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건축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경험이 단순히 ‘눈으로 보는 것’을 넘어, 신체적 움직임과 감각, 해석 행위 등 사용자의 능동적인 참여를 통해 형성된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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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 한양대학교 대학원, 2025
2025
한국어
서울
; 26 cm
지도교수: 장순각
I804:11062-200000846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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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연구는 건축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경험이 단순히 ‘눈으로 보는 것’을 넘어, 신체적 움직임과 감각, 해석 행위 등 사용자의 능동적인 참여를 통해 형성된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하였다. 기존 건축 담론은 주로 “건축 공간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디자인되는가”라는 생산 중심의 질문에 집중했다면, 최근에는 “그 공간이 실제로 어떻게 수용되고 경험되는가”를 해석의 중심에 두는 접근이 부상하고 있다. 이에 따라 건축 공간을 기능적 조형물로 보기보다는, 사용자가 직접 그 내부를 걷고 머무르며 감각적·심리적·인지적 반응을 유발하고 새로운 의미를 발견하는 ‘경험적 장(場)’으로 이해하려는 관점이 주목받고 있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본 연구는 문학 비평의 수용미학(Reception Aesthetics) 접근과 생태학적 지각이론(Ecological Perception Theory)을 건축 해석에 접목하여, 수용자 중심의 공간 경험을 탐구하였다. 수용미학은 작품의 의미가 텍스트 자체나 작가 의도에 고정되지 않고, 독자(수용자)의 해석을 통해 재구성된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를 건축으로 확장하면, 건축물 역시 고정된 결과물이 아니라 “사용자의 경험과 해석에 의해 끊임없이 의미를 재생산하는 텍스트”로 이해될 수 있다. 또한 생태학적 지각이론은 환경의 정보가 광학 배열(Optic Array)로 구조화되어 있으며, 인간(유기체)이 환경과 직접 상호작용하며 ‘행동가능성(Affordance)’을 탐색한다고 본다. 이러한 관점에서 건축 공간의 표면, 윤곽, 빛, 질감 등 다양한 요소는 사용자에게 특정 행동이나 감각을 유도할 수 있다. 즉, 수용미학적 접근과 생태학적 지각이론은 모두 공간(텍스트)과 사용자(독자) 간의 관계성을 중시하며, 수용자의 능동적 개입(신체적·지각적 참여, 독서 행위)을 통해 그 의미가 구체화된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지닌다. 이에 따라 본 연구는 수용미학과 생태학적 지각이론을 결합하여, 건축 공간이 ‘사용자의 경험과 해석’ 속에서 어떻게 의미를 재구성하는지를 살펴보았다.
본 연구에서는 이러한 이론적 기반을 토대로, 네 곳의 내러티브 뮤지엄—베를린 유대인 뮤지엄, 9/11 메모리얼 & 뮤지엄, 넬슨 앳킨스 뮤지엄 확장부, 가나자와 21세기 현대미술관—을 선정하여, 사용자가 공간을 이동하고 지각하며 해석하는 과정을 분석하였다. 이를 위해 제안된 분석 틀은 크게 두 축으로 구성된다. 첫째, 공간의 ‘지각 요소’로서 ①표면 배열, ②윤곽 및 소실점, ③움직임, ④표면 질감, ⑤빈틈을 설정하였고, 둘째, ‘경험 변수’로서 ①신체 스케일, ②신체 움직임, ③시간, ④빛의 변형을 설정하였다. 이를 바탕으로 각 뮤지엄의 주요 공간 장면(Scene)을 분석하고, 행동가능성(지원성, Affordance), 감각적 긴장(대조적 변수, Contrasting variables), 기대지평(Horizon of Expectation)의 충족·위반·확장의 관점에서 공간 경험을 구체적으로 살펴보았다.
