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세유표』와 정약용의 통치론 : 신분 질서와 예치禮治 문제를 중심으로 = Gyeongse yupyo and Jeong Yak-yong’s Theory of Government : With a Focus on the Class Order and Rule by Rites

국문 초록 (Abstract)

이 글은 정약용(1762~1836)의 대표적 경세서인 『경세유표』를 중심으로, 그가 구상한 새로운 나라의 통치 시스템과 그 구조의 특징을 분석한 것이다. 특히 정약용이 구상한 왕정王政에서 군주와 관료, 향촌 사족士族, 농공상인 등 다양한 계층의 구성원들이 어떤 신분 질서와 논리에 따라 상이한 역할과 대우를 받는다고 보았는지 살펴보았다. 정약용은 『경세유표』 서문에서 공포로 위협하고 처벌하는 법法이 아니라, 천리天理와 인정人情에 부합하는 예禮를 말했다고 했다. 국가 법전에 버금가는 위상을 가진 『경세유표』는 표면적으로는 법을 말했지만, 유학자 정약용의 예학적 관점을 깊이 투영시킨 예치적(예학적) 통치서라고 할 수 있다. 조선은 유교적 이념과 가치를 반영한 전형적인 유교적 법을 사용했다. 정약용에게도 법이란 유교의 이념을 수호하기 위한 제도였다. 또한 다양한 법조문은 유교 윤리를 구현하는 각종 예제禮制의 정신과 내용을 반영한 것이다. 정약용은 이치에 맞는 법이라면 모두 예라고 부를 수 있다고 했는데, 가장 바람직한 실정법은 예와 유사한 의미를 갖는다고 본 것 같다.
필자는 『경세유표』에서, 교육을 통해 민중을 계몽하고 타당한 기준에 의해 상하귀천의 등급을 구별했던 예의 정신이 어떤 방식으로 정약용의 통치론에 반영되었는지 살펴보았다. 그는 『경세유표』에서 제후국의 예를 준수하여 중앙부처와 행정조직을 차등적으로 설계했다. 정약용이 염두에 둔 예의 상하귀천 등급에 따른 차등화 원리는, 중앙의 정부조직 뿐만 아니라 주거지 구획과 가옥 형태, 울타리, 거마와 의복, 음식과 모든 물품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고 엄격한 방식으로 적용되었다. 정약용은 상하귀천에 맞는 타당한 예식을 권장하고 감독하기 위해 금제사禁制司나 제례감齊禮監 같은 신설기구가 필요하다고 보았다. 한편 그는 『주례』 해석에 따라서, 수도권(六鄕·六遂)과 지방군현의 관계, 향수와 군현의 교육 및 인재 선발법 등을 위계적이고 차등적으로 구상했다. 『경세유표』의 다양한 제도에는 정약용이 생각한, 귀족(사족)과 천족 간의 타당한 구분 및 이들의 차등적인 권리와 역할이 전제되어 있다.
정약용에게 예를 따르며 시행할 수 있다는 것은 귀족의 중요한 지표였다. 그는 당시에 지방향촌의 향리와 소민들이 영락한 귀족(사족)을 무시하고 침해하는 것을 우려했다. 그는 천족이 귀족을 능멸하는 것이 지방관의 큰 걱정거리라고 했다. 정약용에게도 귀천을 구별하면서 귀족을 더 우대해야 한다고 본 차등적인 신분관념이 있었던 것은 분명하다. 그가 주목한 귀함의 성격이 무엇이며, 어떤 의미에서 그는 귀족을 우대해야 한다고 본 것일까? 정약용은 선천적인 씨족氏族의 귀천을 내세우지 않고, 본인의 노력으로 과거시험을 통해 얻은 관직, 학문과 윤리적 인품을 귀족의 중요한 지표로 간주했다. 그는 귀족으로 대우받은 자들이 실질적으로 사공事功의 효과를 창출할 것을 요구했고, 어떤 사족이라도 구체적인 직업(九職論)을 가져야 하며, 그에 따른 마땅한 납세를 강조했다. 이 점에서 그는 사족 신분의 책임과 의무를 강화시켰다고 볼 수 있고, 대다수가 인정할 만한 사족의 타당한 기능과 역할을 고민했다고 할 수 있다. 정약용이 놀고먹는 선비를 농공農工이나 원포園圃 경영으로 이직시켜서 납세인구를 확보하려고 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정약용은 비록 귀한 사족을 ...

