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모듈성에 관한 연구: 지각의 인지적 투과불가능성과 사고의 유연성

국문 초록 (Abstract)

심리철학자 포더가 도입한 모듈성 개념은 그 자신에 의해 지각 체계에 주로 적용되었지만, 이후 진화심리학자들은 중앙인지체계도 모듈적이라고 주장하며 모듈성의 적용범위를 확장해왔다. 이러한 확장으로 인해 불거진 철학적 쟁점들 가운데 두 가지를 살펴본다.

첫째, 진화심리학의 대량모듈성은 포더의 엄밀한 모듈 개념과는 달리 상당히 약한 모듈 개념, 즉 기능적 전문화로서의 모듈에 의존하고 있다. 그러나 포더는 그런 약한 모듈을 정신 나간 모듈이라고 비판한다. 이는 모듈성의 개념을 확립하는 것이 다른 관련된 논쟁을 수행하기 위한 기초 조건임을 의미한다. 따라서 본 연구는 인간의 인지 구조를 탐구하기에 적합한 모듈성 개념은 무엇인지 먼저 개념적으로 규명할 것이다.

둘째, 대량모듈성을 지지하는 몇 가지 이론적 이유들과 경험적 증거들이 없지 않지만, 모듈들의 집합만으로는 인간 사유의 고유한 특징인 유연성과 일반성을 설명할 수 없다고 의심할 이유가 충분하다. 물론 대량모듈성 옹호자들이 아무런 설명을 제시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그러한 설명들이 진정으로 사고의 유연성에 대한 좋은 설명을 제공하는지 체계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본 연구는 특히 인간 인지체계에는 체계1과 체계2라는 별개의 체계가 존재한다는 이중과정 이론의 주장에 입각하여, 인간의 모든 추론 및 의사결정이 빠르고 진화적으로 오래된 모듈들의 집합에서 생겨난다는 주장을 비판적으로 검토할 것이다.

셋째, 포더는 지각 체계가 진정으로 모듈적이라고 믿었지만, 모듈성의 핵심 기준인 정보 밀봉과 접근불가능성 조건이 지각에서 지켜지는지는 논란거리가 되어왔다. 우리는 최근의 지각심리학 및 신경과학의 연구성과들을 바탕으로 지각 체계의 모듈성 논의를 재검토할 것이다. 그와 더불어, 만일 지각이 모듈적이라면 지각의 인지적 투과불가능성이 갖는 인식론적 함축은 무엇일지도 살펴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