분석 결과, 역사적 비극과 추모를 목적으로 하는 구체적 내러티브 뮤지엄은 정서적 몰입을 강화하기 위해 불편한 동선, 날카로운 질감, 보이드(빈틈) 등의 극적인 공간 전략을 활용하였다. 예를 들어, 베를린 유대인 뮤지엄의 ‘연속의 계단’은 의도적으로 통행을 방해하여 역사적 단절과 고통을 체감하도록 유도한다. 이는 수용미학의 ‘부정성(Negativity)’과 ‘지각의 생소화’, 생태학적 지각의 ‘행동가능성(Affordance)’이 결합된 형태로, “신체적 불편함”을 통해 강렬한 정서적 경험을 형성한다. 반면, 추상적 내러티브의 현대미술관은 사용자가 공간을 자유롭게 탐색하고 다각도로 해석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예를 들어, 가나자와 21세기 현대미술관의 ‘레안드로의 수영장’은 수면 아래 공간을 만들어 물속에 들어간 듯한 착각을 일으키며, “안과 밖 중 어디에 있는가”라는 이중적 감각을 경험하게 한다. 이는 지각 요소와 시간에 따른 빛의 반사 등이 맞물려, 사용자에게 예측하지 못한 시각적·촉각적 즐거움과 탐색 동기를 제공한다. 이렇게 고정된 서사를 부과하지 않는 공간은, 사용자가 공간을 주체적으로 탐색하고 해석하면서 ‘열린 텍스트(Open Text)’의 속성을 더욱 극대화한다.
이처럼 같은 지각 요소와 경험 변수가 내재하더라도, 뮤지엄의 내러티브 강도와 공간의 성격에 따라 사용자가 체감하는 행동가능성, 감각적 긴장, 기대지평 변화가 달라진다. 전형적인 역사 및 추모 뮤지엄들은 비극적 메시지를 강하게 전달하기 위해 행동가능성을 제한하거나 통제하고, 대조적 질감과 극적인 빛, 음영을 주로 활용하는 경향이 뚜렷했으며, 현대미술관은 사용자에게 해석 자유도를 제공하고, 덜 위압적인 구조를 통해 감각적 자극을 다양화하며 자유로운 해석을 장려한다.
결론적으로, 본 연구는 건축 공간이 더 이상 ‘완결된 조형물’이 아니라, 사용자의 경험과 해석을 통해 지속적으로 의미가 재구성되는 ‘경험의 장(場)’임을 사례 분석을 통해 확인하였다. 이러한 시각에서 수용미학의 “작품 의미가 독자 해석에 따라 재구성된다”는 개념과 생태학적 지각이론의 “환경의 구조적 정보가 유기체와 상호작용하여 행동가능성을 유도한다”는 논리가 건축 공간 해석에서도 유의미하게 적용될 수 있음을 입증하였다. 특히 공간 설계나 전시 기획 단계에서 사용자 경험과 해석 가능성에 중심을 두면, 특정 의도를 담은 공간(불편한 동선, 끝없는 보이드 등)은 강렬한 서사적 체험을, 열린 해석을 가능하게 하는 공간(모호한 투명 유리, 다수의 소실점 등)은 창의적인 감각 경험을 유도할 수 있다. 이는 건축가와 전시 기획자가 어떤 내러티브를 전달하고 싶은지, 공간에서 사용자의 자유도를 얼마나 인정할 것인지를 체계적으로 고민해야 함을 의미한다.
본 연구가 제시하는 시사점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공간 경험은 지원성(Affordance)의 발현을 통해 “행동을 통해 완성되는 경험”으로 전개된다. 둘째, 대조적 변수는 지원성이 제공하는 ‘행동가능성’의 물리적 기반 위에 해석적 깊이를 부여하는 감각적 장치로 작동한다. 셋째, 공간에 대해 가지는 선험적 기대와 실제 경험 과정에서 발생하는 기대지평의 충족, 전복, 확장은 사용자를 단순 수용자가 아닌 의미 ‘생성자’로 전환시키며, 공간을 ‘열린 텍스트’로 기능하게 한다. 넷째, 내러티브 강도와 수용에 따른 경험의 차이는 현대건축에서 공간 경험을 구성하는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여주며, 공간이 ‘경험적 매개체’로 작동하는 방식을 명확히 한다.
본 연구는 수용자 중심의 공간 경험 해석 틀을 제안하고, 이를 내러티브 뮤지엄 사례 분석에 적용함으로써 건축 공간이 사용자와 상호작용하는 경험의 구체적 메커니즘을 밝혔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이러한 관점은 디지털 매체가 결합된 전시, 도시 공간 등으로 연구를 확장하여 공간에서 발생하는 상호작용과 의미 생산 과정을 심화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 특히 사용자 참여와 경험을 강조하는 현대 건축 담론에서 본 연구의 접근법은 건축을 단순한 ‘하드웨어’가 아니라 ‘동적이고 해석 가능한 텍스트’로 바라보는 데 필요한 이론적 토대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한다.
목차 (Table of Cont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