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징/알레고리에 대한 괴테의 생각은 그의 시대가 요구하는 문학예술에 대한 고민의 소산이다. 따라서 괴테 당대의 시대적 배경을 무시하면 시대착오적인 공론에 그칠 우려가 크다. 괴테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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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Korean
한국연구재단(NR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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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징/알레고리에 대한 괴테의 생각은 그의 시대가 요구하는 문학예술에 대한 고민의 소산이다. 따라서 괴테 당대의 시대적 배경을 무시하면 시대착오적인 공론에 그칠 우려가 크다. 괴테가 그의 당대 현실을 직시하면서 고심한 문제들이 오늘날의 새로운 상황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가를 염두에 둘 때 비로소 상징/예술에 관한 논의는 지금 이곳의 현실을 해명하려는 생각에 하나의 실마리를 던져줄 수 있다.
문학예술 작품을 특정한 세계관의 표현으로만 이해하거나 특정한 예술형식의 구현으로 환원하는 것은 똑같이 편향된 해석이다. 시대적 배경과 세계관의 문제도 작품을 읽는 현재의 관점에서 철저히 고민하는 동시에 아울러 표현형식의 문제도 섬세하게 고찰하면서 양자를 균형 있게 조망할 때 작품에 대한 온전한 이해는 가능하다. 문학예술 작품의 이해에 요긴한 이러한 생각은 작품을 바탕으로 하는 이론적 논의에서도 가장 중요한 준거가 되어야 한다.
괴테는 이론적으로는 알레고리를 부정적으로 평가했지만 정작 자신의 작품에서는 스스로의 이론으로 설명되지 않는 독특한 형태의 알레고리를 핵심적 표현수단으로 구사했다. 요컨대 괴테의 작품은 그의 이론적 논의를 앞질러 가는 어떤 경지를 구체적 형상으로 보여준다. 괴테가 이론적 차원에서 말한 상징/알레고리가 작품에서 다른 형태로 구현되는 양상에 주목할 때 작품의 이해는 물론 이론 역시 그만큼 풍부해질 것이다.
괴테의 상징론을 그의 시 해석에 적용할 때 가장 유용한 방법론적 단서는 괴테의 언어관에서 찾아볼 수 있다. “언어를 통해서는 대상과 우리 자신을 완벽하게 표현할 수 없다.”는 괴테의 발언은 언어 무용론이나 인식론적 불가지론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진정한 문학적 표현은 단지 특정한 대상을 가리키는 지시적 기능에 머물지 않고 특정한 의미내용으로 환원되지 않는 무한한 창조성을 지닌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다. 특히 시를 해석하는 과정에서 이러한 언어관을 유념해야 한다.
괴테의 문학관은 철저하게 인간중심주의(Anthropomorphismus)에 바탕을 두고 있다. 그러나 괴테의 인간중심주의는 대상을 지배하고 인간 주체에 특권적 지위를 부여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미적 체험이 주체와 대상의 생산적 소통과정을 가능케 한다는 것을 역설하기 위한 것이다. 괴테가 시의 한 구절에서 “우리의 눈이 태양과 같지 않다면/어떻게 빛을 볼 수 있겠는가?”라고 말하듯, 진정한 미적 체험은 외적 대상의 단순한 모사나 주관적 생각을 외부의 대상에 덧씌우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감각과 외부의 대상이 창조적으로 교류하는 과정에서 가능하다.
익히 알려진 바와 같이 괴테는 언제나 관념적 이상주의에 비판적 거리를 두었고 구체적 감각성 자체의 생산적 기능을 중시했다. 특히 대상의 순간적 포착과 동시적 직관을 생명으로 시에 있어서 시각의 역할은 결정적 중요성을 갖는다. 괴테가 『색채론』에서 시각은 외부 세계와 인간 정신의 창조적 상호작용을 매개하는 것이다.