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5월 29일부로 활동이 종료된 20대 국회에 제출된 법률안 수는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였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을 비롯하여 국민들이 의견을 제기할 수 있는 창구가 다양해진 상황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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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5월 29일부로 활동이 종료된 20대 국회에 제출된 법률안 수는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였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을 비롯하여 국민들이 의견을 제기할 수 있는 창구가 다양해진 상황에...
2020년 5월 29일부로 활동이 종료된 20대 국회에 제출된 법률안 수는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였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을 비롯하여 국민들이 의견을 제기할 수 있는 창구가 다양해진 상황에서 정부나 국회의원들이 이러한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적극적으로 법률안을 제출한 것이라면 이는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법안 제출 및 처리 과정에서 그 내용이나 체계에 대한 신중한 검토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면 추후 위헌이나 헌법불합치 결정이 내려질 위험이 있다. 2020년 5월 30일에 개원한 21대 국회의 형사입법 활동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전개되기 위해서는 20대 국회의 성과와 한계에 대한 평가가 전제되어야 한다. 이에 본 연구는 지난 20대 국회의 형사입법 현황 및 그 성과를 살펴보고, 21대 국회가 나아가야 할 형사입법의 방향을 제언하고자 한다.
이 연구는 20대 국회에서 발의된 총 24,141건의 법률안을 전수 조사한 후 그 중 형사입법으로 분류될 수 있는 5,012건의 법률안을 선별하여 분석하였다. 현행 법률 중 형사입법 발의가 가장 많이 이루어진 것은 161건의 법안이 제출된 「형법전」이었다. 다음으로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 134건, 「형사소송법」이 118건,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이 72건, 「법원조직법」이 57건, 「소년법」이 42건,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 41건, 그리고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 40건으로 집계되었다. 형사입법안을 주요 내용별로 구분해 보면, 성범죄와 관련된 법률안이 전체 형사입법의 19.5%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였고, 형사사법개혁 입법이 16.3%, 「경범죄 처벌법」을 포함한 「형법전」의 개정과 관련된 법률안이 11.3%로 나타났으며, 부정부패(9.5%), 공안범죄(6.2%), 가정폭력 및 아동학대(6.0%), 자금세탁(5.6%), 법원조직(5.4%), 기타 경제범죄(4.1%) 및 기타 폭력범죄(4.0%) 등과 관련된 형사입법이 그 뒤를 잇고 있다. 나아가 분석대상이 된 총 5,012건의 형사입법 중 가결된 법률안은 709건(가결율 14.1%)에 불과했고, 나머지 4,303건의 법률안이 폐기되면서 폐기율은 85.0%에 달했다.
20대 국회의 형사입법 중 국민적 관심이 집중되었을 뿐만 아니라 형사정책적인 측면에서도 상당한 의미가 있었던 쟁점으로는 검찰・경찰의 수사권 조정, 성폭력범죄 대응, 갑질 방지, 소년범죄, 산업안전, 가정폭력과 아동학대, 암호화폐와 자금세탁, 혐오표현과 가짜뉴스, 군 인권보장 및 군사법원 개혁, 전자장치부착법 등을 들 수 있다. 본 연구는 이러한 주요 쟁점들을 중심으로 20대 국회의 형사입법 성과를 고찰하였고, 그 한계에 대해서도 분석하였다. 일례로 성폭력범죄 대응 입법은 종래에도 활발히 이루어졌으나, 20대 국회의 활동 시기에 발생했던 미투운동과 텔레그램 N번방 사건 등으로 인하여 입법자들은 보다 강력한 성폭력범죄 대응 방안을 모색하였다. 우선 미투운동을 계기로 권력형 성폭력의 심각성이 드러나면서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성폭력범죄 처벌이 강화되었으나, 강간죄 성립 요건 완화 및 비동의간음죄 신설 등은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 또한 N번방 사건을 통해 디지털 성범죄의 심각성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었는바, 입법을 통해 그동안 가볍게 취급되던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이 그 자체로 성착취이자 성학대라는 인식의 전환을 도모했다는 점은 의미있는 성과이다. 아울러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피해자 지원을 위한 다양한 입법적 조치들이 이루어졌는데, 특히 오랫동안 논의되어온 형법상 의제강간죄의 기준 연령이 상향 조정되고, 강간 등 예비・음모죄가 신설된 것은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반면 암호화와 익명화를 특징으로 하는 텔레그램 비밀대화방이나 다크웹 등은 기존의 수사 방식으로는 접근 자체가 어려운데도 불구하고, 온라인 수색이나 잠입수사 등 디지털 성범죄에 대응할 수 있는 수사법제의 개선이 이루어지지 못했다는 점은 그 한계로 지적된다.
한편 형사입법의 경우에는 범죄예방이나 사회방위의 목적이 고려되어야 한다. 또한 입법의 효과로서 국민의 생명・신체・자유 등을 침해하는 형사제재가 부과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과정은 헌법과 형사법의 일반원칙들을 준수하며 보다 신중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국회는 형법의 최후수단성이 확보될 수 있도록 범죄행위(형벌)와 질서위반행위(과태료)를 구별할 수 있어야 하고, 자유영역과 자유제한의 영역을 나눌 수 있어야 한다. 또한 국회는 기술의 발전 및 진화하는 범죄 발생 양상을 고려하여 변화된 시대에 맞는 법제의 정비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한다. 나아가 형법은 1953년에 제정된 이래로 단 한 차례도 대폭적으로 개정되지 못했다. 그 사이 형사특별법이 대거 양산되면서 지나치게 복잡해진 형사법 체계는 일반 국민들로서는 특정 범죄에 대해 어떤 처벌이 내려지는지 제대로 파악할 수 없게 만들고 있다. 이에 형법전이 명실상부하게 기본법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국회는 정부와 공동으로 형법전 전면개정 작업을 준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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