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사회에서 몸은 제일의 담론이고, 화두이다. 몸에 대한 철학적, 사회학적 연구가 여러 분야에서 진행되고 있으며, 몸에 대한, 몸을 위한, 몸의 담론이 다양한 양상으로 생산되고 있다.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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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Korean
한국연구재단(NR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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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사회에서 몸은 제일의 담론이고, 화두이다. 몸에 대한 철학적, 사회학적 연구가 여러 분야에서 진행되고 있으며, 몸에 대한, 몸을 위한, 몸의 담론이 다양한 양상으로 생산되고 있다. 이제 몸은 더 이상 이성 중심의 서구 사회에서 자연스럽게 인식되어 온 것처럼 정신에 의해 배척되고 억압받는 대상이 아니라 개인의 사유, 느낌, 욕구의 역동적 복합성이 자리 잡고 있는 장소 혹은 구체적인 사회성이나 역사성, 문화적 차이가 드러나는 주된 공간으로서 인정받으며 현대적 사유의 근원을 이루고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현대 몸 담론은 연극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을까? 연극이 총체적인 감각에 호소하는 예술이라는 점에서, 또한 연극이 그 기원을 정신과 몸이 하나 되는 원시 제의에서 찾고 있다는 점에서 몸에 관한 담론은 분명 연극 텍스트와 공연을 분석하는데 적용가능하다. 몸은 연극에서 인간의 심오한 감정을 표현해 내는 매체이다. 그 중에서도 등장인물을 구현하는 배우의 몸은 연극 몸 담론의 중심이 된다. 배우의 몸은 무엇보다 연기와 결부된다. 그런데 배우의 연기에 있어 신체의 중요성이 본격적으로 강조되기 시작한 것은 비재현적인 연극에서부터이다. 이제 연극에서는 아리스토텔레스의 미메시스 이론을 바탕으로 한 사실적 재현에 연연하지 않고, 몸에 관한 경험과 해부학적 지식 등을 바탕으로 배우의 몸에서 뿜어 나오는 생명체로서의 자발적인 에너지를 추구하는데 관심을 기울이게 된 것이다. 그러나 배우의 ‘몸 연기’에 대한 논의가 연극 장르에서의 몸에 관한 논의의 전부일 수는 없다. 공연이라는 특성상 ‘이중 발화행위(double énonciation)’라는 고유한 미학적 장치를 지니게 되는 연극 장르를 구성하는 또 다른 한 축은 바로 관객이다. 연극공연은 일종의 교환이다. 배우가 연기를 통해 만들어낸 스펙타클로 관객에게 즐거움과 감동을 행사하는 일종의 ‘증여(don)’를 한다면, 관객은 그에 대한 교환으로 정신의 유연성과 주의력을 통해 ‘답례(contre-don)’를 제공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증여와 답례가 종종 ‘영성체(communion)’라고 표현되는 관계 속에서 공연과 관객을 결합시키며, 이 교환의 중심에 관객의 태도를 드러내는 몸의 표현이 위치하게 된다.
연극은 또한 무대에서 무엇보다 움직임과 부동성을 통해 그 특징을 드러내게 되는데 그 움직임과 부동성이 형상화되는 바탕에 몸이 있다. 몸은 몸짓과 목소리와 표정 연기를 통해 무대 언어의 구성요소가 되며, 이야기를 형성하는 요소로서 극의 전개에 참여하고, 무대의 메시지를 장악한다. 이런 이유로 몸, 몸짓언어는 연극적 기호현상으로서 체계적인 분석의 대상이 된다. 몸짓언어는 극작가와 연출가에 의해 의도적으로 생산된 인위적인 언어이기 때문에 외견상 아무리 자연스럽다 할지라도 사회적이고, 극적이며, 이데올로기적이다. 연극에서 몸짓언어는 의사소통의 측면에서 이중적 기능을 수행하게 되는데, 이는 바로 몸짓언어가 존재하는 동시에 말을 함으로써 극적 의미작용에 참여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몸짓언어는 대사언어 혹은 어조, 분장, 머리 모양, 의상, 소품, 실내장식, 조명, 음향효과와 같은 여러 가지 복수적인 연극언어들과 다양한 형태의 관계를 맺으며 극의 상황과 메시지를 형성하게 된다. 그 가운데서 특히 담론의 기의를 생산하는 몸짓-대사, 억양과 리듬을 통해 연극성을 생산하는 몸짓-딕션, 몸짓이 공간을 점유하는 방식인 몸짓-무대 공간, 그 연장선상에 있는 몸짓-의상 등의 관계를 파악하는 것은 공연예술의 기호적 분석에 있어 대단히 중요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연극언어로서의 몸, 몸짓에 관한 연구가 무엇보다 신체연기를 강조하는 현대 프랑스 연극을 대상으로 적극적으로 수행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고전극의 경우에도 몸은 다양한 방식으로 극 속에 형상화되어 있었으며, 프랑스 연극에서 나타난 몸의 문제는 중세 성사극과 거기에 삽입되었던 소극(笑劇)으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중세 성사극을 대표하는 예수 수난극의 경우 그 중심에는 고문당하고 십자가에 못 박혀 피 흘리는 예수의 몸이 있었으며, 이와 더불어 중세의 대표적 연극 장르인 소극은 무엇보다 배우의 몸을 통해 드러나는 신체언어를 통해 관객들의 웃음을 자아내고자 한 연극이었다. 그러나 르네상스 이후 인간 정신을 우위로 하는 프랑스 철학 전통이 확립되면서 몸은 통제하기 어려운 여러 가지 요소를 지닌 실체로 취급되었고, 그 결과 가능하면 사회의 전면에서 보이지 않는 곳으로 추방되기에 이르렀다.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는 연극, 특히 ‘고귀한 장르(genre digne)’로 지칭되는 비극에 있어 관객에게 충격을 줄 수 있는 장면을 관객의 눈에 보이지 않게 하라는 ‘적합성(bienséances)’의 원칙으로 나타나게 되는데, 이는 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