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통루터교 신학과 때로는 충돌하고 때로는 공존했던 경건주의와의 다양한 역학관계를 보다 정교하게 서술하기 위해 연구자는 두 가지 방법론을 채택한다. 첫째는 작곡가가 소장하고 있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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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Korean
한국연구재단(NR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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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통루터교 신학과 때로는 충돌하고 때로는 공존했던 경건주의와의 다양한 역학관계를 보다 정교하게 서술하기 위해 연구자는 두 가지 방법론을 채택한다. 첫째는 작곡가가 소장하고 있었...
정통루터교 신학과 때로는 충돌하고 때로는 공존했던 경건주의와의 다양한 역학관계를 보다 정교하게 서술하기 위해 연구자는 두 가지 방법론을 채택한다. 첫째는 작곡가가 소장하고 있었던 신학서적들, 즉 1차 문헌 연구이다. 실제로 바흐의 소장도서목록이 바흐 학자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1980년대 이후에 이르러서이다. 이들이 학자들의 주목을 받은 이유는 (당연한 것이겠지만) 이들 목록에 정통루터교와 경건주의의 정전이 모두 포함되어 있었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이 중 바흐의 친필 주석이 첨가되어 있는 정통루터교 신학자, 아브라함 칼로프(Abrahm Calov, 1612 - 1686)의 성서주석서는 바흐의 음악을 신학적인 틀에서 이해하려는 학자들에게 보다 '직접적'인 음악과 신학과의 연결고리를 제공하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또한, 이 주석서는 주석에 또 다른 층위의 주석을 덧붙이는, 그리하여 해석에 해석을 더하는 전통적인 신학적 사고가 바흐에게 여전히 유효함을 증명해 줌으로 작곡가가 주어진 신학적 가사 역시 신학적으로, 또한 음악적으로 '해석'하였으리라는 가정을 지지하게 해 주었다.
그런데 이 연구가 주목하는 것은 이 주석서와 함께 바흐가 소장하고 있었던 서적들이다. 이들은 17세기 후반 독일 경건주의 신학의 밑거름을 제공한 요한 아른트(Johann Arndt, 1555 - 1621)의 『진정한 기독교』(True Christianity), 아른트 이후 경건주의 신학 확립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 필립 야곱 슈페터(Philip Jacob Spener, 1635 - 1705)의 『경건한 요청』(Pia desideria), 그리고 역시 경건주의 신학자들인 하인리히 뮬러(Heinrich Mueller, 1631-1675)와 아우구스트 헤르만 프랑케(August Hermann Francke, 1663 - 1727) 의 설교집을 포함하고 있다. 이 소장서적들은 작곡가 바흐의 신학적 사고의 틀이 정통루터교와 경건주의를 넘나들며 또한 이들을 아우르는 것이라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
신학적인 고찰에 뒤따르는 후행연구의 대상은 바흐의 종교성악작품의 가사와 음악이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바흐의 종교성악곡, 예컨대 칸타타는 루터교 교회, 즉 바흐가 고용되어 있었던 라이프치히 소재의 성토마스(St. Thoams)와 성니콜라스(St. Nicolas) 교회의 전례를 위해 작곡된 것이다. 따라서 칸타타 작곡의 목적은 예배에서 선포되는 복음서의 내용을 해석하여 강조하고 이를 청중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것이다. 성경, 자유롭게 쓰인 종교시, 그리고 루터교의 코랄로 이루어지는 칸타타의 가사는 따라서 시적이기 이전에 전례의 기능을 충족시키는 것이어야 한다. 이렇게 구성되는 바흐 칸타타 가사는 여러 겹의 신학적 의미를 함의하고 있다. 정통루터교와 경건주의의 공존은 바흐가 채택한 칸타타 가사의 의미를 풍성하게 만드는 이유이다.
바흐의 칸타타는 그 가사의 의미가 풍성한 것만큼 음악적으로도 풍성하다. 기악곡, 합창, 아리아, 레시타티보, 코랄이라는 다양한 장르로 구성되는 바흐의 칸타타는 이것의 가사가 담고 있는 신학적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목적으로 작곡되었기에 이들을 효과적으로 제시하고, 강조하고, 묵상하게 한다. 이를 위해 바흐는 다양한 음악양식을 사용하기도 한다. 그가 칸타타에서 사용하고 있는 시대를 아우르는 다양한 형식의 춤곡들, 전례를 찾아 볼 수 없는 화려한 기악 오블리가토가 첨가된 아리아악장들, 기악협주곡에서 차용해온 바흐의 리토르넬로 악장들, 화려하지만 필요에 의해 적절히 사용된 정교한 화성 등은 이러한 가사를 음악적으로 형상화하기 위한 도구들이다.
바흐의 종교성악작품 중 정통루터교와 경건주의의 공존을 드러내는 또 다른 음악장르는 그의 요한수난곡과 마태수난곡이다. 가사의 성격을 고려할 때 바흐의 수난곡만큼 여러 겹의 시간과 다양한 가사의 층과 음악적 의미의 결을 담고 있는 장르는 없다. 바흐의 수난곡들은 복음서에서 발췌된 예수의 수난사, 이를 에워싸고 있는 자유로운 형식의 종교시, 16세기 초반, 즉 종교개혁 시대의 코랄, 17세기 경건주의적인 흐름을 반영하는 코랄 등이 서로 어우러지며 형성해내는 복잡한 역학관계에 기반을 둔 가사를 담고 있기 때문이며 이들이 놀라울 만큼 다채로운 음악양식에 담겨 제시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바흐의 수난곡 역시 정통루터교와 경건주의 신학의 공존을 반영하고 있는 적절한 예로 심도있게 논의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