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도로 전문화된 현대사회는 삶을 파편화시켰고, 이런 파편화된 부분들은 각각의 규범과 행동양식을 산출시켰다. 전문직(Profession)의 삶 역시 현대의 고도로 파편화된 삶의 일부이다. 엄격하...
고도로 전문화된 현대사회는 삶을 파편화시켰고, 이런 파편화된 부분들은 각각의 규범과 행동양식을 산출시켰다. 전문직(Profession)의 삶 역시 현대의 고도로 파편화된 삶의 일부이다. 엄격하게 경계지워진 역할의 실행과 그에 따른 규칙의 준수는 아리스토텔레스적 의미에서 인간의 덕목들이 활동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두지 않았다. 따라서 전문직의 역할은 제도와 관행 속에서 지극히 소극적이고 방어적으로 규정지어질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사실 이 문제는 전문직 관련 규범이 가지는 이중적 성격과도 밀접하게 연결된다. 전문직 관련 규범이 도덕적 숙고를 통해 나올 경우에는 문제가 덜 하지만, 전문직의 기득권 유지를 위한 수단으로 쓰일 때는 문제가 심각하기 때문이다. 전문직의 독점적 지위와 자율성은 해당 전문직의 이익의 극대화를 위해 사용되는 것이 아니라 엄격한 자기규제와 공공선을 위한 노력 속에서 확보되어야 한다. 전문직에게 요구되는 규범적 차원의 논의를 새로운 관점에서 보아야 할 필요성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래서 본 연구의 목적은 이러한 필요성 아래서 도덕적 인테그러티와 전문직 윤리를 학문공동체, 공동체적 선(善)을 추구하는 덕윤리적 전통 속에서 탐색해 보는 것이다. 전문직 역시 한 인간으로서 오류를 범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전문직으로서의 인간은 그러한 오류를 적극적으로 수정해가면서 결국 도덕적 탁월성(moral Excellence)을 전체적 관점에서 가꾸어나갈 수 있다. 이른바 덕윤리적 관점에서 해명되는 ‘교화된 전문직’(Educated Profession)이 우리 시대의 새로운 전문직 윤리의 핵심 개념임을 강조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