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상섭은 이지적인 시선을 바탕으로 여성인물을 표현한 작가로 잘 알려져 있다. 이에 관한 기존 연구는 주로 신여성을 중심 소재로 한다. 그러나 그 대부분은 표면적인 접근에만 한하고 있...
염상섭은 이지적인 시선을 바탕으로 여성인물을 표현한 작가로 잘 알려져 있다. 이에 관한 기존 연구는 주로 신여성을 중심 소재로 한다. 그러나 그 대부분은 표면적인 접근에만 한하고 있어, 여성 인물을 부정적인 이미지로 확대 해석하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근대와의 연계성과 의의에 대한 연구는 미흡한 실정이다.
그러한 점에 착안하여, 이 논문은 염상섭의 근대 의식과 여성인물 형상화 과정의 상호관계 파악을 목적으로 한다. 이것은 1920~30년대의 소설에 순차적인 접근을 통해 이루어질 것이다. 이 작업은 인물의 행동 양상뿐만 아니라, 주변 인물과 서술자의 시선까지 살펴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제야」, 「해바라기」, 「너희들은 무엇을 어덧느냐」의 주인공들을 억압하는 것은 전통적인 결혼제도이다. 이들은 가부장적 가족제도가 요구하는 여성과는 거리가 멀다. 이들은 개인으로서의 삶을 더욱더 가치 있는 것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즉, 이들은 남성과의 결혼을 생계유지를 위한 교환가치로 이용한다.
『이심』, 『사랑과 죄』에 접어들면서, 작가는 여성의 성적 욕망 문제로 시선을 돌린다. 두 소설의 주인공은 자신들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 적극적으로 행동하지만, 결국 그들은 비극적 결말을 맞이한다. 이는 성욕과 물욕이라는 채우기 위해 행동하는 여성을 주인공으로 세워, 신여성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유도하는 것이다.
『삼대』, 『모란꽃 필 때』에 이르러서, 여성 인물들의 사회활동은 비로소 긍정적인 이미지로 형상화되기 시작한다. 이것은 신여성에 대한 부정적 시선 일색이었던 과거의 작품들과 차별화된다. 이제 여성은 조금이나마 개인으로서 존중받을 수 있게 되었다. 여성들은 자신의 인생과 연애에 대해 스스로 고민하게 된 것이다. 다시 말해, 이것은 진정한 의미의 자유가 실현되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이처럼 초기작품에서 염상섭은 남성인물이나 당대 현실에 관해서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는 반면, 여성인물에 대해서는 권위적 시선과 목소리로 적극적인 비판을 가한다. 때문에 여성인물들은 때때로 작위적인 성격으로 형상화되기도 한다. 그러나, 뒤로 갈수록 여성 인물들이 능동적으로 자신의 가치를 확인한다. 이것은 여성인물이 작품의 의미형성과정에 참여하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