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연구는 한국근대에 등장한 종교-과학-미신의 3분법과 종교자유가 어떠한 관련성을 지니고 있는지 규명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동아시아 근대에서 문명의 지표로 등장한 종교자유는 법...
http://chineseinput.net/에서 pinyin(병음)방식으로 중국어를 변환할 수 있습니다.
변환된 중국어를 복사하여 사용하시면 됩니다.
https://www.riss.kr/link?id=G3671641
2014년
Korean
한국연구재단(NRF)
0
상세조회0
다운로드국문 초록 (Abstract)
이 연구는 한국근대에 등장한 종교-과학-미신의 3분법과 종교자유가 어떠한 관련성을 지니고 있는지 규명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동아시아 근대에서 문명의 지표로 등장한 종교자유는 법...
이 연구는 한국근대에 등장한 종교-과학-미신의 3분법과 종교자유가 어떠한 관련성을 지니고 있는지 규명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동아시아 근대에서 문명의 지표로 등장한 종교자유는 법적 제도적 차원의 권리를 확보해 갔지만 그 과정에서 상당한 제약을 지닌 자유로 자리 잡았다. 본 연구는 한국 근대사회의 종교자유가 상당한 제약성을 지닐 수밖에 없었던 내재적 요인을 종교-과학-미신의 3분법에서 찾는다. 인식론적 차원에 속하는 종교-과학-미신의 3분법과 법적 차원에 속하는 종교자유는 서로 차원이 다르기 때문에 관련성이 없어 보이지만 근대 국민국가가 두 차원을 매개한다. 즉 근대사회의 국가권력은 종교-과학-미신의 3분법적 ‘인식론’을 통해 종교자유라는 ‘법적’ 권리의 범위와 한계를 규정한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동아시아 근대의 산물인 종교-과학-미신의 3분법에 의하면 종교는 개인의 판단에 맡겨진 ‘선택’의 영역이며, 과학은 누구나 받아들여야 하는 ‘사실’의 영역이며, 미신은 배제되어야 하는 ‘허위’의 영역이다. 수사적으로 표현하자면 종교는 선택과목, 과학은 필수과목, 미신은 기피과목이다. 일본의 경우, 19세기 중반까지만 해도 천황, 사천왕, 우두천왕은 민중층에서 호환가능한 용어로 사용되었지만 메이지헌법 제정 이후 천황은 역사적 사실에 근거한 존재(과학), 사천왕은 개인의 신앙적 대상(종교), 우두천황은 허구적 존재(미신)로 각각 규정되었다. 식민지 한국사회의 경우 <포교규칙>(1915)에 의해 불교, 기독교, 교파신도는 ‘종교’, 신사신도는 ‘국가제사’(과학), 천도교와 같은 신종교들은 ‘유사종교’(미신)로 분류되었다. 요컨대 종교(불교, 기독교, 교파신도), 과학(신사신도), 미신(신종교, 민간신앙)의 3분법이 작동한 것이다.
이러한 3분법은 근대적 공사이분법과 맞물리면서, 종교는 사적 영역, 과학은 공적 영역, 미신은 공적/사적 차원 모두에서 척결되어야 할 범주로 간주되었다. 따라서 근대사회의 종교자유는 종교가 공적 차원에 개입하지 않는 한에서 보장되는 것으로 해석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과연 근대국가는 사적 차원을 침해하지 않는 것인가? 그렇지 않다. 근대국가는 과학의 이름하에 다양한 민간신앙을 미신으로 배척하는 동시에 ‘국민교육’을 통해 국가에 순응하는 주체를 생산한다. 즉 국가는 체제에 위협적인 것으로 보이는 담론과 실천체계들을 미신으로 규정하는 동시에 국가 이데올로기를 과학의 이름하에 주입하는 방식을 통해 개인의 내면에 깊숙이 개입한다. 따라서 근대국가는 개인의 사적/내적 차원의 신앙에는 간여하지 않는다는 공사이분법은 단순한 수사(rhetoric)에 불과하다. 이러한 측면에서 볼 때 공사이분법과 맞물린 3분법이 작동하는 근대국가 체제에서 종교의 자유는 내재적 한계를 지니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3분법은 한국사회의 종교자유의 성격과 범위를 규정하는 심층적 요인으로 작동하고 있으나 그 동안 제대로 부각되지 않았다. 기존의 연구는 종교-과학, 종교-미신, 혹은 과학-미신의 이분법에 주로 의존하여 논의를 전개하였기 때문에 한국적 근대성의 일환으로서 종교자유 문제를 파악하는데 일정한 한계를 노정한 것이다. 종교라고 하는 근대적 범주는 과학 및 미신의 범주와 떨어져서는 존재할 수 없는 것이므로 이 세 범주는 동시적으로 파악되어야 한다. 즉 종교-과학, 종교-미신, 과학-미신의 이분법은 종교-과학-미신의 3분법으로 통합되어 파악될 때 각 범주의 독특성만이 아니라 종교자유의 성격, 나아가 한국 근대의 담론지형과 문화지형이 보다 분명하게 드러날 수 있다. 이처럼 세 영역을 명확하게 구별하는 분류체계는 어떠한 경로를 통하여 형성된 것인가? 이 세 영역 사이의 경계선은 서로 침범할 수 없는 고정불변한 것인가 아니면 시대적 상황과 사회적 맥락에 따라 끊임없이 재구축되는 것인가? 그 경계선을 긋는 주체는 누구이며 거기에는 어떠한 권력이 작동하고 있는가? 이 연구는 이러한 물음을 화두로 던지면서 한국사회의 종교자유 문제를 재조명하고자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