다국어 초록 (Multilingual Abstract)

With a focus on the Treatise on Government 經世遺表(Gyeongse yupyo), Jeong Yak-yong’s 丁若鏞(1762~1836) representative text on statecraft, this paper analyzes the characteristics of both the governing system that he devised for a new nation and its structure. In particular, it examines the type of class order and logic according to which members of diverse classes in a monarchy such as the monarch, government officials, aristocrats 士族(sajok) in provincial or local communities, peasants, artisans, and merchants were given disparate roles and treatments. In the introduction to Gyeongse yupyo, the author explains that he discusses, in the main body, rites 禮(li; ye) agreeing with heavenly principles 天理(ch’ŏlli) and human emotions 人情(injŏng) instead of laws 法 threatening and punishing the people with fear. On par with the national legal code in position, Gyeongse yupyo can be viewed as a book on government based on rule by rites 禮治(lizhi; yech’i) deeply reflecting Chŏng the Confucian’s perspective grounded on the study of rites 禮學(lixue; yehak) notwithstanding its superficial discussions on laws. Indeed, the laws of the Chosŏn Dynasty were typical Confucian laws that reflected Confucian ideology and values. Likewise, to Chŏng, laws constituted an institution for protecting the ethical ideology of Confucianism. In addition, various legal texts reflected the spirit and contents of diverse ritual systems 禮制(lizhi; yeje) realizing Confucian ethics. He said that all laws agreeing with underlying principles could be seen as constituting rites and seems to have viewed the most desirable positive laws as possessing significance similar to that of rites. In the end, even rites had been artificially created by humans. In that its agreement with heavenly principles and human emotions was stressed, it can be seen as resembling the concept of natural law in the modern West.
I examined the ways in which the spirit of rites, which thought that the populace must be enlightened through education and distinguished between high and low ranks according to standards viewed as valid, was reflected in Chŏng’s theory of government in Gyeongse yupyo. In Gyeongse yupyo, he differentially designed central government ministries and administrative organizations while adhering to rites befitting a vassal state. The principle of differentiating rites according to high and low ranks that Chŏng had in mind was applied consistently and strictly to not only government organization but also residential zoning, housing forms, fences, carts and horses, clothes, foods, and all goods. In his view, new government agencies such as the Office of Prohibitions 禁制司(Kŭmjesa) and the Bureau for Governing Rites 齊禮監(Cheryegam) were necessary in order to recommend and to supervise valid rituals and ceremonies 禮式(lishi; yesik) suitable to high and low ranks. On the other hand, Chŏng hierarchically and differentially constructed the relationships between the capital area (six townships六鄕; yukhyang) and six districts六遂;yuksu) and provincial counties and prefectures 郡縣(kunhyŏn) as well as methods for providing education and selecting talented people in and from townships/districts and counties/prefectures alike in accordance with his interpretation of the Rites of Zhou 周禮(Zhouli). The variety of institutions in Gyeongse yupyo presupposes the valid distinction between “nobles 貴族”(kwijok; i. e., aristocrats) and “base people 賤族”(ch’ŏnjok) and the differential rights and roles of these classes according to the work’s author.
For Chŏng, being able to follow and to implement rites was an important index of the “nobility.” He was concerned that, at the time, low-ranking provincial government officials 鄕吏(hyangni) and commoners 小民(somin) in provincial communities disregarded and infringed on the privileges of ruined aristocrats. Chŏng also stated that “base peopl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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