 문필 사회가 런던을 중심으로 한 영국적 담론과 관계 맺는 양상을 중심으로 엘리자베스 해밀튼의 『현대 철학자들의 회고록』을 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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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Korean
한국연구재단(NR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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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연구는 18세기 말 에든버러를 중심으로 한 스코틀랜드 문필 사회가 런던을 중심으로 한 영국적 담론과 관계 맺는 양상을 중심으로 엘리자베스 해밀튼의 『현대 철학자들의 회고록』을 읽...
본 연구는 18세기 말 에든버러를 중심으로 한 스코틀랜드 문필 사회가 런던을 중심으로 한 영국적 담론과 관계 맺는 양상을 중심으로 엘리자베스 해밀튼의 『현대 철학자들의 회고록』을 읽어봄으로써 스코틀랜드 여성 작가 해밀튼이 18세기 말 영국의 문화 담론 안에서 갖는 위치를 재조명하고자 한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먼저 18세기 후반 에든버러라는 도시와 이 도시의 문화지형에 대한 연구가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에든버러를 중심으로 활동했던 18세기 스코틀랜드 계몽주의 지식인들의 학문적 성취는 정치적으로 잉글랜드에 복속되어 있으면서도 문화적으로는 브리튼 왕국의 중심지임을 자처하는 특유의 이중적 의식구조를 배경으로 탄생한다. 18세기 후반 에든버러 계몽운동의 중심에는 스코틀랜드 교회의 성직자 집단인 ‘중도파’(Moderates)가 있었다. 중도파는 성직자이면서도 세속화된 문명을 받아들이고 문명사회에서 교회의 역할을 강조했다는 점에서 세속화와 종교의 양극단 사이에서 해답을 찾고자 했던 지식인 집단으로 규정할 수 있다. 이처럼 문화와 지성이 번영한 도시로서 뿐만 아니라 잉글랜드인들의 시선에서는 아름다운 관광지였던 에든버러 역시 특유의 양가성을 통해 기술된다. 관광객들에게 에든버러는 근대문명이 발달한 계몽주의 시대의 대도시적 세계를 구현하는 동시에 기이하게 이국적이고 신비로운 북쪽의 땅을 동시에 의미했다.
해밀튼의 작품 세계는 이러한 에든버러의 문화적 이중성을 여러 형태로 반영한다는 점에서 재조명되어야 할 가치가 충분히 있다. 18세기말, 19세기 초 에든버러 문단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면서 당대에는 영국 문단에서 오스틴만큼 유명했던 해밀튼은 브리튼 왕국의 주변부 여성작가로서 한계를 인지하면서도 주류 영국 담론에 대한 비판적 시간을 견지함으로써 자신만의 작품 세계를 구현한다. 18세기 감성주의 소설에서 유행했던 유혹 플롯의 변형, 고드윈과 울스튼크래프트를 비롯해 자코뱅으로 불렸던 급진적 철학자들에 대한 풍자적 논평을 통해 해밀튼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1790년대 영국의 혁명 담론에 개입한다. 동시대의 여성작가들이 울스튼크래프트처럼 급진적 페미니즘을 주창하거나 해나 모어처럼 여성성의 보수화에 앞장선 것에 반해, 해밀튼은 그 이데올로기의 양극단에서 자신만의 줄타기를 해낸다. 해밀튼의 작품들은 가정/여성적/사적영역과 정치/남성적/공공영역의 이분법이 강화되던 1800년 이후 영국의 주류 담론에서 그 경계를 오간다. 이는 “블루스타킹”(bluestockings)이라는 호칭이 의미했던 것처럼 글쓰는 여성에게 적대적이었던 당대 사회에서 스코틀랜드 여성 작가가 취할 수 있었던 현실적 대안의 일환으로 설명될 수 있다. 따라서 해밀튼은 대부분 그녀의 보수성을 비판하는 기존 비평가들의 평가에서보다 좀 더 급진적이고 여성주의적인 입장에서 재조명할 필요가 있음을 본 연구는 밝히고자 한다.
『현대 철학자들의 회고록』에서 해밀튼은 기존의 유혹 플롯을 차용하되, 다양한 여주인공을 내세워 이들의 삶과 교육에서 나타나는 문제점을 다각도로 재현함으로써 보다 올바른 여성교육으로 나아갈 수 있는 길을 구현하고자 한다. 해밀튼의 소설은 울스튼크래프트의 『머라이어』(The Wrongs of Woman; or, Maria)나 헤이즈의 『에마 코트니의 회고록』 같은 영국 여성작가들의 작품을 풍자하거나 패러디함으로써 이들의 급진적 페미니즘을 쉽사리 받아들일 수 없었던 독자들도 다시금 문제적 여성이 주인공이 되는 소설 읽기로 끌어들이려는 의도를 내비친다. 1790년대 혁명 담론에 적극 참여하면서도 공적 영역에서 급진적 여권주의자로 통용되기를 저어했던 해밀튼의 미묘한 처세 역시 이러한 의도의 일환으로 해석할 수 있다. 글쓰기와 담론이 유통되는 공적 영역에서 여성이 배제될 경우 읽기와 쓰기를 통한 제대로 된 여성 교육의 앞날은 더욱 요원해지기 때문이다. 또한 해밀튼은 세속화와 종교의 양극단 사이에서 철학의 자리를 고민했던 ‘중도파’ 사상가들처럼 읽기를 중심으로 한 여성교육에서 종교의 역할을 고민한다. 이처럼 본 연구는 18세기 말 영국의 문화지형에서 에든버러가 갖는 주변성과 중심성의 문화적 이중성을 기반으로 해밀튼을 다시 읽는 작업에 집중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